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2018 러시아월드컵

7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2018 러시아월드컵 ⓒ 국제축구연맹 공식 홈페이지


요즘 2018 러시아 월드컵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실감한다.

2주 후면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 궁전에서 조 추첨식이 열리고, 그 이후엔 32개 본선 진출국이 자신들의 조에 속한 팀들의 정보 탐색과 그에 걸맞은 친선 경기 상대를 물색하는 데 여념 없을 것이다.

전 세계 축구팬들과 언론 그리고 수많은 베팅 업체들은 내년 6월 14일 개막전이 열리는 그 날까지 아니 월드컵 본선경기가 진행되는 그 순간까지도 16강 진출팀과 우승팀 후보팀을 예측하느라 바쁠 것이다.

역시 예상대로 영국 유력 매체인 가디언지는 월드컵 본선 진출팀이 모두 확정된 16일(한국시간) 월드컵 예상 랭킹 소식을 전했다. 이 언론은 우승 후보로 독일, 브라질, 스페인, 프랑스를 꼽았고, 최하위권 예상 팀으로는 한국, 파나마, 사우디아라비아, 호주를 꼽았다.

가디언지는 한국을 29위에 올려두면서 "손흥민 정도를 제외하면 뚜렷하게 재능 있는 선수가 부족하다"며 "2002 월드컵 재현은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현시점에서 한국축구를 냉정히 바라볼 때, 16강 진출이 힘들어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최근 콜롬비아, 세르비아 등 월드컵 본선 진출팀과의 두 차례 평가전에서 1승 1무를 기록하며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두 차례 모두 국내에서 열린 경기였고, 상대팀도 최상의 전력을 갖고 경기에 임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이 결과들만 가지고 '한국축구가 변했다' '16강 진출 가능성이 열렸다'고 논하는 것은 그야말로 어불성설이다. 

최근 두 경기에서 반전의 모습을 보여준 신태용 대표팀 감독은 자신을 둘러싼 위기에서 잠시 벗어났지만, 아직 해결해야 할 숙제들이 적지 않기에 여전히 안심할 수 없는 처지다. 

한국축구의 건승을 기원하며 

 한국축구국가대표팀의 모습

한국축구국가대표팀의 모습 ⓒ 국제축구연맹 공식 홈페이지


한국축구가 다가오고 있는 월드컵을 위해 최우선적으로 지켜야 할 원칙이 있다면 딱 네 가지다.

첫째, 실력에 근거한 선수 선발이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지만 국가대표라면 그에 걸맞은 실력을 갖춘 선수들에게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과거에 누렸던 이름값과 명성 있는 클럽에 속해 있다는 이유만으로 대표팀에 무임승차하는 사례는 단순히 월드컵 성적뿐 아니라 한국축구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더 이상 일어나선 안 된다.  

둘째, 무한 경쟁이다. 월드컵 본선 직전까지 '부동의 주전'이 없다는 메시지를 선수들에게 전달해야 한다.

몇몇 축구인들은 하루빨리 대표팀 베스트 11멤버를 확정해 월드컵 본선까지 조직력을 높여야 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일찌감치 베스트 11멤버를 확정시킨다면 팀 내에는 '누구만 선발로 출전할 수 있고, 누구는 후보 선수'라는 분위기가 형성될 것이고 결국 이는 팀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셋째는 투지다.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보여준 한국대표팀의 모습을 잠시 복기해보자. 한국은 시리아, 중국, 우즈베키스탄 등 분명 객관적인 전력상 한 수 아래로 평가받던 팀들을 상대로 졸전을 펼쳤다. 전술, 선수 선발의 문제점도 없지 않았지만 가장 근본적인 패배요인은 투지 부족이었다.

몇몇 대표 선수들은 경기 내내 '동료 선수가 더 뛰어주겠지' 하는 듯이 안일한 플레이를 일삼다 실수를 연발하는 장면을 연출했고, 이러한 행동들이 더해져 결국 팀 패배로 이어지기까지 했다. 최근 국가대표 출신의 한 축구 해설가는 경기 중계를 하던 도중 후배 대표 선수들의 투지 부족을 지적하며 언성을 높이기까지 했다.  

제아무리 뛰어난 기량을 가지고 있더라도 투지가 부족하다면 말짱 도루묵이다. 반면 기량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더라도 강한 투지와 정신력을 갖추고 있다면 엄청난 재능을 발휘할 수 있다. '투지 넘치던 꾀돌이' 이영표가 '당대 최고의 미드필더' 루이스 피구(포르투갈)를 멈춰 세웠고, 코뼈가 부러질 정도로 엄청난 투혼을 발휘한 김태영이 '세계 최고의 플레이메이커' 프란체스코 토티(이탈리아)를 막지 않았던가. 

마지막으로 일부 축구팬들의 비상식적인 태도에 대해서 말해본다.

최근 국내 주요 포털사이트와 축구 전문사이트 등을 살펴보다 보면 대표팀에 대한 합리적인 비판보다는 각종 헐뜯기 글들이 판을 친다.

외모 비하부터 시작해 가족과 여자친구 그리고 출신까지 거론하며 선수와 감독에게 원색적인 비난글을 가하는 팬들이 적지 않다. 선수들에게 동기부여가 되고 건전한 축구여론을 형성해야 할 축구 토론장이 되려 한국 축구를 망치고 선수들에게까지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인터넷 공간뿐만이 아니다. 한국축구 최상위리그인 K리그 클래식에는 최근 나치 경례를 연상케 하는 팬이 있는가 하면, 그라운드로 난입해 상대 구단 직원을 폭행하는 사건도 있었다. 물론 앞으로 국가대표팀 경기에서도 이러한 불상사가 안 생긴다는 법은 없다.
 
'지상 최대의 축제' 월드컵이 이제 7개월여 앞으로 다가왔다. 본선에서의 성적도 중요하지만 그것이 지상 최대의 과제가 될 수 없다. 원칙이 바로 세워진 한국축구와 건전한 팬 문화가 형성됐을 때 월드컵 성적을 논하는 것이 더 의미 있지 않을까. 부디 한국축구의 건승을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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