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리즈 5차전, 긴장감이 흐르던 잠실야구장, 공 하나면 시즌이 끝날 수 있는 상황에서 KIA 양현종이 다시 마운드에 올랐다. 이윽고, 양현종은 있는 힘껏 힘차게 초구를 던졌고, 타석에 있던 김재호는 그 공을 그대로 받아 올렸다. 공은 그대로 포수 김민식의 미트에 빨려 들어갔고, 결국 2017시즌 KBO리그 우승은 KIA 타이거즈에게 돌아감과 동시에 길고 길었던 시즌은 종료되었다.

항상 그래왔듯이, 시즌 전부터 프로야구는 세기의 관심사였고, 시즌 후 '2년 연속 800만 관중'이라는 기록이 이를 입증하였다. 비록 이번 시즌 우승은 KIA 타이거즈가 차지하였지만, 다른 9개 구단 모두 팀 당 144경기, 총 720경기를 끝까지 최선을 다해 시즌을 마무리지었다.

정규시즌 총 720경기 이외에도, 시범경기나 올스타전 또는 가을야구 등 많은 경기가 이루어졌던 프로야구였지만, 많은 팬들에게는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나 키워드가 있을 것이다. 그 중에서 몇 가지를 골라 다시 한 번 2017시즌 프로야구를 추억해 본다.

'8년 만의 통합우승, 2017시즌 챔피언' KIA 타이거즈

KIA 타이거즈, 2017시즌 프로야구 통합우승 2017시즌은 KIA 타이거즈를 위한 해라고 해도 무방할 따름이다.

▲ KIA 타이거즈, 2017시즌 프로야구 통합우승 2017시즌은 KIA 타이거즈를 위한 해라고 해도 무방할 따름이다. ⓒ 황은규


2017시즌은 KIA 타이거즈만을 위한 시즌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시즌 개막 이후 KIA는 줄곧 1위만을 달려오며 8년 만의 우승이라는 꿈을 키워왔고, 결국 그 꿈은 현실이 되었다. 비록 시즌 말미에 잠깐 주춤하여 2위 두산 베어스에게 잠깐 공동 1위를 내 주었던 적도 있지만, 바로 다음 날 경기인 kt 위즈와의 경기에서 승리한 이후, 시즌 마지막 경기까지 한 번도 1위를 내주지 않으며 결국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 2009년 정규시즌 우승 이후 8년 만의 정규시즌 우승이었다.

정규시즌 우승으로 한국시리즈에 직행하게 된 KIA는 플레이오프에서 NC를 꺾고 온 두산 베어스와 결승에서 승부를 짓게 된다. 지난 시즌, 통합우승을 하였던 두산 베어스에게는 이번 정규시즌의 아쉬움을 씻어버릴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었지만, 결국 KIA에게 1승 후 내리 4패를 기록하게 되며 KIA라는 문턱 앞에서 또다시 좌절하게 된다.

이로써 기아는 8년 만의 통합우승이자 11번째 우승을 기록하게 되었다. KIA 타이거즈의 20승 선발투수 양현종은 시즌 MVP와 한국시리즈 MVP를 동시에 거머쥐었으며, 투수 부문 골든글러브 수상까지 안으며 이번 시즌 최고 선수라는 영예까지 얻게 되었다. 양현종 이외에도, 외야 부문에서는 최형우와 버나디나, 2루수 부문에서는 안치홍, 유격수 부문에서는 김선빈이 수상하게 되면서 KIA로서는 팀 우승 이외에도 많은 경사를 얻게 되었다.

'아아아 이승엽, 전설이 되어라', 레전드 이승엽의 은퇴

 3일 저녁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 이승엽의 은퇴식에서 이승엽이 행사 중 감회에 젖어 눈물을 흘리고 있다

3일 저녁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 이승엽의 은퇴식에서 이승엽이 행사 중 감회에 젖어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연합뉴스


"아아아 이승엽 삼성의 이승엽~ 아아아 이승엽 전설이 되어라."

2017년 10월 3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과 넥센과의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이승엽이 타석에 들어서자, 경기장을 꽉 채운 관객들이 일제히 일어나 이승엽의 응원가를 부른다. 이윽고 이승엽은 넥센 선발투수 한현희의 공을 그대로 잡아당겨 연타석 홈런을 만들어냈고, 이 홈런이 이승엽의 467호 홈런이자, 한일 통산 626홈런, 그리고 이승엽의 선수 생활 마지막 홈런이었다.

2017시즌 시작 전부터 이승엽은 시즌 후 은퇴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왔다. 이로써 2017년은 KBO리그 통산 타율 0.302, 2156안타, 467홈런, 1498타점이라는 전무후무한 성적을 기록한 한국 프로야구 레전드 이승엽을 마지막으로 볼 수 있는 시즌이 되었다.

KBO리그는 MLB의 사례를 참고해 은퇴하는 프로야구 레전드, 이승엽을 위하여 '은퇴 투어'라는 행사를 기획하게 되었고, 한화의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의 첫 번째 은퇴투어를 시작으로, KBO리그 각 구단마다 이승엽과의 마지막 경기를 기념하는 은퇴투어를 실시하였다. 그리고 이승엽은 마지막 은퇴투어, 즉 자신의 은퇴식이었던 경기에서 첫 타석과 두 번째 타석에서 자신의 466호 홈런과 467호 홈런을 쏘아내며 화려하게 선수 생활을 마무리지었다.

삼성 라이온즈는 이러한 이승엽을 위해 성대하게 은퇴식을 치러주었고, 이승엽의 등번호였던 36번을 영구결번으로 지정하였다. 이제 삼성 라이온즈의 36번은 영원히 이승엽의 번호로 기억될 것이다.

프로야구 심판 금품 수수 사건


2017시즌 프로야구에는 항상 좋은 일만 있었던 것들은 아니다. 많은 팬들의 구설수에 올랐던 사건들도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최규순 전 프로야구 심판의 프로 구단 상대 금품수수' 사건이었다. 지난해 한 언론사가 취재를 통해 밝혀낸 이 사건은 최근 프로야구 심판을 관둔 한 베테랑 심판이 주기적으로 구단들에게 돈을 요구했다는 것으로, 당시에는 구단이 밝혀지지 않은 상태였으나, 지난 7월 '프레시안'의 보도를 시작으로 하여 총 4개 구단이 최 전 심판에게 돈을 송금했다고 밝혀졌다.

 금품수수 관련 문제로 구설수에 오른 최규순

금품수수 관련 문제로 구설수에 오른 최규순 ⓒ 황은규


보도와 동시에 많은 팬들은 프로야구 구단들이 심판과의 거래가 있었다는 점을 토대로 심판 매수설을 제기하기도 하였으나, 최근 무혐의로 결론났다. 그러나, 대가성이 없었다 하더라도, 한 경기의 승부를 결정지을 수 있는 심판과의 돈거래는 상식에 맞지 않다는 행동이라며 많은 팬들은 문제가 되었던 구단들을 질타하기도 하였다.

'역대 최초', 'KBO리그 n번째', 짜릿한 여러 기록의 순간들

선수가 기록을 세우는 순간은 선수 자신뿐만 아니라 팬들에게도 짜릿한 순간으로 다가온다. 2017시즌 한 해 역시, 지난 여러 시즌과 같이 많은 기록들이 새로 갱신되고, 세워지기도 하였다. 그 중에서도 가장 눈 여겨볼 만한 기록은 '사이클링 히트'다.

한 경기에서 안타-2루타-3루타-홈런을 기록해야 달성할 수 있는 사이클링 히트는 KBO리그 사상 역대 24번째밖에 나오지 않는 대기록이다. 이런 대기록이 이번 2017시즌에는 3번이나 쓰였다. 서건창(역대 22번째, vs 두산 베어스), 정진호(역대 23번째, vs 삼성 라이온즈), 버나디나(역대 24번째, vs KT 위즈)가 그 주인공들이다.

사이클링 히트라는 대기록 이외에도, 김태균의 세계 최초 연속 경기 출루(86경기), 롯데 자이언츠 팀 최다승(80승), 두산 베어스 구단 최초 20-20(박건우), 나성범 통산 100홈런 등 너무 많아 일일이 나열하기 힘들 만큼 많은 기록들이 2017시즌에 쓰였다. 하지만 기록은 깨라고 있는 법, 이렇게 쓰인 기록들이 과연 내년 시즌에는 깨질 수 있을지, 또는 내년 시즌에도 이런 대기록들이 나올지도 주요 관심 포인트다.

또 하나의 재미, '2018시즌을 위한 스토브리그'

 영원히 롯데 자이언츠의 프랜차이즈 스타로 남을 것만 같았던 강민호의 이적은 롯데팬뿐만 아니라 많은 팬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영원히 롯데 자이언츠의 프랜차이즈 스타로 남을 것만 같았던 강민호의 이적은 롯데팬뿐만 아니라 많은 팬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 삼성 라이온즈


2017시즌이 종료돼도 야구팬들에게는 아직 하나의 재미가 더 남아있다. 바로 다음 시즌을 준비할 수 있는 '스토브리그'이다. 스토브리그는 프로야구의 겨울철 등의 시즌 오프 시기에 선수의 획득이나 이동 등을 둘러싸고 팀 사이에 벌어지는 동향을 말하며, 주로 FA(프리 에이전트) 시장을 말하지만, 이번 스토브리그에는 2년마다 펼쳐지는 2차 드래프트가 열린다.

지난 11월 22일, 서울 양재동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2017 KBO 2차 드래프트'에서는 KT의 최대성(두산), LG의 이병규(롯데), 손주인(삼성), KIA의 고효준(롯데) 등 이름이 알려진 선수들부터 두산의 이성곤(삼성), SK의 최정용(KIA) 등 많은 유망주들 역시 팀을 옮겼다.

또한 현재 가장 큰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2018 FA 시장에서는 손아섭(롯데, 4년 98억)과 정의윤(SK, 4년 29억)과 같이 팀에 잔류하는 반면, 롯데 자이언츠의 강민호(삼성, 4년 80억)이나 해외파 황재균(KT, 4년 88억), 김현수(LG, 4년 115억)과 같이 대물급 FA 선수들의 이적 소식까지 들려오면서 많은 팬들에게 놀라움을 주고 있다.

아직, 김주찬(KIA), 김승회(두산), 최준석(롯데) 등의 선수들의 계약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있지만, 아직 이들이 어디로 향할지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이제 종료된 2017시즌, 2018시즌 더 높은 곳을 향하여

이제 FA시장도 막바지를 향해 가면서 각 구단들은 2018시즌을 준비하게 된다. 마무리캠프를 완료한 각 구단들은 이제 스프링캠프를 떠나게 된다. 주전급 선수들부터 미래의 주전이 될 신인급 선수들까지 꾸려 각 팀들은 스프링캠프에서, 조금 더 자원을 다지고, 내년 시즌의 스타가 될 선수들을 발굴하는 작업을 펼친다.

좋은 일도 있었지만, 구설수에 오른 일도 많았던 2017 KBO리그 프로야구, 과연 내년에는 어떠한 스타가 새로 발굴되고, 어떠한 팀이 패권을 잡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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