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시즌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에서 타율 .255 21홈런62타점으로 맹활약한 강정호는 ㅈ난해 12월 국내에서 음주운전 사고를 일으키며 선수 생활에 커다란 타격을 입었다. 1심에서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은 강정호는 지난 5월 항소심마저 기각되면서 향후 빅리거로서 활동에 큰 제약을 받게 됐다(게다가 강정호는 앞서 두 번이나 음주 단속에 적발된 사례가 있어 여론의 동정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

KBO리그 역사상 최초로 4년 연속 홈런왕을 차지한 후 메이저리그로 진출한 '파괴왕' 박병호(미네소타 트윈스)도 작년 시즌 빅리그에서 12개의 홈런을 쳤지만 타율 .191에 그치며 다소 실망스런 시즌을 보냈다. 올해는 트리플A에서 시즌을 시작해 아직 빅리그의 부름을 받지 못하고 있다. 시애틀 매리너스에서 14홈런을 터트렸던 '빅보이' 이대호(롯데 자이언츠)도 5년의 외국 생활을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여전히 올 시즌 메이저리그에는 4명의 한국인 야수가 빅리그 무대에서 활약했다. 특히 옵트아웃(시즌 중 셀프 방출을 통해 FA가 되는 제도) 권리를 사용해 국내 복귀설까지 돌았다가 극적으로 빅리그에 호출돼 데뷔전에서 결승 홈런을 터트린 황재균(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스토리는 매우 극적이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4명의 코리안 빅리거 야수들의 전반기 활약은 썩 만족스러웠다고 평가하기 어렵다.

[추신수] '후반기의 사나이' 모드가 필요한 추추트레인

 1번타자로서 추신수의 전반기 성적에서 만족스러운 부분은 홈런과 타점 정도다.

1번타자로서 추신수의 전반기 성적에서 만족스러운 부분은 홈런과 타점 정도다. ⓒ MLB.com


매년 적지 않은 숫자의 한국 선수들이 빅리거의 꿈을 안고 미국 땅을 밟지만 KBO리그에서 스타로 군림한 선수들도 메이저리그에서는 스프링캠프부터 치열한 생존경쟁을 거쳐야 한다. 하지만 메이저리그 내에서도 손꼽히는 고액 연봉 선수 추신수에게 스프링캠프는 생존을 위한 무대가 아닌 시즌을 준비하기 위해 몸을 만드는 과정일 뿐이다.

추신수는 지난해 시즌 손등이 골절되는 부상을 당하며 단 48경기 출전에 그쳤다. 풀타임 빅리거가 된 2008년 이후 가장 적은 경기 출전이었다. 국내외 언론에서는 만33세가 된 추신수가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는 보도가 심심찮게 나오기도 했다. 올 시즌을 앞둔 추신수의 각오가 남다를 수 밖에 없었던 이유다.

지명타자와 우익수를 오간 추신수는 다행히 한 번도 아프지 않고 건강한 전반기를 보냈다. 추신수의 전반기 성적은 타율 .250 12홈런42타점49득점7도루. 전성기 시절에 비하면 아주 만족스런 성적은 아니었지만 팀 내에서 가장 높은 출루율과 두 번째로 많은 득점을 기록하며 텍사스의 1번타자로서 자신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전반기 78경기에 출전한 추신수는 지명타자로 37경기, 우익수로 41경기에 출전했다. 재미있는 사실은 지명타자로 출전했을 때 홈런이 2개에 불과한데 비해 우익수로 출전했을 때는 무려 10개의 홈런을 터트렸다는 점이다. 흔히 수비 부담이 없는 지명 타자가 타격에 집중하기 좋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추신수는 오히려 수비를 병행하며 타격감을 유지하는 스타일의 타자라는 점을 전반기 성적을 통해 알 수 있다.

추신수는 전성기 시절부터 시즌 초반의 부진한 성적을 후반에 만회하며 자신의 평균에 수렴하는 성적을 올리던 타자였다. 특히 9월에는 통산 198경기에서 타율 .323 30홈런121타점이라는독보적으로 좋은 성적을 올린 바 있다. 조금은 아쉬운 전반기를 보낸 추신수가 올해도 '후반기의 사나이'로 거듭나며 텍사스를 3년 연속 가을야구로 이끌 수 있을까.

[김현수 외] 빅리그 무대 밟았다는 사실에만 만족할 것인가

 작년 시즌 팀 내 유일한 3할 타자였던 김현수는 올 시즌 전반기 고전을 면치 못했다.

작년 시즌 팀 내 유일한 3할 타자였던 김현수는 올 시즌 전반기 고전을 면치 못했다. ⓒ MLB.com


지난해 시즌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계약한 김현수는 시범경기의 극심한 부진으로 홈개막전에서 관중들의 야유를 받으며 시즌을 시작했다. 하지만 시즌 내내 정확한 타격과 뛰어난 선구안을 과시하며 타율 .302 6홈런22타점36득점의 좋은 성적으로 볼티모어의 가을야구 진출에 큰 공헌을 했다. 루키였던 작년 시즌에 비해 팀 내 위상이 올라간 것은 당연한 이치.

하지만 김현수는 올 시즌 전반기 51경기에 출전해 타율 .229 1홈런9타점10득점으로 부진을 면치 못했다. 여전히 기존 포지션 경쟁자 조이 리카르드가 버틴 가운데 이적생 세스 스미스, 루키 트레이 만치니가 새로 가세하면서 김현수의 입지는 점점 줄어들 수 밖에 없었다. 만약 후반기에 강력한 인상을 심어주지 못한다면 김현수의 2017 시즌은 팀의 부진과 함께 쓸쓸하게 막을 내릴지 모른다.

옵트아웃 권리행사를 눈 앞에 둔 지난 6월28일 극적으로 빅리그의 호출을 받은 샌프란시스코의 황재균은 29일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빅리그 데뷔전에서 결승 홈런을 터트리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황재균은 빅리그 데뷔 후 6경기 연속 출루에 성공하며 순조로운 적응을 보였고 같은 기간 샌프란시스코 역시 5승1패로 상승세를 타며 황재균은 자이언츠의 새로운 복덩이로 떠오르는 듯 했다.

하지만 황재균은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전반기 마지막 4경기에서 13타수 1안타로 부진했고 샌프란시스코 역시 전반기를 4연패로 마무리했다. 황재균의 전반기 성적은 타율 .194 1홈런3타점1득점. 주전 3루수 에두아르도 누네스의 복귀가 임박한 만큼 빅리그 데뷔전의 짜릿한 기억이 '하루 밤의 꿈'으로 남지 않기 위해서는 후반기 분발이 필요하다.

한국 야구팬들의 관심에서조차 조금 멀어진 이름이었던 뉴욕 양키스의 최지만은 지난 5일 빅리그의 부름을 받아 양키스 유니폼을 입고 두 경기 연속 홈런을 터트리는 깜짝 활약을 펼쳤다. 현재 양키스는 크리스 카터의 부진과 방출 등으로 현재 1루수 자리가 사실상 공석이다. 최지만에게는 한국인 선수 최초로 양키스의 주전 야수가 될 절호의 기회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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