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 관련 사진.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 관련 사진. ⓒ CJ엔터테인먼트


한물 간 전 복싱 세계챔피언과 서번트 증후군을 앓고 있는 동생의 만남. 여기에 불치병을 앓고 있는 엄마의 조합에서 예상할 수 있는 영화 속 분위기는 신파다. 각자에게 주어진 난관을 극복하며 서로 갈등을 봉합한다는 공식으로 치면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은 딱 신파 영화로 정의할 수 있다.


이병헌이 전 WBC 챔피언 조하로 분했고, 박정민은 피아노 천재면서 동시에 자폐증을 앓고 있는 진태로 분했다. 이 신선한 조합이 한국 관객에게 익숙한 신파 정서를 끌고 가면서 묘한 화학 효과가 이 영화에 담겨 있었다.

남편의 폭력을 견디다 못해 아들을 두고 혼자 집을 떠난 엄마(윤여정)를 조하는 두고두고 미워한다. 엄마는 그 사이 다른 사람과 또 다른 아들 진태를 낳았다. 전단지 알바를 전전하던 조하는 경제적 어려움으로 집에 들어와 살라는 엄마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진태와 엄마에 대한 애틋한 감정을 하나씩 느끼면서 영화는 절정에 다다른다.

익숙한 설정 속 감동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 관련 사진.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 관련 사진. ⓒ CJ엔터테인먼트


한부모 가정, 그리고 장애인 아들, 어색한 형제. 한국사회 주변에서 발견할 수 있을 법한 가족의 형태다. <그것만이 내 세상>은 바로 이 익숙한 설정을 배경으로 깔고 관객으로 하여금 눈물을 흘리게 만든다. 이것 또한 저력이다. 익히 알려진 대로 해당 작품은 <해운대> <댄싱퀸> <국제시장> 등을 선보인 JK필름이 제작했다. 국내 제작사 중 그 특징이 분명한 이곳 작품답게 영화는 따뜻하면서도 특유의 최루성 신파 요소가 곳곳에 담겨 있다.

위 작품들에서 느껴졌던 일종의 촌스러움, 그러니까 착한 사람들이 착한 마음으로 난관을 뛰어넘는 설정으로 눈물과 감동을 전하던 게 JK필름의 특징이기도 했다. <그것만이 내 세상>의 구조 역시 여기서 크게 벗어나진 않는다. 경제적 어려움으로 유사가족을 택한 주인공, 장애를 가졌지만 천부적인 피아노 실력을 지닌 또 다른 주인공의 만남은 관객들에게 충분히 영화적 분위기를 예상케 한다.

하지만 <그것만이 내 세상>은 거기서 조금 더 나아갔다. 전적으로 배우들 덕이다. 그간 무겁고 어두운 영화에서 능력을 발휘해왔던 이병헌은 몸에 힘을 빼고 다소 코믹스러운 캐릭터를 입었으며, 수많은 엄마 역할을 했던 윤여정은 혼신을 다해 자식들에게 헌신하는 또다른 엄마를 해냈다.

무엇보다 <동주>에서 저력을 발휘한 바 있는 박정민의 분투가 눈에 띈다. 대역이나 CG로 처리할 수 있었을 피아노 연주 장면, 그것도 쇼팽의 빠른 속주를 치는 장면 등을 모두 해냈다. 이 작품으로 데뷔하게 된 최성현 감독의 욕심과 더불어 배우의 도전 정신이 빛나는 순간이다. 특정 신체 부위만 클로즈업 하는 게 아닌 카메라가 박정민의 전신을 훑으며 피아노 연주하는 장면을 보이는 순간, 이 영화를 비판적으로 보던 관객들의 마음도 충분히 건드릴 만하다. 유명 피아니스트 가율 역으로 특별출연 한 한지민 역시 그에 준하는 노력을 한 게 눈에 띈다. 이 작품에서 일종의 뚝심이 느껴진다면 팔할은 이 두 배우의 손 끝에서 나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배우들의 노력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 관련 사진.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 관련 사진. ⓒ CJ엔터테인먼트


이에 대한 재밌는 일화가 있다. 3일 서울 용산 CGV에서 열린 언론 시사회 자리에서 배우 이병헌은 "감독과 박정민 배우가 피아노 연주를 대역 없이 가겠다고 하는 순간 큰일 났다는 생각을 했다"며 "100프로 불가능하다고 생각했고, 배우가 할 부분을 지정해 주는 게 더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을 전했다"고 말했다. 베테랑 배우가 걱정할 정도로 이 도전이 무모해 보였던 것.

그도 맞는 말이 박정민은 이번 영화에 출연하기 전까지 피아노를 전혀 쳐 본 일이 없다. 이에 대해 박정민은 "감독님과 처음 만난 직후 집에 가는 길에 피아노 학원을 끊었다"며 "꽤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고 덤덤하게 말했다. 하지만 집에 피아노를 새로 들여 놓고 영화에 나오는 것 이상으로 많은 곡을 연습했다는 후문이다. 그래서 실제 연주는 전문 피아니스트가 했을지언정 각종 클래식 곡의 손 모양을 거의 완벽하게 해낼 수 있었다.

여기에 더해 윤여정은 감독보다 먼저 부산 사투리를 쓰겠다고 제안했다. "매번 똑같은 엄마 역이라 이번엔 다르게 해보고 싶었다"며 윤여정이 그 이유를 밝혔는데 촬영 중반 너무 어려워 후회했을 정도라고. "(사투리 연기가 어색해서) 이번엔 제 실패작이다"라고 우스갯소리를 했지만 윤여정이 맡은 엄마는 충분히 그 입체감이 살았다.

극 중 주인집 딸로 등장해 박정민과 종종 코믹스러운 장면을 자아낸 배우 최리도 눈여겨 볼 만하다. 위안부 피해자를 다룬 영화 <귀향>에서 보인 진중한 모습과 정반대 연기를 잘 해냈다.

진부해 보였을 신파가 배우들 덕에 나름 진정성 있게 다가온다. 하지만 몇몇 외화들의 익숙한 장면을 참고하거나 차용했다는 의심은 지울 수 없다. 대형투자배급사 상업영화가 언제쯤 레퍼런스를 포기하고 감독 고유의 개성을 살리는 선택을 할 수 있을까.

한 줄 평: 배우들이 살린 신파, 충분히 감동으로 다가온다
평점 : ★★★☆(3.5/5)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 관련 정보

연출 : 최성현
출연 : 이병헌, 윤여정, 박정민
특별출연 : 한지민, 김성령
제작 : JK필름
공동제작 : CJ 엔터테인먼트, 오드아이픽쳐스
제공 및 배급 : CJ엔터테인먼트
크랭크인 : 2017년 6월 6일
크랭크업 : 2017년 8월 27일
러닝타임 : 120분
관람등급 : 12세 이상 관람가
개봉 : 2018년 1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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