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파하는 허훈 허재 감독이 이끄는 한국 농구 대표팀이 지난 26일 경기도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2019 FIBA 월드컵 아시아예선 A조 2차전에서 중국에 81-92, 11점차 패배를 떠안았다.

한국 허훈이 드리블을 하고 있다.

지난 11월 26일 경기도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2019 FIBA 월드컵 아시아예선 A조 2차전에서 드리블을 하고 있는 허훈 선수. ⓒ 연합뉴스


프로농구 신인 1순위 허훈(부산 KT)은 올 시즌 프로농구에 데뷔한 새내기 중에서 가장 주목받는 선수다. 대학 시절에 이미 성인 국가대표팀에까지 발탁되었을 만큼 그 재능을 인정받은 데다, 허재 국가대표팀 감독의 차남이자 프로농구 올스타급 가드 허웅(상무)의 동생이라는 화제성 측면에서도 단연 스포트라이트가 쏠릴 수밖에 없었다.
 
허훈은 전반기 프로농구에서 21경기에 출장하며 평균 25분 12초를 소화하며 9.3점, 3.7어시스트, 1.2스틸을 기록하며 주전 가드로 활약하고 있다. 올 시즌 데뷔한 신인 중 가장 좋은 개인 성적이다. 팀 동료이자 2순위인 양홍석(부산), 연세대 동기인 4순위 안영준(서울 SK) 등 경쟁자들보다 월등히 앞선 성적이다. 사실상 허훈이 신인왕을 벌써부터 예약했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하지만 허훈의 활약상에 대해서는 다소 평가가 엇갈린다. 일단 허훈이 '올해 신인 중'에서 가장 돋보이는 선수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문제는 허훈의 활약이 '1순위'라는 기대감에 걸맞은 눈높이까지 충족시켜줄 정도인가 하는 점이다.
 
프로농구 역대 신인드래프트에서 1순위급 선수들은 리그 판도를 뒤흔든 대형 신인들을 배출했다. 김주성(원주 DB), 김태술(서울 삼성), 오세근(안양 KGC). 하승진(전주 KCC), 현주엽(창원 LG 감독), 이승현(고양 오리온), 김종규(창원 LG), 박찬희(인천 전자랜드) 등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선수들이 즐비하다.
 
물론 전정규(고양 오리온)나 박성진(인천 전자랜드), 문성곤(안양 KGC)같이 기대에 다소 못 미친 사례도 있지만 대체로 1순위급 선수들은 검증된 즉시 전력감으로 인정받았다. 역대 21번의 신인드래프트에서 절반이 넘치는 11차례나 1순위 선수들이 신인왕을 수상했다는 기록만 봐도 1순위의 가치를 증명한다.

사실 허훈은 비교적 운이 좋은 경우에 해당한다. 사실 2017년은 프로농구 신인드래프트 중에서 '흉작'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았다. '황금세대'를 배출했다는 평가를 받았던 2007년(양희종, 김태술, 함지훈, 정영삼)이나 2008년(하승진, 김민수, 강병현, 윤호영), 2013년(김종규, 김민구, 두경민), 2016년(이종현, 최준용, 강상재) 등에 비하여 이번에는 허훈과 양홍석 정도를 제외하면 크게 주목받는 선수가 거의 없었다. 실제로 2017 드래프트에서 상위권에 지명된 유현준(전주 KCC. 3순위, 김국찬(전주 KCC 5순위), 김낙현(인천 전자랜드, 8순위) 등은 소속팀에서 쟁쟁한 선배들에 가려 출전기회를 거의 얻지 못하거나 부상으로 코트에도 나서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허훈은 전력이 약한 부산에서 입단과 함께 사실상 주전 자리를 손쉽게 꿰찼다. 부산은 허훈 입단 이후 팀의 기둥이었던 이재도까지 포지션과 역할이 겹친다는 이유로 트레이드를 시키며 허훈을 팀의 미래로 확실히 밀어주는 모습이다. 다른 신인들과 비교했을 때, 안정된 출전시간과 지원을 받았으니 허훈의 '기록'이 더 두드러질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하다.
 
사실 허훈이 실력에 비해 과도한 관심을 받고 있다는 지적은 성인 국가대표팀 발탁 논란 때도 비슷했다. 단신임에도 과감한 돌파와 승부사 기질은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출전했던 중국전이나, 부산에서의 프로 데뷔 초창기에도 모두 신선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반면, 가드치고는 현저히 떨어지는 슈팅 성공률(3점슛 23.7%, 야투 41.6%)과 무리한 턴오버, 기복 심한 경기 운영 능력 등 단점도 뚜렷했다.
 
팀의 12연패 탈출을 이끌었던 지난 10일 서울 삼성전의 연장전 활약처럼 한번 터질 때는 막을 수 없는 기세를 보이지만, 안 풀릴 때는 오히려 무리한 플레이로 팀에 민폐가 되는 경우도 많다는 '기복'도 양날의 검이다. 플레이스티알싱 오히려 현대농구가 요구하는 기준보다는 차라리 옛날 스타일에 더 어울리는 가드라는 평가도 나올 정도였다.
 
당장 작년 신인들과 비교해도 이종현과 강상재, 최준용 등이 시즌 막판까지 팀 내에서 꾸준한 활약을 펼치며 신인왕 경쟁을 흥미진진하게 만들었다. 만일 지난 시즌 같았다면 현재 1순위 허훈도 상위 순번조차 장담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나마 올 시즌 유일한 경쟁자로 평가받던 안영준마저도 부상으로 당분간 출장이 불가능해지며 신인왕 경쟁은 허훈의 싱거운 독주체제가 사실상 굳어지는 분위기다.
 
정작 허훈이 속한 부산의 성적은 10위로 리그 꼴찌다. 신인드래프트 1, 2순위로 허훈과 양홍석을 동반 영입할 때만 해도 부산에서 서광을 비출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왔지만, 정작 이들이 합류한 이후에도 팀 성적은 별다른 반등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물론 부산은 허훈이 합류하기 전부터 이미 리그 최약체팀이었고 시즌 개막 후 뒤늦게 합류한 신인에게 큰 책임을 돌리기는 어렵다. 그래도 입단과 동시에 팀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반등시킬 수 있음을 증명한 다른 역대 1순위 선수들에 비하면, 과연 허훈에게 '팀의 미래'를 걸 만큼의 영향력이 있는 선수인지는 아직 평가가 엇갈릴 수밖에 없다. 프로농구 역사상 꼴찌팀에서 신인왕이 배출된 경우는 아직까지 없다. 이대로라면 허훈이 설사 신인왕을 무혈입성한다고 해도 크게 높은 평가를 받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평범한 선수라면 이 정도만 해도 잘한다고 박수받을 만 하겠지만, 젊은 나이에 벌써 성인 국가대표까지 승선하고 한팀의 주역으로 기대를 한몸에 받는 선수라면 그에 맞는 눈높이에서 평가받는 게 당연하다. 허훈에게는 아직 발전할 수 있는 시간이 더 많다. 후반기에는 허훈이 개인의 활약은 물론 팀의 반등까지 이끌어내며 대형신인다운 기대치에 부응할 수 있을지 기대가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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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 허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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