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드라마 <마더> 스틸컷

tvN 드라마 <마더> 스틸컷 ⓒ tvN


지난 24일 tvN이 새 수목드라마 <마더>(연출 김철규, 윤현기, 극본 정서경)를 방영했다. 영화 <아가씨>의 각본을 집필한 정서경 작가가 기획에 참여하고, 현지에서 높은 인기를 끌었던 동명의 일본 드라마가 원작이라는 점에서 <마더>에 대한 기대치는 상당히 높았다.

아동학대와 학교폭력의 실태, 육아와 돌봄노동에 대한 책임을 여성이 혼자 떠안게 되는 여성혐오적 현실, 타인에 대해 무관심한 현대 사회에 대한 심도있는 고찰을 담은 원작의 여성주의적인 내용은 신뢰감을 키웠다. 4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혜나가 된 아역 허율과 고아였던 아픔을 기억하며 혜나를 위해 엄마가 되기로 결심한 수진 역의 이보영, 수진을 위해 헌신하고자 하는 영신 역의 이혜영 등 튼튼한 서사를 가진 여성캐릭터들도 <마더>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필요 이상으로 자극적인 '학대' 장면, 꼭 이래야만 했을까

혜나의 친모인 자영(고성희 분)은 혼자 아이를 키우면서 심리적으로 불안한 상태에 놓인다. 그녀는 남자친구 설악(손석구 분)에게 의존하며 혜나를 방치하게 된다. 설악은 혜나를 위협하고 폭행하며 자영과 혜나의 사이를 멀어지게 만든다. 때문에 혜나는 또래에 비해 기초 학습이 더디고 청결 상태가 좋지 않아 학급에서 집단 따돌림을 당한다.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추운 날씨에도 늦은 시간까지 길을 배회한다. 그러나 혜나는 엄마 자영과 헤어지고 싶지 않아 학대를 숨기고,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자영을 위로하기도 한다. 이런 장면은 아동학대의 피해자였던 수진이 혜나를 더 잘 이해하고 혜나를 위해 행동에 나서게 되는 계기가 된다.

하지만 이번 화의 연출에는 드라마가 다루는 대상인 가정폭력 및 아동학대, 학교폭력 피해자에 대한 배려가 부족해 보였다. 피해자의 트리거(트라우마의 시발점)를 자극하기에는 충분한 수준이었다. 전반적으로 원작의 내용이 많이 반영되었지만, 설악이 혜나를 위협하는 장면은 필요 이상으로 구체적이고 자극적인 시선에서 연출되었다.

 tvN 드라마 <마더> 중 한 장면

tvN 드라마 <마더> 중 한 장면 ⓒ tvN


방영 전 공개된 티저와 하이라이트 영상 등을 통해 폭력적인 내용이 포함되었음이 전달되기는 했다. 그러나 이것이 시청자들을 위한 충분한 사전 고지로 이어졌을지는 미지수다. tvN이 제작하는 청소년 시청지도 가이드가 방송 전에 삽입되었으나 폭력 피해자를 위한 시청지도 문구가 방송분에 제대로 반영되었다고 보기는 힘들었다. 화면 오른쪽 상단에 '15세 이상 관람'을 뜻하는 숫자 '15'가 나오기는 했지만 이것만으로 충분하다고 볼 수 있을까.

원작 역시 학대 장면을 방영하였지만, 최대한 자극적이지 않도록 분량을 줄이고 직접적인 묘사보다 암시하는 형식으로 연출하였다. 제작사 측에서 허율을 위해 촬영 후 지속적인 심리상담을 진행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폭력적이지 않은 연출을 충분히 고민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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