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개막한 도드람 2017-2018 V리그는 시즌이 개막하기 전부터 각 구단들의 전력 평준화로 남녀부 모두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사상 초유의 순위 경쟁을 예고했다. 실제로 이같은 판도는 개막 후 이틀 동안 펼쳐진 4경기만 봐도 어렵지 않게 예측할 수 있다. 개막 이틀 동안 열린 4경기에서 무려 3번의 풀세트 경기가 펼쳐진 것이다.

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와 대한항공 점보스의 남자부 개막전만 세트스코어 3-1로 현대캐피탈이 승리했을 뿐 나머지 3경기는 모두 5세트까지 가서야 승부가 결정 났다. 지난 이틀 간 경기를 펼친 8개 팀 중에서 승점 3점을 챙긴 팀은 현대캐피탈이 유일하고 승점이 없는 팀도 대한항공 밖에 없다. 나머지 6개 팀은 많게는 2점, 적어도 1점의 승점을 챙겼다는 뜻이다.

외국인 선수의 비중이 높은 리그답게 개막 경기부터 안드레아스 포라코스(현대캐피탈)와 메디슨 리쉘(IBK기업은행 알토스), 알렉산드라 페레이라(KB손해보험 스타즈), 엘리자베스 캠벨(현대건설 힐스테이트) 등 외국인 선수들의 활약이 돋보였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공수에서 알토란 활약을 펼치며 승리를 견인한 국내 선수들도 있었다. 바로 현대가의 개막전 승리를 이끈 현대캐피탈의 이시우와 현대건설의 김연견이 그 주인공이다.

'서브 스페셜리스트' 이시우, 이젠 공격도 잘한다

 이시우가 공격에서도 힘을 보탠다면 현대캐피탈의 레프트 라인은 더욱 강해진다.

이시우가 공격에서도 힘을 보탠다면 현대캐피탈의 레프트 라인은 더욱 강해진다. ⓒ 한국배구연맹


2015-2016 시즌 준우승을 차지했다는 원죄(?)로 현대캐피탈은 2016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좋은 지명 순위를 얻지 못했다. 최태웅 감독은 현대캐피탈에게 주어진 6순위 지명권으로 성균관대의 윙스파이커 이시우를 지명했다. 어느덧 30대에 접어든 박주형의 뒤를 이을 만한 수비형 레프트 자리가 마땅치 않았기 때문에 내린 선택이었다.

하지만 문성민과 박주형, 외국인 선수 톤 밴 링크벨트로 이어지는 현대캐피탈의 공격진에서 이시우의 자리는 없었다. 하지만 최태웅 감독은 패기 넘치는 이시우를 웜업존이나 지키는 후보 선수로 놔두지 않았다. 성균관대 시절부터 정평이 나 있던 서브의 강점을 극대화해 이시우를 전문 원포인트 서버로 활용한 것이다.

그 결과 이시우는 2016-2017 시즌 정규리그 33경기에서 181개의 서브를 시도해 13개의 서브득점을 기록했다. 루키 시즌 이시우의 공격 시도가 단 24회에 불과했던 점을 고려하면 이시우가 '서브 스페셜리스트'로서 최태웅 감독에게 얼마나 큰 신뢰를 받았는지 알 수 있다. 입단 첫 시즌 날카로운 서브로 현대캐피탈의 V3에 일조한 이시우는 지난 월드리그에서 대표팀에 깜짝 선발되기도 했다.

현대캐피탈이 부상 당한 아르파드 바로티 대신 시즌 개막 직전에 새 외국인 선수 안드레아스르 영입하면서 이시우는 14일 대한항공과의 개막전에서도 벤치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이시우는 매 세트 교체 선수로 투입돼 강한 서브를 통해 대한항공의 수비라인을 흔들었고 공격에서도 뛰어난 활약을 펼치며 현대캐피탈의 개막전 승리에 큰 공헌을 했다.

이날 총 8번의 공격을 시도한 이시우는 공격으로만 6득점을 올리며 무려 75%의 높은 공격 성공률을 자랑했다. 대한항공의 블로커들이 주공격수 안드레아스와 문성민에게 집중되면서 상대적으로 견제를 덜 받은 이시우가 마음껏 공격을 할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이시우가 개막전만큼만 활약해주면 박주형의 백업이 마땅치 않은 현대캐피탈에게는 또 하나의 무기가 생기는 셈이다.

'땅콩 리베로' 김연견을 성장시킨 대표팀 경험

 3라운드 출신으로 국가대표로 성장한 김연견 리베로는 하위 라운드 선수들의 희망이다.

3라운드 출신으로 국가대표로 성장한 김연견 리베로는 하위 라운드 선수들의 희망이다. ⓒ 한국배구연맹


배구 선수라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 작은 키(164cm). 세계적인 명성을 가진 '배구 여제'의 이름을 쓰려다 오타가 난 거 같은 독특한 이름. 1라운드 지명 선수들도 살아남기 힘든 프로무대에서 3라운드 5순위로 지명됐던 철저한 무명 선수. 현대건설의 2015-2016 시즌 우승을 이끈 주전 리베로이자 국가대표 차세대 리베로 1순위 김연견의 프로필이다.

2011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3라운드로 힘들게 프로에 입문한 리베로는 데뷔 2년 차 시즌부터 주전 리베로 자리를 차지했다. 하지만 2013-2014 시즌 손등 골절로 시즌 절반 가량을 날리며 팀 추락의 단초를 제공하고 말았다. 2014-2015 시즌 무사히 코트로 돌아온 김연견은 2015-2016 시즌 현대건설의 수비를 지휘하며 두 번째 우승을 이끌었다.

그리고 올해 6월에는 드디어 생애 처음으로 대표팀에 선발돼 국제대회에서도 기죽지 않고 안정된 수비를 뽐냈다. 김수지(기업은행)에 가려 있긴 하지만 김연견 역시 비시즌에 열린 4번의 국제대회에 빠짐없이 출전했다. 김해란과 남지연(이상 흥국생명)의 뒤를 이을 여자배구 차세대 리베로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것이다.

김연견은 KGC인삼공사와의 대전 개막전에서도 주전 리베로로 출전해 풀타임을 소화하며 몸을 사리지 않는 수비로 현대건설의 역전승을 이끌었다. 물론 인삼공사의 서브가 엘리자베스와 황민경에게 집중되는 바람에 리시브할 기회는 많지 않았지만 58.82%의 높은 리시브 성공률을 기록했고 무려 34개의 디그를 성공시키며 현대건설의 수비를 이끌었다.

현대건설은 전통적으로 공격력과 블로킹이 뛰어나지만 리시브나 디그, 즉 수비에서는 다소 약점을 보이는 팀이다. 하지만 인삼공사와의 첫 경기에서 현대건설은 무려 117개의 디그를 기록했고 수비의 두 축을 이루는 김연견과 황민경이 54개의 디그를 합작했다. 국가대표 리베로 김연견과 국가대표 살림꾼 황민경으로 수비진을 꾸린 이번 시즌 현대건설의 수비는 어느 팀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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