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이 이제 단 일주일밖에 남지 않았다. 매 동계올림픽은 캐나다, 노르웨이, 독일, 러시아, 미국 등이 5강 구도를 형성하며 우승 쟁탈전을 펼쳐왔다. 그런데 이 중 러시아가 도핑 스캔들을 일으켜 국제올림픽위원회(IOC)로부터 출전금지 처분을 받으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러시아 징계직후 주요 외신들은 메달 전선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며 평창 전망을 앞다투어 보도했다.

러시아가 빠지면서 평창은 나머지 4개 국가(캐나다, 미국, 노르웨이, 독일)의 뚜렷한 '4강 구도' 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동계올림픽 최강국들의 진면목을 하나씩 살펴본다.

캐나다, 아이스하키-컬링 초강세... 피겨-쇼트트랙 무시 못해

캐나다는 동계올림픽 전 종목에서 높은 성적을 내는 국가다. 그 중에서도 빙상은 그야말로 '넘사벽(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이라고 불릴 정도로 추종을 불허한다. 평소 동계스포츠를 생활스포츠로도 자국 내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는 만큼 선수층과 환경면에서 상당히 뛰어나다.

캐나다 여자 아이스하키팀 입국 평창동계올림픽에 참가하는 캐나다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이 지난 1월 25일 저녁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 캐나다 여자 아이스하키팀 입국 평창동계올림픽에 참가하는 캐나다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이 지난 1월 25일 저녁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 연합뉴스


캐나다가 가장 강세를 자랑하는 종목은 아이스하키와 컬링이다. 아이스하키는 캐나다의 자존심이라고 할 수 있다. 캐나다는 지난 소치 대회까지 남자 아이스하키 2연패, 여자 4연패를 달성했다. 이번에도 우승을 할 경우 남자는 3연패, 여자는 5연패가 된다. 이들에게 금메달이 아닌 다른 메달은 자존심에 '큰 상처'라고 할 수 있을 정도다.

캐나다 아이스하키는 평창에서도 금메달을 차지하기 위해 일찌감치 한국에서 연습경기 등을 통해 실전 훈련에 돌입했다. 캐나다 여자 아이스하키는 지난 27일 광운대와 연습경기에서 4-0으로 승리했고, 국내 최강인 연세대 남자부와 경기에서는 비록졌지만 스피드와 힘, 기술면에서 어느 한 곳도 밀리지 않았다.

컬링 역시 만만찮다. 캐나다는 평창에서 남자 컬링 4연패, 여자 2연패를 노리고 있다. 특히 사상 첫 컬링 메달을 노리고 있는 한국 여자팀은 캐나다와 첫 경기부터 맞붙을 예정이다. 직전 국제대회에서는 한국이 캐나다를 이기면서 '이변'의 가능성을 보이기도 했다.

피겨와 쇼트트랙도 저력이 있다. 피겨의 경우 단체전 금메달이 가장 유력하다. 여자싱글에 케이틀린 오스먼드, 남자싱글 패트릭 챈, 아이스댄스 테사 버츄-스캇 모이어 등이 모두 세계 정상급 선수들이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모든 종목에서 고른 성적을 내야만 하는 단체전에서 캐나다가 가장 유리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소치 은메달리스트 패트릭 챈이 단체전 금메달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열망이 대단하다.

캐나다 쇼트트랙은 한국 대표팀을 괴롭히는 가장 까다로운 선수들이다. 여자부에서는 밴쿠버와 소치에서 은메달 3개를 합작했던 마리안 생젤레를 비롯해, 최근 중장거리 성적이 부쩍 좋아진 킴 부탱이 뒤를 잇고 있다. 남자 선수로는 소치 1500m 금메달리스트 찰스 해믈린이 선봉에 선다.

미국, 최다 인원만큼 메달 싹쓸이?

미국은 평창에 역대 동계올림픽 사상 최대 규모인 242명의 선수를 파견했다. 유독 동계올림픽 우승과는 거리가 먼 미국은 이번 대회에서 명예회복을 노린다. '스키여제' 린지 본과 그와 집안싸움을 하고 '신예' 미케일라 시프린이 앞장선다.

본은 스키여제를 별명답게 알파인스키 활강 부문의 1인자다. 그게 내세우는 '스피드'는 자타공인 세계 최고수준이다. 기록도 화려하다. 스키 월드컵 통산 78회나 우승을 차지해 여자선수로는 역대 최대 우승이다. 올림픽도 2002 솔트레이크 대회를 시작으로 밴쿠버까지 3회나 출전했으며 세계선수권 메달도 7개나 된다. 올 시즌 초반에는 다소 부진했지만 명성답게 곧바로 회복세를 보이며 여전히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임을 과시했다.

후배 시프린은 '기술의 탁월함'을 앞세운다. 회전과 대회전 종목에 여왕인 그는 소치올림픽에서도 회전 금메달을 차지했다. 그런데 소치 이후에는 스피드까지 향상되면서 본이 내세우는 활강 종목으로도 영역을 넓히며 '집안 대결'이 성사된 것이다. 평창에서 맞대결의 정점은 활강과 슈퍼대회전이 될 가능성이 높다. 시프린은 평창에서 대회전, 수퍼대회전, 복합, 활강 등 5관왕까지 노리고 있다.

독일, 썰매 초강국 앞세워 명예회복

독일은 소치에서 자존심을 구겼던 명예회복에 도전한다. 2006년 토리노에서 1위, 2010 밴쿠버에서 2위를 차지했지만 소치는 6위로 처졌다. 평창에서 독일은 가장 강한 썰매 종목을 앞세워 메달 수집을 노리고 있다.

독일은 썰매 세 종목 봅슬레이, 스켈레톤, 루지에서 어느 한 종목도 뒤처지지 않는다. 이미 자국에 빈터베르크, 알텐베르크 등 매년 국제 월드컵 대회를 열고 있는 경기장도 두 곳이나 보유하고 있을 만큼 뛰어난 환경을 자랑한다. 이번 대회에서는 남자 루지의 펠릭스 로흐가 동계올림픽 3연패와 동시에 루지 사상 최다 금메달 경신을 목표하고 있다.

봅슬레이에서는 남자 2인승에 프란체스코 프리드리히가 이끄는 '팀 프리드리히'가 나선다. 프리드리히는 지난시즌 월드컵 랭킹 1위, 세계선수권 1위에 올랐다. 프리드리히는 소치에서 8위를 기록한 후 이후 기량이 급성장했다. 지난해 3월 평창에서 열렸던 월드컵 8차대회에서도 프리드리히가 우승을 차지했다.

그러나 올 시즌 부진을 겪었다. 월드컵 우승을 단 한 차례밖에 하지 못했다. 그러나 우승을 했을 당시 썰매를 바꿔 우승을 했는데, 독일과 오스트리아산 두 대 가운데 한 대를 타고 평창 올림픽 트랙을 누빌 가능성이 높다. 한국은 이 종목에서 원윤종-서영우가 금메달 획득에 도전하는데, 프리드리히와 마찬가지로 원윤종도 최근까지 한국산과 라트비아산 썰매를 고민하다가 라트비아 것으로 최종 결정한 바 있다.

그 외에도 남자 4인승에서는 올 시즌 월드컵 랭킹 1~3위를 싹쓸이 한 바 있어 평창에서 '포디움 스윕'도 가능하다는 전망이다.

노르웨이, 도박사들이 찍은 종합우승 국가

노르웨이는 지난 22차례의 동계올림픽 중 8차례나 종합 1위에 올랐다. 이는 러시아와 함께 최다 공동 1위 기록이다. 또한 첫 동계올림픽이었던 1924년 프랑스 샤모니 대회부터 이번 평창까지 단 한 번도 불참하지 않은 '개근국가'이기도 하다. 22차례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 118개, 은메달 111개, 동메달 100개 등 모두 329개의 메달을 획득했다.

세계 배팅업체들도 평창 대회 종합우승으로 노르웨이를 꼽고 있다. 배팅업체 비윈(bwin)은 노르웨이에 1.80의 배당률을 매겼고 2위 독일에 3.25를 책정했다,

크로스컨트리스키에서 여자부 3관왕과 3연패를 모두 정조준하고 있는 마리트 비에르겐, 노르딕복합에서 2관왕 2연패에 도전하는 예르겐 그로바크가 노르웨이를 대표한다.

'평창 선수촌에 둥지 튼 노르웨이'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을 열흘 앞둔 지난 1월 30일 오후 강원 평창선수촌에 입촌한 노르웨이 선수단 선발대가 걸어놓은 국기가 창문에 내걸려 있다.

▲ '평창 선수촌에 둥지 튼 노르웨이'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을 열흘 앞둔 지난 1월 30일 오후 강원 평창선수촌에 입촌한 노르웨이 선수단 선발대가 걸어놓은 국기가 창문에 내걸려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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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스포츠와 스포츠외교 분야를 취재하는 박영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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