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민병헌 선수와 FA 계약 롯데 자이언츠가 프리에이전트(FA) 민병헌 선수와 4년 총액 80억 원의 조건으로 FA 계약을 체결했다고 28일 전했다. 사진은 롯데 유니폼을 입은 민병헌.

▲ 롯데, 민병헌 선수와 FA 계약 롯데 자이언츠가 프리에이전트(FA) 민병헌 선수와 4년 총액 80억 원의 조건으로 FA 계약을 체결했다고 28일 전했다. 사진은 롯데 유니폼을 입은 민병헌. ⓒ 연합뉴스


2017년 겨울 롯데 자이언츠는 FA 시장에서 최상의 성과를 보이진 못하고 있다. 우선 내부 FA였던 주전 포수 강민호(현 삼성 라이온즈)를 붙잡는 데 실패했다. 4년 전 재계약 이후 강민호가 녹슬지 않은 기량으로 롯데에서 없어서는 안 될 포수로 출전 경기도 많았던 만큼 삼성이 계약했던 규모(4년 80억 원)와 같은 조건을 제시했으나 재계약을 하지 못했다.

1년 전 롯데에서 FA 자격을 획득했으나 메이저리그 도전을 선언했던 내야수 황재균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서 스프링 캠프 초청선수로 시작해 꿈을 향한 도전의 시즌을 보냈다. 그러나 최종적으로 40인 보호선수 명단에 포함되지 못하고 트리플A에서 시즌을 마무리하게 되면서 황재균은 KBO리그 복귀를 선언했고, 이후 kt 위즈와 계약하면서(4년 88억 원) 롯데는 황재균까지 붙잡지 못한 셈이 됐다.

물론 롯데는 일본과 메이저리그에서 뛰었던 이대호를 지난 겨울 4년 150억 원이라는 초대형 계약으로 영입하며 이대호가 KBO리그로 복귀하게끔 하는 신의 한 수를 던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롯데는 이번 겨울에 강민호와 황재균을 붙잡지 못하면서 KBO리그에 FA 제도가 도입된 이래 내부 FA 출혈만 10명을 넘기는 최초의 팀이 됐다.

강민호의 공백으로 롯데는 주전 포수를 새롭게 키워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또한 공격형 포수 강민호의 역할로 인하여 타선에도 큰 공백이 생겼다. 하지만 롯데는 11월 28일 FA 외야수 민병헌과 4년 80억 원에 계약하면서 타선에서의 공백은 일단 메우게 됐다.

그동안 FA 대어 많았던 롯데, 특정 선수 의존 경향 강해

최근 몇 년 동안 롯데는 FA 대어들을 유난히 잘 붙잡지 못했다. 외야수 김주찬은 KIA 타이거즈로 떠났고, 선발투수 장원준은 두산 베어스로, 그리고 이번 겨울에는 강민호와 황재균을 놓쳤다. 롯데가 현재 붙잡은 선수들까지 포함하면 그동안 롯데가 배출한 FA 선수들 중에서 역대 계약 규모로 따졌을 때 상위권 선수들이 상당히 많다.

역대 FA 최고 금액은 이대호(내야수)의 4년 150억 원이다. 현재 KBO리그 FA 시장에서 100억 원 이상 규모의 계약을 체결한 선수는 이대호와 최형우(KIA 타이거즈 4년 100억 원) 2명이며, 2건 모두 2016-2017 겨울 시장에서 체결된 계약들이다.

역대 3위 금액은 11월 26일에 체결된 손아섭(외야수)의 4년 98억 원이다. 그리고 이번 겨울에 황재균이 4년 88억 원 계약으로 역대 7위를 기록했으며, 두산으로 이적한 장원준도 4년 84억원으로 공동10위를 찍었다. 롯데에서 배출한 전현직 FA 선수들이 역대 FA 규모 10위 안에 4명이나 배출됐다.

물론 롯데는 2017년 정규 시즌 3위로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하긴 했다. 그러나 FA 제도가 도입된 이후 2000년대에 8위-8위-8위-8위-5위-7위-7위에 그쳤던 시기가 있었던 만큼 이렇게 FA 대어급 슈퍼 스타가 많았다는 점이 뭔가 낯설기도 하다.

이렇게 된 배경은 롯데의 팀 구조를 살펴보면 어느 정도 알 수 있다. 롯데는 특정 주전 선수들에 의존하는 현상이 다른 팀들에 비해 유난히 강한 팀이다. 선수층이 얇다 보니 삼성으로 이적한 강민호의 경우도 체력 소모가 큰 포수임에도 거의 대부분의 경기를 선발 출전해야 했을 정도로 눈에 띄는 대체 자원 선수가 적었다.

선수층이 두터운 팀들은 여러 선수들이 돌아가며 출전하며 골고루 기량을 향상시키는 데 비하여, 롯데는 거의 매일 나오던 선수들만 계속 출전하는 셈이다. 결국 기량이 좋은 선수들은 그 만큼 누적 기록을 쌓아가면서 더 좋은 기록이 나오면서 몸값이 올라가고, 다른 선수들은 그만큼 기량 축적의 기회가 줄어들었다.

결국 롯데는 강민호, 손아섭, 이대호, 황재균 등 야수들을 중심으로 A급 FA 선수들이 대거 배출됐다. 그리고 이들이 자리를 비웠을 때 그 전력 차이가 너무나 컸다. 이대호가 일본으로 떠난 뒤 최준석을 FA로 영입했지만, 최준석은 수비에서 차이가 커 주로 지명타자로 출전했다.

외부 FA 외야수 최대어 민병헌, 롯데 타선에 합류

1987년생 외야수 민병헌은 서울 덕수고등학교 출신으로 신인 드래프트 2차 지명에서 2라운드 전체 14순번으로 두산 베어스에 지명됐다. 군 복무는 2011년과 2012년 경찰청에서 수행했으며, 현재 KBO리그 외야수들 중에서 오른손 타자로서의 가치가 가장 높은 선수다.

2015년 프리미어 12에서만 봐도 국가대표 외야수 엔트리를 보면 민병헌을 제외하면 나머지 외야수 자원들이 모두 왼손 타자였다(김현수, 나성범, 손아섭, 이용규, 최형우 등). 2017년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에서는 박건우(우, 두산 베어스)가 합류했으며, 이제 박건우는 두산에서 민병헌의 빈 자리를 채워야 하는 중책을 맡게 됐다.

김현수처럼 원래 오른손잡이임에도 타격을 왼손으로 하는 우투좌타 자원들도 크게 늘었다(수비는 오른손, 타격은 왼손으로 함). 이 때문에 오른손 투수가 다수인 리그에서 왼손 타자 자원이 많아지면서 반대로 오른손 타자 자원이 희귀해지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이로 인한 희소 가치 덕분에 이번 겨울 FA 시장에서 민병헌은 외야수 최대어가 될 수 있었다.

민병헌은 현재까지 KBO리그 1군 경기에 1096경기 출전 통산 타율 0.299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최근 5년 연속으로 타율이 3할을 넘기고 120안타도 꾸준히 넘겼다. 2014년에는 타율 0.345에 162안타(리그 3위)에 OPS 0.895를 기록하는 등 최고의 시즌을 보냈으며, 2016년에는 16홈런 87타점 98득점을 기록하는 등 장타가 더 향상되는 모습도 보였다.

민병헌 영입한 '큰 손' 롯데, 최근 3년 FA 시장에서만 476억 투자

이번 겨울 FA 시장에서 롯데는 사실상 내부 대형 FA를 2명이나 잃었다. 황재균의 경우 1년 동안 메이저리그 팀에서 뛰었다고 하지만 KBO리그 FA 자격이 다시 발효된 것이었기에 이번에 kt로부터 보상선수(조무근)를 받게 된 것이다.

또한 지난 겨울 황재균이 메이저리그에 도전하기 위해 롯데를 떠났는데, 그 지난 겨울에 롯데는 장기간 해외로 떠나 있었던 이대호를 돌아오게 하는 데 성공했다. 최근 2년의 FA 시장에서 롯데는 결국 2명의 선수(강민호, 황재균)를 떠나보낸 대신에 2명의 선수(민병헌, 이대호)로 그 빈 자리를 메운 셈이다.

당장 포수 자리에서 강민호 자리를 대체할 자원들을 주전급으로 키워내야 하는 것이 롯데의 당면과제인 가운데, 민병헌의 영입은 그동안 롯데 타선에 큰 숨통을 불어넣어 줄 전망이다. 또한 수비 기량 성장이 우선인 포수의 역할을 감안하면, 새롭게 성장해야 할 포수 자원들이 타격에 대한 부담을 줄이고 포수로서의 기량 향상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류현진(현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이 떠난 뒤, 한동안 FA 시장에서는 한화 이글스가 FA 시장의 '큰 손'으로 활약했다. 그러나 사실상 김성근 감독 체제가 실패한 지난 겨울부터 그 "큰 손"의 역할은 한화가 아닌 롯데로 바뀌었다. 롯데는 올 겨울만 해도 벌써 188억 원을 투자했으며, 최근 3년 동안 무려 476억 원을 던졌다.

2년 전부터 롯데는 심상치 않았다. 해외파 최초의 FA였던 선발투수 송승준과 4년 40억 원 재계약한 것을 시작으로 마무리투수 손승락과도 4년 60억 원에 계약했으며, 윤길현도 4년 38억 원에 영입했다. 2015년 겨울에 시작된 롯데의 이러한 행보는 시작에 불과했다.

2016년 겨울 롯데는 FA 시장에서 조용히 지켜보는 듯 싶었지만, 단숨에 계약 한 건으로 또 한 번 '큰 손'이 됐다. 일본과 메이저리그에서 뛰던 내야수 이대호를 4년 150억 원으로 통 크게 붙잡은 것이다. 계약 규모 2위가 100억 원(최형우, KIA 타이거즈)인 점을 감안하면 이대호의 계약 규모는 앞으로도 깨지기 힘든 기록이다.

그리고 이번 겨울에는 내부 FA 외야수 손아섭에게 98억원을, 민병헌에게 80억 원을 투자했다. 더 이상 외부 영입으로의 출혈은 보상선수까지 각오해야 하기 때문에 힘들겠지만, 롯데는 아직 이우민(외야수)과 최준석(지명타자)까지 내부 FA 2명이 더 남았기 때문에 이들과의 협상에 집중해야 한다.

이우민과 최준석의 계약까지 감안한다면 롯데는 올 겨울 FA 시장에서만 무려 200억 원을 넘게 지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는 이번 겨울 남은 내부 FA는 모두 잡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이들과의 성의 있는 계약까지 감안하면 롯데는 한동안 빈 지갑을 봐야 할 각오를 할 수도 있다.

이전까지 최고 지출은 2015년 겨울에 이뤄졌던 한화의 191억 원이었다. 당시 한화는 김태균(84억 재계약), 정우람(84억), 심수창(13억), 조인성(10억) 등과의 계약으로 시즌 마지막 날 아쉽게 탈락했던 김성근 전 감독의 어깨에 화끈한 힘을 넣어주었으나 성적은 더 하락하고 말았다.

민병헌 보낸 두산의 상황, 남은 외야 최대어 김현수는?

이제 FA 시장에서 KBO리그 외야수 자원은 김주찬, 이우민, 이종욱, 정의윤, 이대형이 남아있다. 그리고 메이저리그에서 FA 자격을 얻은 김현수까지 포함하면 6명의 자원이 있다. 김주찬, 이우민, 이종욱, 정의윤 등은 모두 재자격을 얻은 베테랑들로 이들이 다른 팀에 이적할 경우 보상선수 출혈이 클 것으로 보여 대부분 원소속팀과 재계약할 가능성이 높다.

이대형의 경우는 조금 난감하다. 이대형은 시즌 후반기에 전방십자인대가 파열되어 시즌을 접었고, 십자인대 재건수술을 받았기 때문에 재활에만 최소 1년이 소요된다. 이대형과 계약하려면 사실상 내년에도 그를 활용할 수 없는 시나리오까지 각오하고 계약해야 한다.

김현수의 경우 다른 많은 팀의 관심을 갖고 있다. 특히 김현수의 이전 소속 팀 두산의 잠실 라이벌 LG 트윈스는 외부 영입에 대해 김현수가 아니면 관심이 없다고 표현하는 등 김현수에 대한 관심이 크다. 이번 겨울 FA 시장에서 LG 출신 선수가 아무도 없었던 점으로 인해 LG가 이번 시장에서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기도 했다.

김현수가 내년에도 메이저리그에서 도전을 이어갈 경우 2년 전과 같은 메이저리그 신분 보장 계약은 장담할 수 없다. 당시 김현수는 플래툰 경쟁자 조이 리카드에게 밀려 마이너리그행을 권유받기도 했지만 마이너리그 거부권을 사용하면서 그나마 메이저리그 신분이 보장된 채 생존 경쟁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김현수는 2017년 입지가 더욱 좁아졌고, 결국 젊은 외야진으로 세대 교체를 진행하고 있는 필라델피아 필리스에서 4번째 외야수로 활약하며 시즌을 마무리했다. 내년에도 메이저리그에서 도전하려면 마이너리그 계약으로 스프링 캠프에는 초청 선수 자격으로 참가해야 하는 게 현실적인 상황인데, 그렇게 될 경우 메이저리그 진입 가능성이 더 낮아진다.

현재 FA 시장에서 삼성 라이온즈는 강민호 영입과 권오준 재계약만 마치고 철수한 상황이다. SK 와이번스도 정의윤과의 재계약 협상 이외에는 큰 움직임이 없으며, 민병헌 영입과 손아섭 재계약을 이뤄낸 롯데도 더 이상 외야에 자리가 없다.

리빌딩을 시작한 한화 이글스는 내부 재계약을 추진하는 베테랑 3명과의 협상도 벅차며, 넥센 히어로즈는 내부 FA 채태인(외야수)도 잡지 않을 정도로 FA 투자 여력이 부족하다. 넥센이 굳이 투자를 했다면 27일 메이저리그에서의 복귀를 선언한 박병호(내야수) 정도다. 황재균을 영입한 kt 위즈 역시 더 이상의 외부 영입에 대한 큰 의지는 없다.

NC 다이노스는 김현수와 관련된 영입설과 트레이드설에 휘말렸지만 유영준 단장이 직접 그런 일이 없다며 못을 박았다. NC도 이번 겨울에 내부 FA만 3명(손시헌, 이종욱, 지석훈)이기 때문에 그들과의 협상에 집중해야 할 시기다. 한국 시리즈 챔피언 KIA 타이거즈도 김주찬(외야수), 양현종(선발투수)과의 재계약 협상 이외에는 큰 움직임이 없다.

결국 김현수가 KBO리그 복귀를 선택할 경우 그 선택지는 잠실 연고 팀인 두산과 LG 정도가 된다. LG의 경우 팬들의 비난까지 감수하면서 베테랑들의 자리를 정리하고 리빌딩에 들어가는 상황이라 팀 전력에 큰 도움이 될 A급 선수 영입이 아니고서는 FA 시장에서 지갑을 열 가능성이 극히 적다.

김현수의 고향 팀이라 할 수 있는 두산은 이번 겨울 FA 시장에서 민병헌을 떠나보냈다. 하지만 민병헌이 없어도 두산의 외야진에는 김재환, 박건우 등이 중심 타선에서 활약하고 있으며 지난해 히트 포 더 사이클을 기록했던 정진호, 장타력 좋은 국해성, 주루 능력 뛰어난 조수행 등의 자원들이 많다. 후자의 3명이 아직 백업이었지만 충분히 주전으로 성장할 수 있는 선수들이다.

게다가 두산은 9개월만 버티면 정수빈(경찰청 복무중)이 전역한다. 굳이 민병헌을 잡지 않더라도 외야수 자원이 넘쳐나는 두산의 타선을 감안하면, 김현수 영입에 있어서 굳이 그를 붙잡고 매달릴 필요까지는 없다. 일단 김현수도 메이저리그 도전을 계속하겠다는 뜻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만일 돌아온다고 할 경우 계약 협상을 진행할 가능성은 있다.

다만 민병헌이 그 동안 맡던 두산의 1번타자 역할을 누가 맡을지는 아직 장담할 수 없다. 롯데에서 받아올 보상선수와 보상금 정도로는 쉽게 해결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김현수가 메이저리그에서 잠시 톱타자 역할을 맡은 적이 있었으나 김현수의 두산 시절 포지션은 중심 타선이었기 때문에 이 역할이 크게 맞지 않을 수도 있다.

민병헌의 롯데 이적으로 이제 FA 시장은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A급 선수들의 계약이 대부분 끝났고, 준척급 선수들이나 베테랑 선수들과의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 남은 FA 선수들의 행보가 어떻게 이어질지 그리고 또 하나의 변수가 될 김현수의 행보는 어떻게 될지 지켜보자.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KBO리그 스토브리그 FA계약 롯데자이언츠 민병헌롯데이적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