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두 도로공사가 패배 위기를 극복하고 기분 좋은 역전승을 거뒀다.

김종민 감독이 이끄는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는 9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17-2018 V리그 여자부 4라운드 GS칼텍스 KIXX와의 원정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2(22-25, 25-19, 27-29, 32-30, 15-9)로 역전승을 거뒀다. 승점 2점을 챙긴 도로공사는 2위 IBK기업은행 알토스에 6점 앞선 선두 자리를 굳게 지켰다.

도로공사는 주포 이바나 네소비치가 41.54%의 성공률로 35득점을 퍼부었고 토종거포 박정아도 초반 부진을 씻고 19득점을 보탰다. 반면에 GS칼텍스는 레프트 표승주가 부상으로 이탈한 후 치른 첫 경기에서 선두 도로공사를 상대로 두 세트를 먼저 따내며 선전하고도 5세트 중반부터 집중력이 흔들리며 역전패를 당했다. 어쩌면 이렇게 선전하고도 승리를 챙기지 못한 도로공사전은 이번 시즌 부상자가 속출하고 있는 GS칼텍스의 한계를 보여준 경기였을지 모른다.

이소영 부상에도 20대 위주로 팀 꾸린 후 컵대회 우승

 GS칼텍스는 주포 이소영의 부상 공백에도 컵대회 우승이라는 성과를 만들어냈다.

GS칼텍스는 주포 이소영의 부상 공백에도 컵대회 우승이라는 성과를 만들어냈다. ⓒ 한국배구연맹


2016년 12월 중도 사퇴한 이선구 감독의 후임으로 GS칼텍스에 부임한 차상현 감독은 현역 시절 화려하진 않지만 안정감 있는 서브리시브와 수비를 자랑하던 영리한 수비형 레프트였다. GS칼텍스를 맡은 이후에도 황민경(현대건설 힐스테이트), 강소휘 등 젊은 선수들을 위주로 시즌을 치르며 미래를 대비한 차상현 감독은 시즌이 끝난 후 본격적인 전력 재정비에 들어갔다.

7년 동안 팀의 간판스타로 활약했던 한송이와 팀에서 입지가 좁아진 백업 세터 시은미를 KGC인삼공사로 보내고 센터 유망주 문명화와 투지가 좋은 레프트 김진희를 영입한 트레이드가 그 시작이었다. GS칼텍스는 FA시장에서 국가대표 라이트 김희진을 노렸지만 김희진이 기업은행과 재계약하면서 FA시장에서 철수했다. 대신 황민경의 이적에 따른 보상 선수로 김유리를 지명해 약점으로 지적되던 높이를 보강했다.

1985년생의 외국인 선수 파토우 듀크를 제외하면 선수단 전원을 1990년 이후에 태어난 젊은 선수들로 꾸린 차상현 감독은 부족한 노련미를 부지런한 움직임과 패기로 극복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하지만 대표팀에 소집된 강소휘가 건강검진 도중 위에서 종양이 발견돼 수술을 받으면서 GS칼텍스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졌다(다행히 강소휘는 회복 속도가 빨라 두 달 후 팀 훈련에 복귀했다).

더 큰 문제는 에이스 이소영의 부상이었다. 지난 시즌 국내 선수로는 2015-2016 시즌의 김희진에 이어 11개월 만에 트리플크라운을 기록하며 GS칼텍스의 공격을 이끌었던 이소영은 작년6월 대표팀 연습경기 도중 왼 무릎 십자인대가 파열되는 큰 부상을 당했다. 지난 시즌 득점8위에 오르며 이재영(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 박정아와 함께 여자부 '토종 빅3'로 활약했던 이소영의 이탈은 GS칼텍스에게 치명적인 악재였다.

하지만 빠르게 팀 전력을 추스른 GS칼텍스는 수술 후 복귀한 강소휘와 외국인 선수 듀크의 맹활약으로 작년 9월 천안·넵스컵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쾌거를 달성했다. 물론 각 구단이 컵대회에서는 모든 전력을 쏟아 붓진 않는다. 하지만 V리그의 전초전 성격을 띠는 컵대회에서 젊은 선수들로 구성된 GS칼텍스가 우승이라는 결과물을 만들어낸 것은 대단한 성과임에 분명했다.

표승주 발목 인대 부상, 도로공사전에서 드러난 GS칼텍스의 한계

 V리그 최고의 멀티플레이어 표승주는 공수에서 팀 공헌도가 대단히 높은 선수였다.

V리그 최고의 멀티플레이어 표승주는 공수에서 팀 공헌도가 대단히 높은 선수였다. ⓒ 한국배구연맹


차상현 감독은 이번 시즌 이소영의 빈자리인 레프트 한 자리에 표승주를 주전으로 내세웠다. 세터와 리베로를 제외한 모든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V리그 여자부 최고의 멀티 플레이어 표승주는 지난 시즌 센터로 활약했다가 이번 시즌 다시 레프트로 복귀했다. 비록 이소영만큼의 폭발력은 없지만 묵직한 공격력과 강한 서브, 그리고 포지션 대비 뛰어난 높이를 가진 표승주는 강소휘의 좋은 짝이 될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역시 불완전한 전력의 GS칼텍스는 막상 정규리그가 개막하자 컵대회에서 보여줬던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듀크와 강소휘로 이어지는 쌍포가 위력을 발휘했지만 이적생 문명화와 김유리로 구성된 새로운 센터 콤비가 기대만큼 커다란 시너지를 발휘하지 못했다. 실제로 GS칼텍스는 블로킹 부문에서 세트당 1.69개로 6개 구단 중 5위에 그치고 있다.

심지어 지난 6일 기업은행과의 경기에서는 2세트 도중 표승주가 김희진과 충돌하면서 발목이 돌아가는 큰 부상을 당하고 말았다. 평소 넘치는 파워를 자랑하며 코트에서 좀처럼 힘든 내색을 하지 않는 표승주가 그대로 코트에 쓰러지며 고통을 호소했을 정도(표승주는 검사 결과 오른쪽 발목 인대가 끊어져 사실상 시즌 아웃이 유력하다).

GS칼텍스는 표승주 없이 치른 9일 도로공사전에서 남다른 각오를 다지고 나와 대단한 선전을 펼쳤다. 외국인 선수 듀크는 무려 45득점을 퍼부었고 토종거포 강소휘도 24득점을 기록했다. 하지만 GS칼텍스는 4세트에서 세 번이나 매치 포인트를 만들어 놓고도 경기를 끝내지 못했고 5세트에서도 중반 이후 속절 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실제로 5세트 7-7 동점상황에서 도로공사가 8점을 따내며 경기를 끝내는 동안 GS칼텍스는 단 2점을 얻는데 그쳤다.

사실 GS칼텍스의 쌍포가 69득점을 합작하고도 패한 도로공사전은 이소영과 표승주가 없는 GS칼텍스의 현실을 보여주는 경기였다. 표승주가 전력에서 이탈하면서 차상현 감독은 무릎 수술을 받은 이소영의 조기복귀 카드를 만지작거릴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부상이 완쾌되지 않은 상황에서의 무리한 복귀는 이소영 개인에게도 부담이 될 뿐 아니라 팀 전력에도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과연 GS칼텍스와 차상현 감독은 지금의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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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배구 도드람 2017-2018 V리그 GS칼텍스 KIXX 표승주 차상현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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