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메이저리그 포스트 시즌의 2번째 라운드인 디비전 시리즈(5전 3선승제)가 모두 마무리됐다. 4개의 시리즈 중 2개의 시리즈가 5차전까지 가는 혈투를 펼친 까닭에 시리즈 편성 마지막 날이 되어서야 3번째 라운드인 리그 챔피언십 시리즈(7전 4선승제) 대진표 작성이 끝났다.

아메리칸리그에서는 지난 해 리그 챔피언이었던 클리블랜드 인디언스가 뉴욕 양키스에게 5차전 접전 끝에 패하면서 와후 추장의 저주가 이어졌다. 휴스턴 애스트로스는 보스턴 레드삭스를 꺾고 2005년 이후 처음이자 리그를 옮긴 이후 처음으로 챔피언십 시리즈에 진출했다.

내셔널리그에서는 승률 전체 1위 로스앤젤레스 다저스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를 상대로 시리즈 스코어 3-0을 기록하며 4개의 시리즈 중 유일한 스윕 시리즈를 만들어냈다. 워싱턴 내셔널스와 디펜딩 챔피언 시카고 컵스가 격돌한 디비전 시리즈는 10월 13일(이하 한국 시각) 5차전 혈투 끝에 컵스가 1점 차 승리를 거뒀다.

아메리칸리그에서 애스트로스와 양키스, 내셔널리그에서 다저스와 컵스가 각각 리그 챔피언 및 월드 시리즈 진출 티켓을 놓고 7전 4선승제의 대결을 벌이게 됐다.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 시리즈는 14일부터 텍사스 주 휴스턴의 미닛 메이드 파크에서 시작되며, 내셔널리그 챔피언십 시리즈는 15일부터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 스타디움에서 시작된다.

다 쏟아 부었던 컵스, 당장 NLCS 1차전 선발도 미정

애스트로스와 양키스의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 시리즈도 큰 관심거리가 되겠지만, 상대적으로 더 큰 관심을 모으는 시리즈는 다저스와 컵스의 내셔널리그 챔피언십 시리즈다. 두 팀은 2016년에도 챔피언십 시리즈에서 서로 대결한 적이 있었다. 당시는 6차전까지 가는 승부 끝에 컵스가 4승 2패를 거두며 1945년 이후 71년 만에 월드 시리즈 무대에 올랐고, 월드 시리즈 7차전 연장 혈투 끝에 무려 108년 만에 월드 챔피언에 등극하며 염소의 저주를 풀었다.

2년 연속으로 만나게 되면서 컵스의 입장에서는 이번 NLCS가 지난해에 차지했던 내셔널리그 챔피언 방어전이 되었다. 반면 다저스의 입장에서는 지난 시즌 석패했던 것에 대한 복수혈전을 다짐하게 됐다. 디펜딩 챔피언과 정규 시즌 승률 1위 팀의 대결인 만큼 두 팀 모두 한 치도 물러설 수 없는 자존심 대결이다.

그런데 다저스와 컵스는 지난 해와 비교했을 때 미묘하게 서로 다른 입장이 됐다. 컵스는 지난 해 정규 시즌 승률 1위 팀이었고, 다저스는 올 시즌 정규 시즌 승률 1위 팀이었다. 이 때문에 홈 어드밴티지도 서로 바뀌었고, 올해는 일리노이 주 시카고 리글리 필드가 아닌 다저스 스타디움에서 시리즈를 시작하게 됐다.

투수들의 체력적인 문제도 서로의 입장이 바뀌었다. 지난 해에는 다저스가 디비전 시리즈에서 총력전을 쏟아붓고 5차전 혈투를 펼쳤다. 당시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가 1차전 선발 등판에 이어 3일만 쉬고 4차전에 선발 등판을 했고, 다시 하루만 쉬고 5차전에 등판하여 세이브를 올리는 등 다저스가 승리한 3경기에 모두 등판했다.

커쇼 뿐만 아니라 리치 힐도 2차전과 5차전 2번이나 선발로 등판했다(4일 휴식). 당시 다저스의 디비전 시리즈는 어떻게든 이겨야 한다는 압박 속에 일부 선수들이 등판을 자청하는 등 그야말로 모든 것을 쏟아 붓고 간신히 시리즈를 이겼다. 그 여파로 다저스는 3차전까지 2승 1패로 앞섰다가 투수들이 지치면서 내리 3연패를 당했다.

올해도 다저스는 선발투수들이 커쇼(6.1이닝)를 제외하고는 그렇게 많은 이닝을 끌어주지는 못했다. 물론 힐(4이닝)의 경우 경기의 흐름 상 대타를 투입해야 할 시점이라 투구수가 많지 않았음에도 바꿔 준 사연이 있으며, 다르빗슈 유(5이닝)도 6회에 갑자기 제구가 흔들리며 몸 맞는 공을 허용하기 전까지 나름 제 역할은 다 했다.

오히려 올해에는 컵스가 디비전 시리즈에서 투수진을 있는대로 다 쏟아 부었다. 카일 헨드릭스는 1차전과 5차전 2경기에 선발로 등판했고, 2차전에 선발로 등판했던 에이스 존 레스터는 3일만 쉬고 4차전에 구원 등판했다. 게다가 3차전 선발투수였던 호세 퀸타나까지 이틀만 쉬고 5차전에 구원 등판했다. 상대 팀 내셔널스도 3차전 선발투수 맥스 슈어저가 구원 등판하는 초강수를 둔 것은 마찬가지였다.

컵스의 입장에서는 2승 1패의 리드를 안고 시작했던 4차전에서 시리즈를 끝내겠다는 의도로 에이스 레스터를 구원 투입했다. 그러나 내셔널스의 에이스 스티븐 스트라스버그를 공략하지 못하면서 이 작전이 실패했고, 결국 디비전 시리즈에서 투수 운영이 꼬이는 결과를 낳았다. 4차전 선발 제이크 아리에타는 비로 인해 하루 늦게 등판하면서 빨라야 3차전에나 나올 수 있다.

결국 컵스는 챔피언십 시리즈 1차전 선발이 유력했던 퀸타나까지 쏟아 부으면서 챔피언십 시리즈 1차전 선발투수로 누굴 세울지부터 고민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물론 퀸타나가 1이닝 미만을 던졌기 때문에 하루 쉬고 다시 선발로 나올 가능성도 조금은 있지만, 불펜 피칭이나 시뮬레이션 게임을 던지고 하루를 쉬는 것과 실전 경기를 던지고 하루를 쉬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포스트 시즌에서 라운드를 승리하더라도 투수들을 지나치게 소모하고 올라온 팀들이 다음 라운드에서 고전하는 경우는 많이 있었다. 당장 이번 포스트 시즌만 봐도 디백스가 단판 승부인 와일드 카드 결정전에서 선발투수를 2명이나 쏟아 부었다가 디비전 시리즈 선발 로테이션이 꼬여 버려 투수 운영에 애를 먹었던 점을 감안하면 컵스는 이번 NLCS에서 투수 운영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투수 자원 많아도 문제, 다저스의 고민은?

지난 해 디비전 시리즈에서 투수들을 쏟아 부으면서 챔피언십 시리즈 후반에 무너졌던 다저스는 올해에는 그 때의 일을 거울삼아 넉넉한 투수 자원으로 팀을 운영해왔다. 당장 정규 시즌만 봐도 커쇼를 제외하고 규정 이닝을 넘긴 선발투수가 없을 정도로 선발진도 넉넉하게 운영했다.

이 때문에 다저스는 올 시즌 무려 10명의 선수가 선발로 등판했다. 브록 스튜어트와 로스 스트리플링은 임시 선발 요원으로 투입되었고, 나머지 8명의 선수들이 로테이션을 채웠다. 이 중 훌리오 유리아스는 어깨 수술을 받게 되면서 로테이션을 이탈했고, 시즌 후반에 합류한 다르빗슈가 9경기를 던졌다. 후반에 손가락 물집으로 이탈한 브랜든 맥카시도 16경기를 던졌다.

나머지 5명의 선수들은 커쇼가 27경기, 힐이 25경기, 마에다 겐타가 25경기, 알렉스 우드가 25경기 그리고 류현진이 24경기 선발로 등판했다. 특정 선수가 부상으로 이탈해도 넉넉한 자원 덕분에 선발진 운영에 큰 문제가 생기지는 않았다. 선발 자원이 너무 많아서 마에다가 포스트 시즌에서 필승조로 던지고 있을 정도다.

포스트 시즌에서 선발로 등판한 선수는 커쇼와 힐 그리고 다르빗슈였다. 우드도 당초 선발 자원으로 포스트 시즌 로스터에 들어갔지만, 다저스가 시리즈를 3경기 만에 끝내면서 디비전 시리즈에서는 등판 기회조차 없었다. 마에다는 포스트 시즌에 한정하여 불펜으로 돌렸고, 류현진과 맥카시는 팀과 동행하면서 수시로 피칭을 통해 혹시나 발생할 부상 공백에 대비하는 중이다.

일단 다저스는 디비전 시리즈에서 선발투수들을 당겨쓰지 않으면서 챔피언십 시리즈 1차전을 커쇼로 시작할 수 있게 됐다. 홈 어드밴티지를 갖고 있기 때문에 홈 경기에서 강했던 힐이 2차전과 6차전을 모두 홈 경기로 등판할 수 있다. 챔피언십 시리즈는 7전 4선승제로 치러지기 때문에 아무리 커쇼라도 일정을 앞당겨 선발로 등판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당초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1차전은 커쇼, 4차전은 우드로 등판 순서를 확정했지만 2차전과 3차전은 상대를 보고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상대가 컵스로 결정되었는데, 올 시즌 힐과 다르빗슈는 컵스를 상대로 던진 적이 없어서 아직 공식적인 발표는 나지 않았다.

컵스가 디비전 시리즈를 5차전까지 가는 혈투를 치렀고, 5차전에서도 마무리투수 웨이드 데이비스가 무려 44구를 던졌다. 다저스도 로버츠 감독의 퀵 후크로 인하여 불펜 소모가 많기는 했지만, 디비전 시리즈를 3경기 만에 끝내 버렸기 때문에 4일을 넉넉하게 쉬고 있다. 다저스는 컵스의 왼손 타자들을 상대하기 위해 불펜에서는 왼손 구원투수 1명을 루이스 아빌란으로 교체할 예정이다.

다만 2차전 선발로 힐이 다소 유력해 보인다. 힐은 지난 해에도 내셔널리그 챔피언십 시리즈 3차전에서 컵스를 상대로 선발 등판하여 6이닝 2피안타 2볼넷 6탈삼진 무실점의 위력투를 펼친 바 있다. 당시 홈 경기였고, 올 시즌 힐이 홈 경기에서 7승 5패 평균 자책점 2.77로 잘 던졌기 때문에 모두 홈 경기로 등판할 수 있는 2차전과 6차전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다르빗슈와 우드인데, 둘 다 경험 문제다. 다르빗슈는 2016년 인터리그에서 컵스를 딱 한 차례 상대해 본 적이 있을 뿐이다. 당시 다르빗슈는 리글리 필드 원정에서 4.1이닝 2실점 패전을 당했다. 우드는 포스트 시즌 선발 등판 이력이 아예 없는 것이 문제로 챔피언십 시리즈의 부담감을 어떻게 극복할지가 변수다.

NLCS 로스터도 불발된 류현진, 시카고 원정은 동행

류현진은 디비전 시리즈에 이어서 챔피언십 시리즈 로스터 25명에도 들어가기 어렵게 됐다. 당장 다저스 투수진에 큰 부상이 발생하지 않아서 컵스의 왼손 타자들을 상대할 스페셜 리스트만 1명 교체하는 선에서 로스터가 큰 변화를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류현진은 13일에도 시뮬레이션 게임을 소화했다. 팀의 시즌 일정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평상시 경기를 준비할 때처럼 팀 훈련을 하는 중이다. 류현진은 평소 등판 간격 사이에 불펜 피칭이나 시뮬레이션 게임을 하지 않지만, 포스트 시즌 로스터에서 빠져있기 때문에 실전 감각을 유지하기 위한 피칭이었다.

로버츠 감독은 아직 문이 닫히지 않았다는 말을 남기면서 류현진과 맥카시에게 만일의 경우를 대비할 것을 부탁했다. 때문에 류현진과 맥카시는 포스트 시즌 경기에 나서진 않지만, 디비전 시리즈에서 피닉스 원정에 따라갔듯이 챔피언십 시리즈에서 시카고 원정도 동행한다.

류현진을 불펜으로 활용하지는 않겠다고 밝혔기 때문에 류현진이 향후 로스터에 들어갈 수 있는 경우는 선발진에 부상자가 발생하거나, 다른 투수들 중 극도의 부진에 빠진 선수가 발생하여 역할을 바꿔야 할 경우 두 가지다. 그 전까지 류현진은 실전 감각을 유지하고, 경기 중에는 클럽하우스에서 동료들을 응원하게 된다.

그래도 류현진은 올해 정규 시즌을 풀 타임으로 소화하면서 팀에 공헌했기 때문에 현재까지 팀과 일정을 함께하고 있다. 디비전 시리즈가 끝났을 때 클럽하우스에서 샴페인 파티를 벌일 때도 류현진은 팀 동료들과 함께 했다. 비록 경기에 나서진 못하고 있지만, 류현진은 프로 생활 첫 챔피언 반지를 손에 넣기를 원하고 있다.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 시리즈가 14일에, 내셔널리그 챔피언십 시리즈가 15일에 막이 오른다. 1년 전과 서로 다른 입장에서 시리즈를 맞이하게 된 다저스와 컵스가 이번에는 또 어떠한 명승부를 선보이게 될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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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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