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기아 타이거즈가 전반기 마지막 경기에서도 완승을 거두며 멋진 피날레를 장식했다. 김기태 감독이 이끄는 기아는 13일 오후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의 홈경기에서 7-1로 낙승했다. NC와의 홈 3연전을 모두 쓸어담고 5연승을 질주한 KIA는 57승 28패를 거둬 2위 NC와의 격차를 무려 8경기 차로 벌리며 단독 1위로 전반기를 마감했다.

KIA는 4월 12일 중간 순위 1위로 올라섰고 10승부터 50승 고지까지 모두 선착하며 내내 선두체제를 고수했다. 지난달 6월 중순 잠시 NC에 공동선두를 허용하기도 했으나 29일부터 단독 선두에 복귀한 이후로는 더 이상 추격을 허용하지 않고 승차를 벌렸다.

KIA는 올시즌 막강한 선발야구와 핵타선이 조화를 이루며 최강팀으로 부상했다. KBO리그 외국인 투수 최다 연승 기록을 갈아치운 헥터 노에시(14승)와 타이거즈 좌완 최초로 개인 통산 100승 고지를 밟은 양현종(13승)이 나란히 다승 1,2위를 석권하며 27승을 합작했다. 이들이 합작한 승수만 해도 전반기 기아가 따낸 전체 승수의 절반에 가까운 약 47%에 해당한다.

유망주 임기영도 대박을 터뜨리며 7승으로 뒤를 받쳤다. 3선발 팻 딘의 근 부진과 불펜의 안정감 부족이라는 약점에도 불구하고 기아 선발진은 10개 구단 최다인 무려 48회의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하며 상대팀을 압도했다.

타선의 파괴력도 돋보였다. 기아는 팀홈런(99개)만 SK(153개)에 뒤져 2위를 기록했을뿐, 타율(.310), 출루율(.380), 장타율(,482), 타점(560개), 득점(587개) 등 공격 주요 지표에서 모두 선두권을 휩쓸었다. 팀타율이 3할대를 넘긴 팀은 기아가 유일하다. 기아 타선에서 규정 타석을 채운 3할 타자만 6명이며 이중 타격 1위 김선빈(.380), 2위 최형우(.374), 4위 이명기(.353)까지 타격 5걸안에 이름을 올린 3명이 3할 5푼 이상의 고타율이다.

기아 타선은 6월 27일 삼성전 7월 5일 SK전까지 무려 8경기 연속 팀 두 자릿수 득점이라는 진기록을 수립하기도 했다. 이는 1929년 메이저리그 뉴욕 자이언츠가 세운 6경기 연속을 뛰어넘는 세계 기록이었다.

지난 시즌 5위의 기록한 기아의 반등 비결은 역시 성공적인 전력보강을 꼽을수 있다. 기아는 지난 겨울 FA 역대 최고계약 기록을 갈아치우며 '100억원의 사나이' 최형우를 영입했다. 오버페이라는 일부의 비판도 있었지만 최형우는 그동안 폭발력이 부족하던 기아의 4번타자 고민을 깔끔하게 지우며 타점 1위(81개), 홈런 3위(22개), 타율 2위에 오르는 맹활약으로 호랑이 타선을 한단계 업그레이드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4월 7일 SK 와이번스와 단행한 4대 4 트레이드를 통해 영입한 이명기와 김민식도 팀 전력의 주축으로 자리잡았다. 두 선수의 영입으로 기아는 확실한 주전 리드오프와 포수를 얻으면서 공수에서 더욱 안정적인 전력을 구축하는데 성공했다.

기아는 전반기 선두권을 유지하면서 단 한번도 4연패 이상의 장기연패에 빠지지 않았다.5월과 6월 각각 두 차례씩의 3연패를 기록한 것이 최다연패다. 가장 최근의 3연패였던 NC전 스윕패(6월23~25일)는 기아에 오히려 전화위복이 되었다는 평가다. NC에 공동1위를 허용하며 위기의식을 느낀 기아는 이후 타선이 대폭발하며 상승세로 되돌아서는 계기가 됐다. 기아는 NC와 재회한 전반기 마지막 3연전에서 스윕승을 거두며 한달전의 완패를 깨끗하게 갚았다.

9개구단을 상대로 단 한 팀도 열세를 허용하지 않았다는 것도 고무적이다. 기아는 두산(4승 4패), NC(6승 6패)와만 동률을 기록했을뿐, 7개팀에는 모두 우위를 점했다. 특히 한화(7승 1패), 롯데(8승1패) 삼성(9승 3패)에게는 천적으로 자리매김할만큼 강세를 보였다.

주축선수들의 부상이나 슬럼프로 인한 전력누수가 크지않았다는 것도 중요한 원동력이다. 올해도 윤석민, 김진우, 김주찬, 임창용 등 전열에서 이탈하거나 기대에 못미친 선수들은 있었지만 예년과의 차이점은 이들의 부진을 상쇄할수 있는 대안의 존재였다. 기아는 얇은 선수층으로 몇몇 선수들에 대한 의존도가 과도하게 높았고 이들이 부진하면 대안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약점이었다.

하지만 올시즌에는 군제대 선수들의 합류와 FA 영입-트레이드 등으로 선수층이 두터워지며 자연스럽게 각 포지션별로 내부 경쟁 체제가 자리잡았다. 이제는 한 두명이 자리를 비워도 크게 티가 나지 않는다. 김기태 감독은 '리빌딩 전문가'라는 명성에 걸맞게 꾸준한 신뢰와 무한 경쟁이라는 두 가지 요소를 적절하게 넘나들며 선수들의 동기부여를 유발해내는 지도력을 선보였다.

해태 시절인 80-90년대  프로야구 최강의 왕조로 군림해던 타이거즈는 기아로 모기업이 바뀐 이후에는 예전만큼의 명성을 보여주지못한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통산 V10이자 기아로서 유일한 우승이었던 2009시즌도 벌써 8년전이다. 잠시 반짝했던 시기를 제외하면 늘 중하위권을 들락날락하며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던 기아로서는 오랜만에 '명가 재건'의 희망을 되찾은 전반기라고 할만하다. 기아의 무한 질주가 후반기에도 계속될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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