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신수가 속한 텍사스 레인저스가 2017 시즌 일정을 모두 끝냈다. 텍사스는 2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텍사스주 알링턴의 글로브 라이프 파크에서 열린 2017 메이저리그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와의 최종전에서 2-5로 패했다. 78승84패로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공동 3위를 기록한 텍사스는 2014년 이후 3년 만에 가을야구 진출이 좌절됐다.

지난 9월30일 경기에서 자신의 한 시즌 최다 홈런 타이 기록인 22번째 홈런을 터트린 추신수는 시즌 마지막 2경기에서 결장했다. 추신수 입장에서는 자신의 한 시즌 최다 홈런 기록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날린 셈이다. 하지만 만34세 노장 선수의 개인 기록보다는 팀의 다음 시즌 준비가 더 중요했던 텍사스는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는 쪽을 선택했다.

이로써 추신수는 타율 .261 142안타 22홈런78타점96득점12도루로 올 시즌을 마무리했다. 추신수의 전매특허였던 '9월의 대폭발'도 올해는 약했다(9월 타율 .244). 하지만 추신수는 큰 부상 없이 한 시즌을 무사히 치러내며 149경기에 출전했고 우익수와 지명타자를 오가며 꾸준한 활약을 펼치는 등 베테랑으로서 제 몫을 톡톡히 했다.

 만약 추신수가 풀타임 1번타자로 활약했다면 올 시즌 성적은 더욱 올라갔을 것이다.

만약 추신수가 풀타임 1번타자로 활약했다면 올 시즌 성적은 더욱 올라갔을 것이다. ⓒ MLB.com


작년 시즌의 악몽 이겨내고 테이블 세터로 꾸준한 활약

추신수의 2016년은 떠올리기 조차 싫은 끔찍한 시즌이었다. 종아리, 햄스트링, 허리 등에 차례로 부상을 당하며 단 48경기 출전에 그쳤기 때문이다(타율 .242 7홈런17타점). 이는 추신수가 풀타임 빅리거가 된 2008년 이후 최소 경기 출전 기록이었다. 2000만 달러의 고액 연봉을 받는 선수가 시즌의 2/3 이상을 날려 버렸으니 텍사스 팬들의 비난이 집중된 것도 당연했다.

더 큰 문제는 추신수 없이 시즌을 치른 텍사스가 직년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우승을 차지하며 선전했다는 점이다. 텍사스가 추신수 없이도 얼마든지 좋은 성적을 올릴 수 있다는 것은 2014년을 앞두고 7년 1억3000만 달러를 투자한 추신수와의 계약이 잘못된 것임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만큼 텍사스 전력이 강해졌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추신수 개인에게는 커다란 악재가 아닐 수 없다.

당연히 새 시즌을 맞는 추신수의 입지는 작아질 수 밖에 없었고 실제로 추신수는 시즌 초반 노마 마자라에게 주전 우익수 자리를 빼앗기고 지명타자에 하위타순으로 밀려났다.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활약했던 데이빗 오티즈 같은 특이 사례를 제외하면 메이저리그에서 지명타자는 주로 자신의 포지션을 잃은 노장 선수들이 남아 있는 타격능력을 활용하기 위해 서는 자리다. 한마디로 우익수로서 추신수의 가치가 상당히 떨어졌다는 뜻이다.

하지만 문제가 생겼다. 올 시즌 텍사스에는 추신수를 대체할 만한 테이블세터가 마땅치 않았던 것이다. 빠른 발을 자랑하는 딜라이노 드실즈는 출루능력이 떨어졌고 올스타 출신의 카를로스 고메즈는 잔부상이 많았다. 결국 제프 베니스터 감독은 신시내티 레즈 시절 내셔널리그 정상급 1번타자로 활약했던 추신수를 다시 테이블 세터로 배치했다.

추신수는 올 시즌 1번으로 나선 65경기에서 타율 .270 10홈런33타점50득점을 기록했다. 이는 다른 타순에서 활약한 것보다 나은 기록으로 적어도 1번 타순에서는 자신의 몫을 충분히 했다는 뜻이다. 추신수가 기록한 77개의 볼넷과 .357의 출루율도 100경기 이상 출전한 텍사스 타자들 중 가장 많고 뛰어난 기록이다. 한 마디로 베니스터 감독이 추신수의 '적성'을 너무 늦게 발견한 셈이다.

올 시즌 우익수로 나선 77경기에서 7개의 보살과 4개의 실책을 저지른 추신수는 젊은 시절에 비해 수비 능력이 떨어진 상태다. 이에 지역 언론에서는 추신수가 내년에 1루수로 변신할 수도 있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분명한 사실은 추신수가 여전히 20개 이상의 홈런과 90개 이상의 득점을 올릴 수 있는 뛰어난 테이블세터 자원이라는 점이다. 가을야구 실패에 대한 아쉬움이야 어쩔 수 없겠지만 추신수는 자신의 올 시즌 활약을 결코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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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 텍사스 레인저스 추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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