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해피 버스데이> 포스터

영화 <해피 버스데이> 포스터 ⓒ (주)티캐스트


어린 딸의 생일마다 전해지는 엄마의 생일카드라는 소재는 일본 영화에서 낯설진 않다. 주인공인 딸이 스무 살까지 매년 생일 엄마의 편지를 받는다는 아오이 유우 주연의 영화 <편지>(2005년)가 이미 있었다. 일본 멜로 영화 수작인 <지금 만나러 갑니다>(2004년)에서 엄마는 가족과의 이별을 앞두고 매년 아들 생일에 케이크가 집으로 배달될 수 있게 미리 주문한다.

다만 앞선 작품들의 내용이 슬프게 전개됐다면, 최근 국내 개봉한 일본 영화 <해피 버스데이>는 비슷한 소재를 가지고도 따뜻하게 흐른다. 원제가 <버스데이 카드>인 이 영화는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내고 남은 가족이 구성원의 부재를 자연스럽게 극복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래서 영화에는 엄마의 병명도, 장례식 장면도, 가족도 슬퍼하는 장면조차 나오지 않는다.

엄마의 부재가 크게 느껴지지 않는 점도 인상적이다. 딸 노리코(하시모토 아이)는 학교에서 돌아오면 항상 그랬듯 엄마 요시에(미야자키 아오이)의 사진을 보고 "다녀왔다"고 인사를 한다. 노리코가 11살 생일을 맞이하기 전 엄마는 세상을 떠났지만, 노리코의 이후 매년 생일에도 엄마의 생일카드는 전해진다. 남은 가족들은 그렇게 떠난 사람을 기억하고 함께 추억을 쌓는다.

노리코는 그 생일카드를 통해 머핀 만드는 법을 배우고, 학교를 땡땡이 쳐보고, 좋아하는 남자와 키스하는 법을 배운다. 엄마는 없지만 모녀간의 '알콩달콩함'이 영화 전반에 흐른다. 그러다보면 영화 중반부터 전개되는 노리코가 앓는 성장통도, 극복하는 과정도 이해할 수 있다.

내성적인 노리코에게 세상은 뭔가 벅차다. 자신은 세상의 주인공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어릴 적 엄마의 격려도 와 닿지 않는다. 17살 때 엄마의 생일카드를 읽고 엄마의 고향으로 향한 그는 엄마의 동창으로부터 고등학교 학생회장으로 활약했던 엄마의 이야기를 듣는다. 그럼에도 "난 엄마처럼 될 수 없어요"라고 말한다. 반항심도 생긴다. 자신이 어릴 때는 엄마의 생일카드에 나온 내용을 따랐다면, 좀 커보니 마치 족쇄 같은 느낌이다. 마치 사춘기에 접어든 모습이다.

불안함이 잠시 엄습했지만, 성장통을 극복하는 것도 엄마 덕분이다. 엄마 역시 세상을 떠나기 전 두려움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다. 누구나 힘든 시절이 있다는 공감과 이해를 통해 노리코는 세상을 향해 한 걸음씩 전진한다. 두려움으로 가득 찬 내면을 떨쳐내기 위해. 노리코가 11살 때 생일선물로 받아 심은 해바라기가 쑥쑥 자라는 것처럼 말이다.

이 작품은 국내 일본 영화팬들에게는 일본의 '청춘스타' 미야자키 아오이, 신예 연기파 하시모토 아이가 함께 등장한다는 것만으로도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특히 미야자키는 이 작품을 통해 데뷔 이후 처음으로 엄마 역을 맡았다. 낯선 장면이지만, 미야자키가 부드럽게 연기하는 부분은 눈길을 끈다. 영화 중간 중간에 등장하는 예쁜 배경들은 영화를 매력을 한껏 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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