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경 선수(상하이 광밍유베이)

김연경 선수(상하이 광밍유베이) ⓒ 인스포코리아


김연경의 중국 리그 도전이 또 한 편의 드라마가 될 조짐이다.

5년 전인 2012년 런던 올림픽. 한국과 중국은 B조 예선 라운드에서 맞대결했다. 당시 한국은 중국에 세트 스코어 2-3으로 아깝게 패했다.

한국은 김연경이 32득점으로 양 팀 통틀어 최다 득점을 올렸다. 이어 한송이 16득점, 양효진 14득점, 김희진이 13득점을 기록했다. 중국은 후이뤄치 20득점, 마윈원 13득점, 장레이가 12득점을 올렸다.

또한, 당시 중국의 백업 세터는 현 상하이 주전 세터인 미양이었다. 미양은 한국과 경기에 출전하지 않았지만, 그 자리에 함께 있었다.

그렇게 네트를 사이에 두고 한국과 중국을 대표해 맞서 있었던 김연경(30세·192cm)과 마윈원(32세·190cm), 장레이(33세·182cm), 미양(29세·180cm). 그들이 지금은 같은 팀에서 한솥밥을 먹고 있다.

특히 마윈원은 김연경이 터키 리그 페네르바체와 중국 리그 상하이를 놓고 고민할 때, 가장 적극적으로 상하이행을 권유할 정도로 절친이 됐다.

김연경은 최근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마윈원은 예전부터 친했던 친구라 상하이로 올 때 이 선수의 영향이 좀 있었다"며 "매일 제게 연락해서 상하이로 오라고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마윈원, 어머니 살리기 위해 '골수 이식 수술'

 2012 런던 올림픽 중국 대표팀의 마윈원(15번)과 장레이(17번)

2012 런던 올림픽 중국 대표팀의 마윈원(15번)과 장레이(17번) ⓒ 국제배구연맹


그러나 마윈원은 배구 코트에서 더 이상 못 볼 뻔했다. 본인의 부상과 가족의 불행이 겹치면서 지난 시즌 단 한 경기도 출전하지 못했다.

마윈원은 지난해 위중한 어머니를 살리기 위해 본인의 골수 이식 수술까지 했다. 그럼에도 어머니는 병세를 극복하지 못하고 끝내 운명했다.

그런 큰 아픔과 상처를 겪었음에도 불굴의 의지와 체력 훈련을 통해 다시 코트로 돌아왔다. 그것도 올 시즌 개막 이후 전 경기에 출전해 전 세트를 풀로 뛰고 있다. 주전 센터로서 이동 속공, 블로킹 등으로 알토란 같은 득점력을 발휘하고 있다. 기적 같은 부활이다.

장레이도 명성에 걸맞지 않게 지난 시즌 대부분의 경기에서 세트 중간에 교체 멤버로 투입됐다. 라이트 선발 주전은 외국인 선수인 사라 파반(캐나다·196cm)과 친쓰위(24세·184cm) 몫이었다. 한때는 곧 은퇴할 것으로 전망되기도 했다.

그러나 김연경이 가세한 이후 장레이는 경기력과 투지가 어느 때보다 활기차다. 팀이 어려울 때마다 교체 멤버로 들어가 노련하고 순도 높은 공격력으로 분위기 반전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큰 경기에 강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강호 저장, 톈진전에서 친쓰위가 부진하자 경기 초반부터 교체 멤버로 들어갔다. 그리고 각각 7득점, 11득점을 올리며 승리에 크게 기여했다.

장레이의 반전 활약이 없었다면, 두 강호를 모두 꺾는 일이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런던 올림픽 중국 국가대표 주전 라이트로서 관록과 기량이 살아 있음을 증명해 보인 것이다.

김연경·마윈원·장레이 하모니, '우승 서사시' 쓸까

마윈원과 장레이 두 고참 선수에게 김연경은 창문 틈으로 들어온 찬란한 햇살과도 같다. 배구 인생의 끝자락을 화려하게 장식할 수 있는 기회도 함께 찾아왔다.

김연경에게도 두 선수의 복귀와 부활은 천군만마가 아닐 수 없다. 현역 중국 국가대표 선수가 단 한 명도 없는 상하이 팀이다. 과거 중국 국가대표 주전 멤버로서 화려한 명성을 갖고 있는 두 선수의 경기력 회복과 투혼은 더없이 반가운 일이다. 챔피언결정전 우승으로 가는 길에 든든한 동반자이자 조력자이기 때문이다.

한편, 김연경과 상하이는 25일 오후 4시 30분(한국시간)에 저장 팀과 1라운드 리턴 매치를 갖는다. 일주일 만에 경기다.

승리할 경우 상하이는 B조 1위와 포스트시즌 4강 플레이오프(PO) 진출 가능성이 훨씬 커진다. 2라운드(상하위 스플릿)는 1라운드에서 같은 조에 속했던 팀들과는 다시 경기를 치르지 않고, 1라운드에서의 승패와 승점을 2라운드 순위 계산에 그대로 합산하기 때문이다.

일단 출발은 기대 이상이다. 지난 시즌 정규리그 6위로 포스트시즌 진출조차 실패했던 상하이가 올 시즌은 초반부터 전승을 거두며 우승 후보로 급부상했다.

김연경을 품은 마윈원과 장레이. 그들의 하모니는 중국 리그 우승이라는 별까지 품을 수 있을까. 김연경의 중국 리그 도전은 그렇게 또 한 편의 '대서사시'를 예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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