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너 맥그리거와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의 대결은 일반적인 복싱 빅매치와는 성격이 다르다.

코너 맥그리거와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의 대결은 일반적인 복싱 빅매치와는 성격이 다르다. ⓒ SHOWTIME 제공


세계 격투 역사에 남을 복싱 빅 이벤트가 오는 8월 27일(한국 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T-모바일 아레나서 열린다. 바로 코너 맥그리거(29·아일랜드)와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40·미국)의 154파운드 슈퍼 웰터급 매치다.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복싱 인구가 존재하고 있음에도 최근 수년간 팬들의 시선을 제대로 끄는 경기는 많지 않았다. 이른바 스타부재가 그 이유였다. 비탈리 클리츠코(46·우크라이나), 블라디미르 클리츠코(41·우크라이나) 타이슨 퓨리(29·영국), 앤서니 죠슈아(28·영국), 세르게이 코발레프(34·러시아), 안드레 워드(33·미국) 등 뛰어난 선수들은 많았지만 흥행성까지 겸비한 전천후 스타가 적었다. '하이테크' 바실 로마첸코(29·우크라이나)가 두각을 나타내고 있으나 아직 갈 길이 멀다.

특히 국내에서는 복싱인기가 하락한 지 오래인지라 어지간한 빅매치에는 팬들의 관심이 가지 않는 게 사실이다. 그나마 2015년 있었던 매니 파퀴아오(39·필리핀)와 메이웨더의 경기가 오랜만에 많은 시선을 끌었다. 복싱역사에 남을 레전드 둘이 서로 격돌했던 것이 그 이유다.

올해는 복싱 팬들에게 축제다. 라스베이거스 T-모바일 아레나에서는 2개의 빅매치가 대기 중이다. 먼저 언급한 맥그리거와 메이웨더의 경기를 비롯 '트리플 G' 게나디 골로프킨(35·카자흐스탄)과 사울 '카넬로' 알바레즈(26·멕시코)의 9월 격돌이 그것이다. 돌주먹 골로프킨과 테크니션 알바레즈는 서로 각각 다른 파이팅스타일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복싱 팬들의 주목을 끌고 있다.

'관심과 비난' 동시 존재, 일반적 상식 깨뜨린 파격 이벤트

맥그리거-메이웨더, 골로프킨-알바레즈는 복싱인기가 급감한 국내에서도 상당한 관심몰이를 하는 중이다. 단순한 복싱매치를 넘어서 팬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존재하는 이유가 크다.

익히 잘 알려져 있다시피 골로프킨은 한국계 어머니를 둔 '하프코리안'이다. 한국에서 태어나 자란 것은 아니지만 현재 미들급 최강의 복서로 불리는 선수에게 같은 피가 섞여 있다는 것만으로도 국내 팬들 입장에서 친숙함을 느끼게 한다. 미국, 멕시칸 출신이 아닌 관계로 이름이 알려지는데 시간이 걸렸으나 동급 최강의 돌주먹으로 연일 넉아웃 행진을 벌이며 현재는 슈퍼스타로 명성을 날리고 있다.

버나드 홉킨스, 마이클 넌, 로이존스 주니어, 슈거 레이 로빈슨, 카를로스 몬존은 물론 미들급 역사상 최강의 사나이로 꼽히는 '링위의 암살자' 마빈 해글러(63·미국)와 비교될 정도다. 아직 커리어적인 부분에서는 부족하지만 향후 행보에 따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순간이 올지도 모른다.

골로프킨과 알바레즈는 이전 파퀴아오-메이웨더처럼 복싱계가 꺼내 들 수 있는 최고의 카드 중 하나다. 기량, 커리어, 이름값 등 모자란 구석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맥그리거-메이웨더 경기가 거기에 밀리지 않는 관심을 받는 것은 매우 놀랍다고 할 수 있다.

냉정하게 말해 맥그리거와 메이웨더의 승부는 복싱 레전드 매치와는 거리가 멀다. 경기는 엄연히 복싱매치지만 이종격투에 가까운 성격도 띠고 있다.

 둘의 격돌은 명분과 밸런스는 떨어질지 모르지만 엄청난 관심이 쏟아지는 시합임은 분명하다.

둘의 격돌은 명분과 밸런스는 떨어질지 모르지만 엄청난 관심이 쏟아지는 시합임은 분명하다. ⓒ SHOWTIME 제공


메이웨더는 명실상부한 복싱계 최고 전설 중 한 명으로 꼽히는 대선수다. 49승(26KO승) 무패의 기록은 록키 마르시아노(1924~1969)의 49연승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대기록이다. 다소 얄미운 캐릭터와 포인트 위주의 경기 스타일로 인해 선수 자체에 대한 호불호는 많은 편이지만 실력과 업적만큼은 누구도 이견을 달 수 없다. 은퇴하고 다른 일을 하는 와중에도 잘나가는 현역 복서들의 끊임없는 러브콜을 받기도 했다. 메이웨더와 경기를 가지는 것 자체만으로도 많은 돈과 관심을 한꺼번에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맥그리거는 복싱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메이웨더와 붙는다는 게 말이 안 되는 선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는 복서가 아니었다. 지난해 12월에서야 캘리포니아주에서 발급되는 프로복서 라이센스를 취득한 초보 중의 초보다. 현 UFC 라이트급 챔피언이라는 간판을 달고 있기는 하지만 복싱과 UFC는 엄연히 다른 종목이다. 골프계 스타가 느닷없이 테니스계 최고 전설과 붙는 격이다. 실력 부분은 차지하고 명분이 떨어진다.

때문에 UFC, 복싱계 파이터들도 둘의 대결을 마냥 고운 시선으로 보고 있지는 않는 상황이다. UFC 페더급은 방어전을 치르지 않는 맥그리거로 인해 많은 랭커(순위에 오른 선수)들이 손해를 봤다. 한술 더 떠 라이트급으로 넘어가자 이번에는 라이트급 랭커들이 울분을 쏟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 분위기에서 본인 좋자고 복싱 빅매치를 성사시켜 거기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은 결코 좋아 보일 수 없다.

현역 복서 및 관계자들 역시 쟁쟁한 선수들을 외면하고 UFC 파이터와 복싱경기를 벌이는 메이웨더가 어이없다는 반응이다. 이름값을 이용해 편하게 돈을 벌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지는 이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둘의 경기에는 엄청난 관심이 쏟아지는 분위기다. 명분은 적지만 둘 다 흥행캐릭터에 많은 돈이 보장되기에 경기 자체가 성사될 수 있었다.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하지만 싫든 좋든 경기 자체는 모두들 지켜볼 것이 분명하다. 자본주의 스포츠 시장의 한 단면을 볼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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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디지털김제시대 취재기자 / 전) 데일리안 객원기자 / 전) 홀로스 객원기자 / 전) 올레 객원기자 / 전) 이코노비 객원기자 / 농구카툰 크블매니아, 야구카툰 야매카툰 스토리 / 점프볼 '김종수의 농구人터뷰' 연재중 / 점프볼 객원기자 / 시사저널 스포츠칼럼니스트 / 직업: 인쇄디자인 사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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