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1박2일>에 출연한 '카라' 구하라.

KBS <1박2일>에 출연한 '카라' 구하라. ⓒ KBS


<청춘불패>의 멤버들은 분명 반가움을 안겨줬다. 최근 예능에서 만나기 힘들었던 '카라'의 구하라가 특히 그랬다. 이장님을 비롯해 '유치리' 주민들의 모습도 반가움을 더했다. 하지만 그 반가움을 누구는 '기시감'으로 받아들였을 수도 있으리라. 그렇게, KBS 2TV <해피선데이 – 1박 2일>의 올 추석 연휴의 선택은 과거 자사 인기 예능이었던 <청춘불패>와의 '콜라보'였다.

친숙함이야말로 시청자들에게 대중성으로 어필해야 하는 예능 프로그램의 필수 덕목일 수 있다. 10년 넘게 장수중인 <1박 2일>의 셀링 포인트 역시 3시즌을 거치며 유지해온 '익숙함'과 '친숙함'이 가장 큰 무기 아니겠는가. 하지만 어디서 본 듯한 그 친숙함과 익숙함이 '자기 것'이 아닐 때는 문제가 심각해진다. 이번 추석 연휴, KBS가 방영한 대부분의 파일럿 예능들이 바로 이 경계에 서 있었다고 할 수 있다.

그 중 몇 편은 <청춘불패>와의 '콜라보'로 재미를 본 <1박 2일>의 '자기 복제'와 달리 '표절' 혐의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타사의 주요 아이템을 베껴 온 수준의 프로그램들이 버젓이 방송을 탔기 때문이다. 한 편 한 편 들여다보면 그 문제의 심각성이 어느 수준인지 체감할 수 있을 것이다.

자기 복제 + 표절 혐의

 kbs <가족의 발견>의 한 장면.

kbs <가족의 발견>의 한 장면. ⓒ kbs


"진짜 가족과 진짜 가족임을 주장하는 미스터리 패밀리들 속에서 스타의 진짜 가족을 연예인 감정단이 찾아내는 가족 버라이어티 추리쇼 프로그램."

지난 4일 방송된 <가족의 발견>은 추리쇼를 표방하며 5.1%(닐슨코리아 기준)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나름 준수한 성적을 거뒀지만, 그게 다였다. 과거 SBS 대표 예능 프로그램이었던 <진실 게임>을 빼다 박은 수준의 형식에 '스타의 가족'이란 양념을 첨가했을 뿐이다. 백번 양보해, 그럴 수 있다. 콘텐츠의 홍수인 시대, 하늘 아래 유사한 형식과 소재의 프로그램들이 얼마나 많단 말인가.

하지만 만인이 "똑같다"라고 지적하면 문제가 달라진다. '여행 관찰 프로그램'을 표방한 <혼자 왔어요>가 대표적이다. 일본 오키나와로 떠난 20대 남녀 6명의 여행기와 이를 지켜보는 진행자들의 토크를 붙인 <혼자 왔어요>는 방송 직후 그 형식에 있어 채널A <하트시그널>과 유사하다는 지적에 휩싸였다. '여행'이라는 형식의 변화만 있을 뿐 청춘남녀가 특정 공간에서 머물며 감정의 변화를 관찰한다는 주제와 형식면에서 대동소이하다는 목소리가 지배적이었던 것이다.  

KBS는 유독 JTBC를 애정(?)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았다. <줄을 서시오>는 <밤도깨비>와, <하룻밤만 재워줘>는 <한끼줍쇼>와 비슷한 것 아니냐는 의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줄을 서시오>는 진행자들이 서울의 '맛집'과 '핫플레이스'를 방문, 음식을 맛보며 경쟁하며 시민들과 만난다는 점에서 이미 JTBC의 일요 예능으로 자리를 잡은 <밤도깨비>를 연상케 한다.

방송 전 '민폐예능'으로 불렸던 <하룻밤만 재워줘>는 <한끼줍쇼>의 외국판으로 불러도 손색이 없을 지경이다. 진행자들이 사전 섭외 없이 현지 외국인들에게 숙박을 요청하며 벌어지는 상황을 담은 <하룻밤만 재워줘>는 <한끼줍쇼>의 식사를 숙박으로 바꾸고 공간을 외국으로 확장시켰다는 점이 차이라 할 수 있다.

자기 복제도 눈에 뛰었다. 지난 5일 방송해 6.9%(닐슨 코리아 기준)라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나름 반향을 일으킨 < 1%의 우정> 역시 이제는 대세로 자리잡은 '관찰 예능'의 변주라 할 수 있다. 누가 출연하느냐가 관건일 수밖에 없는 프로그램인 < 1%의 우정>은 '설민석-김종민' 조합과 같은 신선하고 친숙한 출연자들의 조화로 나름 호평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하지만 평소 마주치지 않을 것 같은 성향의 출연자들이 '절친'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담아내는 < 1%의 우정>은 지난 2015년 방영된 KBS의 <나를 돌아봐>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전혀 다른 성향의 두 출연자가 연예인과 매니저로 붙어있는 상황을 연출한 <나를 돌아봐>가 좀 더 극적인 상황을 부여했을 뿐이다.

공영방송의 몰락은 누가 자초하는가

 KBS 파일럿 <하룻밤만 재워줘>

KBS 파일럿 <하룻밤만 재워줘> ⓒ KBS


맞다. 하늘아래 새로운 형식의 콘텐츠들이 얼마나 되겠는가. <가족의 발견>이나 < 1%의 우정>과 같은 반복적인 소재나 자가 복제 속에서 '진주'가 발견될 수도 있는 법이다. 하지만 공영방송이 종편 예능 프로그램의 형식에서 '토씨'만 바꾼 프로그램을 반복적으로 양산해내는 것은 부적절과 게으름의 소치라고밖에 할 수 없을 것이다.

함께 파업 중인 MBC가 단 한 편의 파일럿 예능도 못 내놓은 상황에서, KBS는 여러 편의 파일럿 예능을 방송했다. 이에 대해 고대영 사장 이하 KBS 경영진들은 안도감, 혹은 자부심을 느끼고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런 식이면 곤란하다. KBS의 '표절 혐의'가 처음도 아니다. 종편의 출범과 tvN 등 케이블 채널이 젊은 시청 층에게 어필하면서 KBS의 예능 프로그램들은 창의성은커녕 어디서 본 듯한 비슷한 형식의 콘텐츠들을 양산해냈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그러면서 차츰 전반적인 시청률 하락세를 겪어야 했고, 자연스레 '킬러 콘텐츠'도 자취를 감춰가는 중이다.

이러한 KBS의 약세를 두고 공영방송을 흔들어 댔던 지난 정권들을 탓하거나 파업 중인 노조원들을 탓할 일도 아닐 것이다. 비단 방송 플랫폼의 변화와 기존 시청 층의 이탈 현상만을 하소연하는 것이 불필요하다.

안일하고 게으른, 혹은 '표절 혐의'가 짙은 콘텐츠에 박수를 보내는 시청자들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공영방송의 몰락을 누가 자초하고 있는가. 이번 추석 연휴 KBS의 파일럿 예능 프로그램들이 스스로 제기한 '자기 반영'의 물음이 아닐 수 없다.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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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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