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이후 5년 만의 가을야구 진출을 노리던 롯데는 41승 1무 44패(승률 .482)로 7위라는 다소 실망스러운 성적에 그치며 전반기를 마감했다. 1강 6중 3약으로 분류되는 프로야구 전반기 판도에서 5할승률을 넘기지못한 중위권 팀은 롯데가 유일하다. 가을야구 진출의 마지노선인 5위 두산과의 승차가 불과 3게임으로 크지않다는 점에서 후반기 충분히 뒤집기가 가능하다는게 위안이다.

롯데의 전반기는 사실상 투타의 주축인 이대호-박세웅 '투톱'이 먹여살린 시간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야구 역대 최고의 타자 중 한 명이자 프랜차이즈 스타인 이대호가 FA 역대 최고액 기록을 경신하며 다시 국내무대로 화려하게 귀환했고 실제로 몸값에 걸맞는 활약(0.339 17홈런 63타점)을 성적으로 보여줬다. 이대호의 가세만으로 전준우-김문호-손아섭-최준석-강민호 등으로 이어진 상하위타선에서 동반 시너지효과도 엄청 났다.

마운드에서는 풀타임 선발 2년차를 맞이한 영건 박세웅이 전반기에만 팀내 최다인 9승(3패)을 올렸고 11회의 퀄리티스타트로 안정적인 에이스 역할을 도맡았다. 2.81의 평균자책점은 규정이닝을 채운 선발투수 중 전체 1위 기록이다.

하지만 몇몇 선수들의 뛰어난 활약에도 불구하고 팀 전체적인 안정감은 매우 부족했다는 평가다. 롯데는 4월까지 5할 이상의 승률로 상위권을 넘나드는 등 선전했으나 시간이 갈수록 기복 심한 롤러코스터 행보를 보였다.

롯데는 시즌 개막 전부터 약점으로 거론되었던 마운드의 깊이가 떨어졌다. 일단 선발진에서는 외국인 투수들의 동반부진으로 전반기 5인 로테이션이 안정적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외국인 투수 파커 마켈은 팀적응에 실패하며 KBO무대에서는 단 한 경기도 뛰지못하고 퇴출됐고, 대체 선수 닉 애디튼은 15경기 2승 7패, 평균자책점 5.91로 아쉬운 성적을 보인 끝에 퇴출됐다. 브룩스 레일리도 최근 살아나기는 했지만 전반기 전체 성적은 6승 7패, 4.67로 다른 팀의 외인 에이스들에 비하면 상당히 저조했다.

소년가장으로 떠오른 박세웅을 비롯하여 김원중·송송준 등 토종 투수들이 그나마 분전했으나 안정된 이닝이터의 부재를 메우기에는 벅찼다. 현재 롯데 마운드에서 전반기 규정이닝을 채운 투수는 박세웅(105.2이닝)과 레일리(98.1이닝) 두 명뿐이다. 팀 평균자책점은 6위(4.98), 선발진의 QS는 7위(28회)로 모두 중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그렇다고 불펜이 안정적인 것도 아니어서 롯데 마운드는 블론세이브가 전반기에만 15회로 리그 최다다. 이런 추세라면 지난해 팀 기록인 18회를 경신할 것도 상당히 유력하다. 롯데는 몇 년간 고질적인 약점인 불펜 보강을 위하여 FA와 트레이드로 적극적인 전력보강에 나섰으나 마무리 손승락 정도만 그럭저럭 제몫을 하고 있을뿐, 기대했던 윤길현과 장시환은 들쭉날쭉한 모습으로 필승조의 무게감이 떨어진다. 롯데는 전반기 막판에도 팀이 상승세를 탈 만한 시점에서 고질적인 불펜 난조로 인한 역전패로 다 이긴 경기를 연달아 놓친 바 있다.

타선도 겉보기에 화려하지만 내실은 떨어진다. 롯데는 전반기 리그 최다 병살타(93개)로 압도적인 1위를 기록했다. 2위 넥센과는 무려 9개차다. 최준석(18개) 이대호(16개) 번즈(12개) 중심타선의 세 선수가 때린 병살타만 합작해도 46개다. 롯데 중심타선의 특성상 유난히 기동력이 느린 타자들이 다수 포진하고 있기도 하지만, 팀 배팅이나 연결능력에도 문제가 있다 보니 확실한 1-2점이 필요한 상황에서는 오히려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팀홈런 1위 SK처럼 확실하게 장타로 승부를 보는 것도 아니고, 기아처럼 찬스 때 몰아치는 응집력이 좋지도 못하다 보니, 기록상으로는 나쁘지 않지만 내용은 어중간하고 기복심한 '복불복' 타선이 되어 버렸다.

후반기 롯데의 최대 승부수는 역시 부진한 애디튼을 퇴출하고 새 외국인 투수로 조쉬 린드블럼을 재영입했다는 점이다. 선발진 보강을 위한 결단이다. 린드블럼은 지난 2015년부터 롯데에 입단하여 두 시즌간 활약하며 62경기 387이닝, 23승 24패 평균자책점 4.35로 에이스 역할을 했던 투수다. 특히 첫 해에는 32경기에 등판해 13승 11패 평균자책점 3.56으로 호투했고 그해 리그 최다인 무려 210이닝을 소화하며 KBO 최강의 이닝이터로 군림했다.

2016시즌에는 전반적으로 성적이 하락하며 자책점이 5.28로 치솟는 등 KBO 2년차 징크스에 시달리기도 했으나 후반기 막판에 살아나며 2년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거두어 체면을 세웠다. 당초 롯데는 올시즌도 린드블럼과의 재계약을 우선 순위에 뒀다. 하지만 심장병 치료가 필요한 막내딸과 가족들의 곁을 지키기 위하여 고민 끝에 미국행을 결정했다.

린드블럼은 피츠버그와 마이너 계약을 맺고 지난 5월에는 잠시 빅리그 복귀에도 성공했지만 4경기에 등판해 10.1이닝을 투구하며 승패 없이 평균자책점 7.84라는 저조한 성적에 그치며 6월 말 다시 마이너리그로 내려간 상태였다. 선발진 보강에 골몰하던 롯데가 다시 린드블럼에게 러브콜을 보내면서 극적인 한국 복귀가 성사됐다.

변수는 린드블럼이 미국에서는 주로 불펜으로 활약했다는 점이다. 메이저리그에서는 모두 불펜으로만 등판했고 마이너인 트리플 A에서도 선발로 출전한 기록은 4경기밖에 되지않는다. 한국무대를 잠시 떠난 지 불과 반 년만이었다는 것을 감안해도 몸상태가 불펜에 맞춰져있었다는 것과 시즌 중반에 다시 무대를 옮겨 선발을 소화할 정도의 체력을 끌어올려야하는 상황이 쉬운 일은 아니다.

롯데 구단은 일단 린드블럼의 몸상태나 구위에는 문제가 없다고 진단하며 크게 걱정하지 않는 분위기다. 2016년 일본으로 진출했던 반년 만에 다시 넥센으로 돌아오자마자 후반기 선발투수로 여전히 좋은 활약을 펼쳤던 밴 헤켄같은 사례도 있기 때문이다.

린드블럼이 더도말고 작년 9월(5경기 3승 무패 평균자책점 2.84) 정도의 활약만 재현해준다면 롯데로서는 후반기 충분히 해볼 만하다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 이미 레일리가 전반기 막판 4경기 연속 7이닝을 소화하며 3연속 QS를 기록할 만큼 확연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후반기에는 린드블럼-레일리-박세웅-송승준-김원중으로 이어지는 안정적인 5인 로테이션 완성이 가능하다. 불펜에도 조정훈과 배장호라는 다용도 카드가 등장하며 필승조 재편의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최근 몇 년간 후반기에 역주행하던 징크스도 극복해야할 부분이다. 롯데는 2014년 후반기 승률이 .361(18승31패)로 추락하며 최종성적 7위에 머물렀고, 2015년에도 후반기 승률 .466(27승31패)로 8위로 추락했다. 조원우 감독의 첫해인 2016년에도 전반기를 39승 43패 승률 .476으로 로 5강권을 유지하며 가을야구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으나 후반기 27승 35패로 .435로 하락세를 타며 8위를 벗어나지 못했다.

롯데가 5년 연속 가을야구에 진출했던 2008~2012년에는 모두 후반기에 5할 승률 이상을 넘기며 전반기보다 더 좋은 성적으로 뒷심을 발휘했던 것과 대조를 이룬다. 올시즌 후반기에는 매경기 포기히지않은 끈끈한 모습이 더 필요한 롯데 야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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