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 서울 하계올림픽 이후 30년 만에 한국에서 열리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이 이제 한 달도 남지 않았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동계스포츠는 대부분 비인기 종목으로 그동안 음지에 가려져 있던 분야였습니다. 평창을 앞두고 동계스포츠 현장에서 내일의 희망을 키워가는 지도자, 관계자 등을 만났습니다. - 기자 말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스피드스케이팅은 쇼트트랙과 함께 메달을 기대하는 종목으로 꼽힌다. 지난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모태범(29·대한항공), 이상화(29·스포츠토토), 이승훈(30·대한항공)이 활약하면서 국내 스피드스케이팅은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다. 또한, 소치에서는 이상화가 올림픽 2연패를 달성했고, 이승훈이 팀 추월에서 사상 첫 메달을 획득했다. 다가오는 평창에서는 레전드로 꼽히는 이 세 선수와 이들을 바라보고 성장해온 신예 선수들이 함께 올림픽에 도전한다.

그리고 이들과 함께 경기장을 뛰는 또 한 명의 대한민국 사람이 있다. 오용석 스피드스케이팅 국제 심판(49·현 단국대 감독)이다. 스피드스케이팅에서 스타트는 실격 여부를 통해 레이스가 정당한지를 판단하는 매우 중요한 순간이다. 국내 스피드스케이팅 스타터 심판은 오 감독과 제갈성렬 감독 둘 뿐이다. 오 심판은 2014 소치 동계올림픽에도 참가했다. 당시 이상화의 경기였던 여자 500m 경기에 나설 예정이었지만 심판 위원장의 중재로 아쉽게 1000m로 변경됐다.

소치에 이어 평창까지 2연속으로 올림픽 심판을 맡은 오용석 감독을 지난 15일 오후, 단국대학교에서 만났다. 그는 '가문의 영광'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평창에서 총 한 발 한 발에 선수들을 응원하겠다는 오 감독은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 위에서 선수들과 함께 가슴속에 태극마크를 달고 뛰겠다고 의지를 불태웠다.

심판으로 얼음 위에 서다

 인터뷰 진행하는 오용석 감독.

인터뷰 진행하는 오용석 감독. ⓒ 박영진


- 평창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스타터 심판을 맡게 되셨다. 홈에서 열리는 올림픽에 심판을 맡게 돼 감회가 새로울 것 같은데?
"심판 배정이 됐다는 소식을 듣고 정말 놀랐다. 사실 안 될 줄 알고 있었다. 국제빙상연맹(ISU)에 따르면 올림픽 대회에서 연속으로 스타터를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한다. 쇼트트랙의 경우 편해강 선생님 4~5번 연속으로 나간 적이 있지만 스피드 종목은 없었다.

현재 전 세계에 스피드스케이팅 스타터는 25명밖에 없다. 올림픽에 나가기 위해서는 3년간 여러 대회에 심판으로 참가한 후 ISU로부터 평가를 받아야만 나갈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어느 정도 경력이 있는 사람들이 지목되는 경우가 많고 그렇기에 당연히 안 될 줄 알고 있었다. 사실을 알고 굉장히 놀랐다. 노르웨이에 심판 강습회가 있어 간 적이 있는데 대단하다고 사람들이 말하더라. 정말 가문의 영광이라 생각했다. (웃음)"

- 스피드스케이팅 경기 심판은 어떻게 구성하나.
"스피드스케이팅에서 심판은 선수를 실격시킬 수 있는 사람을 일컫는다. 다른 사람은 모두 보조 요원의 개념으로 보면 된다. 레프리는 4명, 스타트는 4명, 총 8명이 진행한다. 나머지는 심판 보조 요원과 자원봉사자로 구성된다."

- 어떻게 스피드스케이팅 스타터 심판 자격을 취득하게 됐나.
"2002년 솔트레이크 동계올림픽 이후에 취득하게 됐다. 현재 15년가량 됐으니 ISU에서는 가장 경력이 오래된 사람 가운데 한 명이라고 보면 된다. 운동선수를 생활을 마감하고 되돌아보니 우리 주변에 한국 심판이 너무 없었다. 국내 대회에서 나윤수 선생님이 스타터 심판을 하고 계셨는데, 제가 선생님께 '제가 한 번 쏴보겠습니다'라고 말하면서 시작하게 됐다. 국내 심판을 하고 나니 국제 심판에도 욕심이 났고, 자비로 독일에서 열린 강습회에 찾아가는 과정을 거치면서 국제 심판 자격증을 취득했다."

"경기장에 함께 설 사람으로서 응원"

 오용석 감독의 스피드스케이팅 스타터 심판 모습.

오용석 감독의 스피드스케이팅 스타터 심판 모습. ⓒ 오용석 감독 본인 제공


- 평창에서는 어느 종목에 배정됐나.
"아직 결정되지는 않았다. 평창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에는 총 여자 2명, 남자 2명의 스타터 심판이 들어간다. 예상하자면 아마 여자 500m, 1500m, 5000m, 팀 추월 결승전 정도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 여러 국제대회에 참가하면서 생긴 에피소드도 많을 것 같다.
"사실 올림픽의 경우 20일 정도 갇혀 있어야만 한다. 그러다 보니 외국 심판들과 자주 만나 여러 얘기를 하게 된다. 사실 우리나라가 빙상계에서는 국제 대회가 많지 않다 보니 외국 심판들과 선수들이 오기에는 어려운 나라다. 그래서 외국 애들이 한국에 오고 싶어 하는 경우가 많다. 옆 나라인 일본과 중국은 국제대회가 거의 2년에 한 번 정도씩 개최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다. 굉장히 생소해 하고, 오고 싶어 하는 경우가 많다."

- 만약 얘기대로 이상화 선수가 뛰는 여자 500m 경기에 배정된다면 더욱 기쁠 것 같다.
"우리나라 선수가 뛰는 경기에 우리나라 심판이 들어가면 선수들의 심리적 부담감이 많이 줄게 되기 마련이다. 반대로 내 입장에서는 부담이 될 수도 있지만, 결과를 내야 하는 선수들은 한결 편해질 것이다. 예컨대 지난 3차 월드컵에서도 우리나라 선수들 대부분이 그 전에는 10위권 밖에 있었다. 그런데 내가 총을 쏘니 각각 2, 5, 6등을 했다. 반대로 다른 나라 선수들은 조금은 어렵게 느낄 수도 있을 것이라 본다."

- 이번 대회를 끝으로 국내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들의 세대교체가 이뤄질 것 같다. 밴쿠버 때 활약했던 모태범, 이상화, 이승훈 선수 등 대부분 은퇴가 예정돼 있고, 그들의 뒤를 이어 신예 선수들이 다음 베이징동계올림픽에 참여할 것 같다.
"선수들에게 부탁하자면 조금만 더 열심히 했으면 좋겠다. 심판과 지도자의 입장으로서 느끼기에 국가대표팀에 전문 심리치료사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외국에서 열리는 대회를 보다 보니 일본만 보더라도 심리 치료나 상담하는 사람이 항상 따라 다닌다. 우리나라의 경우 비디오 분석관이나 물리 치료사는 많지만, 심리 치료 쪽은 많이 부족하다.

날씨가 매일 변하듯 사람 심리도 항상 변하기 마련하다. 기후에 따라 다르지 않나. 그런 것을 컨트롤 해줄 사람이 필요해 본다. 심판으로서 보기에 지금 선수들의 훈련상태나 근력 등 기본적인 것은 외국 선수들과 그렇게 차이가 없다. 단 하나 다른 것이 심리적으로 잡아줄 수 있는 사람, 용기를 북돋아 줄 수 있는 사람이다. 우리나라는 예전에는 코치, 감독이 이런 역할까지 모두 다 했지만, 이제는 전문적으로 공부하고 자격증이 있는 사람이 하면 더 많이 좋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 동계스포츠인으로서 평창 동계올림픽이 어떻게 치러지길 기대하나.
"선수들이 준비한 것을 실수 없이 모두 발휘했으면 한다. 정말 평생에 한 번 나갈 수 있을까 말까 한 대회다. 부디 후회 없이 모든 것을 쏟아붓길 바란다. 경기장에 함께 설 사람으로서 응원하겠다."

오용석 감독 주요 프로필
- 현 단국대학교 빙상부 감독
- 현 국제빙상연맹 스피드스케이팅 스타터 심판
- 2014 소치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스타터 심판
-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스타터 심판
- 그 외 월드컵 대회 등 다수 국제대회 참가

[평창인을 만나다]
☞ 이강석 코치: 세계 1위에서 지도자로... "비인기 스피드스케이팅? 세계 재패 가능"
☞ 진선유 코치: 쇼트트랙 3관왕 진선유, 평창의 후배들에게 띄우는 편지
☞ 이슬비 위원: '컬링요정'의 예언 "이번에 우리 승산 있어요!"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동계스포츠와 스포츠외교 분야를 취재하는 박영진입니다.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