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승의 심판을 기다리는 '자홍'(차태현 분) '자홍'은 지옥의 심판을 통과하며 환생할 수 있을까?

저승의 심판을 기다리는 '자홍'(차태현 분). '자홍'은 지옥의 심판을 통과하며 환생할 수 있을까? ⓒ 롯데엔터테인먼트


'한 번 죽는 것은 사람들에게 정해진 것이고 그 후엔 심판이 있으리니' - <히브리서> 9장 27절

웹툰 <신과 함께>를 재구성한 영화 <신과 함께-죄와 벌>은 '인간은 죽으면 저승에서 심판을 받는다'는 내세의 세계관을 기반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전생의 업으로 인해 현생을 살고 다시 현생의 업에 의해 내세가 결정된다는 인과적 세계관은 불교의 삼세인연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영화는 이를 사후 49일 동안 지옥의 재판을 무사히 거쳐야만 환생할 수 있다는 한국적 판타지로 구체화시켰다.

죽음은 영원으로 가는 문이라고 한다. 우리가 꿈을 꾸는 것도 영혼이 되어 겪을 일을 미리 알려주는 것이 아닐까. 어느 날 만약 잠들어 있는 육체를 자신이 내려다 보고 있다면 그것은 영체가 된 새로운 삶의 모습이지 않을까. 또한 저승사자가 길을 떠나자고 손을 내밀 때 과연 우리는 아무 미련 없이 떠날 수가 있을까. 그 세계가 어떻게 생겼다는 말을 떠난 자들로부터 들어본 적이 없기에 사람들은 저마다 사후 세계에 대해 상상의 나래를 편다.

기독교의 세계관을 이루는 성경에서도 사후 세계의 일에 대해서 반드시 "선이든 악이든 모든 행위와 모든 은밀한 것들"을 심판 받는다고 명시한다. 이는 불교의 환생이나 윤회와는 다르지만 영원불멸의 실체로서 심판을 받아야 하고 그 결과에 따라 내세의 삶이 영원한 고통인지 희락인지 판정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우리는 현세에서도 행복한 삶을 꿈꾸듯 저승에서도 그런 삶을 살고 싶은 것은 인지상정일 것이다.

 원귀가 된 '수홍'(김동욱 분)과 맞서는 강림차사(하정우 분). 원귀가 되어 나타난 '수홍'으로 인해 강림차사는 이승과 저승을 오가며 문제를 해결하려 모든 노력을 다한다.

원귀가 된 '수홍'(김동욱 분)과 맞서는 강림차사(하정우 분). 원귀가 되어 나타난 '수홍'으로 인해 강림차사는 이승과 저승을 오가며 문제를 해결하려 모든 노력을 다한다. ⓒ 롯데엔터테인먼트


'악인들은 심판을 견디지 못하며' - <시편> 1장 5절

'저승의 법'에 의하면, 모든 인간은 사후 49일 동안 살인·나태·거짓·불의·배신·폭력·천륜 7개 지옥의 재판을 거쳐야만 하고 그 재판을 무사히 통과한 망자만이 환생해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다. 그 지옥을 과연 누가 쉽게 통과할 수 있을 것인가. 낙타가 바늘 구멍을 지나는 것 같은 그런 지옥의 관문들을 누군들 지나갈 수 있을까.

화재 현장에서 인명을 구조하다 예정대로 죽음을 맞이한 소방관 김자홍(차태현 분)은 저승에서 받아야 하는 7번의 재판 동안 그를 호위하고 변호하는 저승의 3차사인 강림차사(하정우 분), 해원맥(주지훈 분), 이덕춘(김향기 분)을 만나 이 모든 과정을 겪게 된다. 그가 알게 모르게 지은 크고 작은 죄들을 심판하는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는 궁극적으로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시간을 겪게 된다.

자홍이 주는 보편적 공감과 더불어 그를 돕는 3차사의 욕망 또한 이승에서의 욕망과 별반 다름이 없어 보인다. 천년 동안 49명의 망자를 환생시키면 자신들 역시 인간으로 환생시켜 주겠다는 염라대왕의 약속을 받은 3차사들은 자홍이 환생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쏟아 붓는다. 그 과정에서 자홍의 숨겨진 죄들이 드러나면서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딪치게 되고 이를 극복하는 과정이 이 영화의 주요 서사가 된다.

 지옥의 재판을 통과해야 하는 귀인 '자홍'(차태현 분). '자홍'은 지옥의 7개 관문을 통과해야만 하는 운명에 놓인다.

지옥의 재판을 통과해야 하는 귀인 '자홍'(차태현 분). '자홍'은 지옥의 7개 관문을 통과해야만 하는 운명에 놓인다. ⓒ 롯데 엔터테인먼트


'나의 성실함을 따라 나를 판단하소서' - <시편> 6장 8절

염라대왕(이정재 분)의 말처럼 인간은 누구나 이승에서 이런 저런 죄를 짓고 살아간다. 특히 생존의 문제로 허덕이는 사람들에겐 알면서도 불가피하게 짓지 않을 수 없는 죄들도 많을 것이다. 그렇다고 그런 죄들이 모두 면죄부를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겠지만 영화에서는 그런 에피소드를 통해 이면에 놓인 생의 고단함과 사회적 모순을 묻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억울한 죽음을 당해 원귀가 된 김수홍(김동욱 분)의 이야기는 수많은 의문사들의 상징처럼 보인다. 또 그런 사실을 은폐하고 왜곡하는 이야기도 저마다의 사연들이 이유로 제시되면서 서로 꼬리를 무는 생의 역설을 보여주기도 한다. 자홍의 재판에 그런 일들이 영향을 주게 되면서 결국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다는 인식에 이르게 된다. 자홍이 이승에서 꼭 하고 왔어야 할 일 또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부모와 자식 간의 인륜의 문제인 것이다.

억울한 망자가 되었던 수홍 역시 "지나간 슬픔에 오늘의 눈물을 허비하지 말라"며 오히려 용서와 화해의 손길을 통해 구원을 암시하기도 한다. 그런 해원이 있고서야 모든 갈등이 해소되며 가난으로, 결손이나 결핍으로 인해 고통 받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모든 존재는 인연에 의해 생겼다 사라지니 '무상(無常)'이다. 그래서 자신의 욕망에 집착하지 않으면 모든 괴로움을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 '이고득락(離苦得樂)'이며 윤회의 사슬을 벗어나 자유로운 본래의 자리로 돌아가는 길이라 한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업보에 의해 심판을 받는다. 지옥의 관문에서 용서받을 수 있는 죄가 있다면 그것은 무엇일까?

 '자홍'을 심판하는 염라대왕(이정재 분)과 판관들(오달수, 김원희 분). 염라대왕에게 용서받을 수 있는 죄가 있을까?

'자홍'을 심판하는 염라대왕(이정재 분)과 판관들(오달수, 김원희 분). 염라대왕에게 용서받을 수 있는 죄가 있을까? ⓒ 롯데 엔터테인먼트


'모든 욕망에 대한 집착을 버린 사람은 다시는 인간의 모태에 드는 일이 없을 것이다.' - <자애경>

한국적 판타지로 강림한 연기의 신(神)들 

우리가 가보지 못한 지옥의 모습은 어떻게 생겼을까? 김용화 감독은 만화적 이미지를 토대로 화산 분화구와 용암, 빙벽, 폭포 등 대자연의 낯익으면서도 낯선 풍광으로 웅장하면서도 기괴한 특유의 판타지 세계를 구현하면서 영화가 관객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요소를 최대한 활용하여 잘 짜인 액션 서사극을 창조해냈다.

여기에 카메오식의 초호화 캐스팅으로 출몰하는 연기의 신(神)들은 시종일관 볼거리와 재미를 선사한다. 장르를 넘나들며 늘 캐릭터를 자기화하는 배우 하정우는 극의 중심을 잡는다. 전체적인 호흡을 조율하고 전형적인 차사의 차가움을 유지하면서도 유머로 웃음을 유발하는 일직차사 주지훈도 인상적이다. 또 저승 3차사의 막내인 월직차사 이덕춘 역을 맡은 김향기는 감성적인 대사로 눈시울을 적시게 한다. 평범한 서민의 자식을 떠올리게 하는 캐릭터 '자홍'을 연기한 차태현 역시 사실감을 최대한 끌어올렸으며 물론 절대적인 카리스마를 내뿜는 염라대왕을 연기한 이정재는 대체불가를 떠올릴 정도로 포스 만점이었다. 이외의 명배우들은 극장에서 직접 확인하시라.

신과함께 하정우 이정재 차태현 신남영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시인, 리뷰어. 2013년 계간 <문학들> 신인상으로 등단, 시집 <명왕성 소녀>(2023), <물 위의 현>(2015), 캘리그래피에세이 <캘리그래피 논어>(2018), <캘리그래피 노자와 장자>, <사랑으로 왔으니 사랑으로 흘러가라>(2016)를 펴냈습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