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설(說)'이 오갔던 헤라르드 데울로페우의 바르셀로나 이적이 확정됐다. 데울로페우의 이적은 지지부진한 이적 시장 행보에서 벗어나 원하는 선수들을 적극적으로 데려오겠다는 바르셀로나의 의지의 신호탄으로 여겨진다.

FC 바르셀로나는 이적 시장에서 가장 특이한 행보를 보이는 클럽 중 하나다. 세계 최정상급 클럽답게 즉시 전력에 도움이 되는 슈퍼스타들의 영입에 망설임이 없다. 다만 그 선수가 '바르셀로나식 축구'에 맞아야 보통 영입이 이뤄진다.

물론 대부분의 클럽이 클럽만의 축구 철학이나 감독의 전술에 맞게 선수 영입을 시도하지만 바르셀로나만큼 구단 자체의 철학을 중요시 여기는 클럽도 드물다. 점유율과 짧은 패스로 대변되는 바르셀로나식 축구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선수를 바르셀로나는 항상 원한다.

그러나 그런 선수를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공격 지역은 물론이고 수비 지역에서도 짧은 패스를 즐겨하는 바르셀로나의 축구 방식에 적응하는데 많은 선수들이 어려움을 느껴왔다. 당시 최고의 공격수에 위치했던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는 한 시즌 만에 팀을 떠났고, EPL의 왕이라 불렸던 티에리 앙리도 이적 초반에는 어려움을 겪었다.

그래서 바르셀로나는 이적 시장에서의 실패 방지를 위해 이미 바르셀로나 축구에 대한 경험이 있는 선수를 영입해왔다. 앞서 언급한 데울로페우의 이적도 이러한 바르셀로나의 이적 시장 기조를 대변하는 결과물이다. 데울로페우는 바르셀로나 시스템 아래에서 유소년 시절을 보낸 대표적인 선수 중 한 명이다. 데울로페우만큼 바르셀로나와 강하게 연결되고 있는 아스날의 엑토르 베예린 또한 바르셀로나 유스팀 출신이다.

바르셀로나 축구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만큼 '컴백'한 선수들의 성공 가능성은 높게 점처지곤 한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선수 개인의 실력과 감독의 성향 등 여러가지 요소가 잘 어루러지면 성공적인 컴백이 되지만, 그렇지 않으면 대체로 실패로 끝난다. 바르셀로나로 복귀했던 선수들의 명과 암을 살펴본다.

# 헤라드르 피케, 성공적인 복귀

   화려한 '컴백'에 성공한 피케

화려한 '컴백'에 성공한 피케 ⓒ 위키미디어


수많은 선수들이 바르셀로나로 '컴백'했지만 헤라드르 피케만큼 바르셀로나로 돌아와 성공을 거둔 선수는 드물다. 2008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친정으로 복귀한 피케는 순식간에 '월드클래스' 선수 반열에 오르며 지금까지 바르셀로나의 핵심 수비수로서 활약 중이다.

피케는 어린 시절부터 바르셀로나의 미래로 평가 받았지만 그의 선택은 이적이었다. 이른 나이부터 프로 무대를 누비기 원했던 피케의 바람과 맨유의 적극적인 투자가 합쳐지면서 2004년 피케의 이적이 성사됐다.

맨유 소속으로 피케는 원하던 1군 데뷔를 2005년 선덜랜드와 리그 경기에서 성공했다. 18세의 어린 나이에 데뷔에 성공했지만 피케는 맨유에서 자리를 잡는 데는 실패했다. 2006-2007 시즌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레알 사라고사로 임대도 다녀오며 반전을 노렸지만, 네마냐 비디치의 합류로 비디치-퍼디난드 중앙 수비수 콤비가 탄생하면서 기회를 완전히 상실했다.

결국 피케는 4년 간의 영국 생활을 뒤로 하고 당시 바르셀로나 감독이었던 펩 과르디올라의 부름을 받아 들여 2008년 바르셀로나로 컴백한다. 바르셀로나에도 출중한 중앙 수비수 자원이 많았기에 피케의 도전은 성공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는 않았다.

그러나 피케는 일취월장하는 실력을 바탕으로 치열한 주전 경쟁을 이겨냈다. 무엇보다 당시 바르셀로나의 상황이 피케에게는 행운이었다. 당시 감독이었던 과르디올라는 역대 어떤 감독보다 수비수들의 짧은 패스를 통한 안정적인 빌드업을 중요하게 여겼다. 바르셀로나 출신답게 수비수임에도 패스와 볼 컨트롤에 능한 피케는 어린 나이에도 주전 수비수로서 중용받게 됐다.

또한 피케와 플레이 스타일이 비슷한 멕시코의 수비수 라파엘 마르케스가 잦은 부상을 당했고, 주전급 수비수 중 한 명인 가브리엘 밀리토도 부상에 시달렸다. 동료 수비수들의 부상 덕(?)에 피케는 복귀 시즌부터 꾸준하게 출장 기회를 받았다. 과르디올라의 지휘 아래 실력이 급성장한 피케는 2009-2010 시즌부터는 당당히 주전 수비수 자리를 꿰차면서 성공 가도를 달리기 시작했다.

카를레스 푸욜과 짝을 이뤄 성공을 거둔 피케는 마스체라노와도 환상적인 호흡을 보여주며 지난 10년 간 바르셀로나의 주전 수비수로서 맹활약 중이다. 한 때 느린 발과 어이없는 실책으로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기존의 장점인 발 기술과 노련한 수비가 더해진 세계 최고의 수비수 중 한 명으로 군림하고 있다. 맨유에서 자리를 잡지 못했던 피케에게도, 최고의 수비수를 보유하게 된 바르셀로나에게도 2008년의 '컴백'은 최고의 선택으로 남게 되었다.

# 세스크 파브레가스, 아쉬웠던 복귀

   파브레가스의 복귀는 생각보다 성공적이지 못했다

파브레가스의 복귀는 생각보다 성공적이지 못했다 ⓒ 위키미디어


피케의 '컴백'이 손쉬웠던 반면에 세스크 파브레가스의 바르셀로나 복귀는 어려운 작업이었다. 피케가 맨유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지만 파브레가스는 달랐다. 2003년 피케보다 어린 나이에 아스날에 입단하게 된 파브레가스는 큰 어려움 없이 1군 멤버로서 아스날에 안착했다.

파브레가스의 EPL 도전기는 강렬했다. 16세의 어린 나이에 데뷔전을 치른 파브레가스는 서서히 아스날의 주전 미드필더로 분류되기 시작했다. 파브레가스는 빠르게 성장했다. 성장세는 생각보다 빨랐고 2005년 벵거 감독이 아스날을 대표하는 미드필더인 파트리크 비에이라를 유벤투스로 이적 시키고 파브레가스 중심으로 팀을 개편했을 정도로 단숨에 아스날에 핵심 미드필더로 자리매김한다.

어린 나이에 파브레가스는 아스날의 '에이스'이자 EPL을 대표하는 미드필더로 군림하기 시작했지만 문제가 있었다. 바로 '팀 성적'이었다. 파브레가스가 활약하던 시절에 아스날은 리그에서는 맨유와 첼시에게 밀렸고 챔피언스리그에서도 점차 낮은 성적을 거두고 있었다. 2004-2005 시즌 FA컵 우승 이후 6년 간 '무관'에 시달렸던 파브레가스는 결국 2011년 여름 당대 최고의 팀이라 불리던 바르셀로나로 컴백을 결심한다. 

최고의 미드필더를 떠나보내는 아스날 팬들에게 파브레가스 이적은 아쉬운 소식이었지만 바르셀로나 팬들에게는 최고의 영입 소식이었다. '바르셀로나 DNA'를 보유한 선수가 이미 '월드클래스' 반열에 올라 친정으로 돌아온다는 사실은 바르셀로나에게는 축복이었다. 나이가 들어가는 사비 에르난데스와의 자연스러운 세대 교체를 이뤄내기에 나이와 실력 등 파브레가스가 가진 모든 것이 완벽해 보였다.  

하지만 피케 이상의 '컴백'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파브레가스의 복귀는 생각만큼 성공적이지 못했다. 수많은 장점 속에 가려져 있던 단점이 스페인 무대에서 드러났다. 중앙 미드필더이지만 수비보다는 공격에 특화된 파브레가스의 능력이 문제였다. 몇몇 선수에게는 수비적인 책임을 부여하지 않은 현재의 바르셀로나와 다르게 2011년의 바르셀로나는 모든 선수에게 수비적인 능력을 요구했다.

과르디올라는 공이 빼앗기는 즉시 강한 압박을 통해 공의 소유권을 곧장 되찾아 오길 원했다. 아스날에서 수비형 미드필더의 보호 아래에 뛰었던 파브레가스는 강한 압박 수비를 완전히 이행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장점인 공격에서도 문제를 드러냈다. 사비와 이니에스타에 비하면 탁월한 득점력을 가졌지만 바르셀로나가 원하는 미드필더와는 다소 거리가 있었다. 짧은 패스로 차근차근 상대를 무너뜨리는 기존 바르셀로나 스타일에 EPL에서 과감한 침투 패스로 성공을 일궈낸 파브레가스의 패스 방식은 어울리지 않았다. 워낙 가지고 있는 능력이 출중하다 보니 약체와의 경기에서는 활약했지만, 강팀과 경기에서는 겉도는 모습을 보여주며 부진을 거듭했다.

결국 기대와 다르게 파브레가스는 세 시즌 만에 첼시로 이적하고 만다. 영국 무대에서 다시 활약하게 된 파브레가스는 팬들이 상상하던 파브레가스 본연의 모습을 단번에 되찾는데 성공한다. 첼시에서의 활약을 통해 파브레가스와 바르셀로나의 궁합이 생각보다 맞지 않았음이 명확해졌다.

파브레가스가 기대만큼 활약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지만 팀의 일원으로서는 충분히 활약했다고 평가받을 만하다. 문제는 피케와 파브레가스 혹은 조르디 알바처럼 모든 선수들이 '컴백'해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다는 데 있다.

특히 지난 시즌은 바르셀로나로 '컴백'한 선수들이 한계에 부딪친 모습을 자주 연출했다. 먼저 바르셀로나 유소년 팀에 잠시 몸담았던 알레이스 비달은 두 번째 시즌 만에 팀에 적응하는 듯 했으나 큰 부상을 당하면서 전력에 힘을 더하지 못했다. 비야레알에서 돌아온 데니스 수아레스도 로테이션 멤버로 가끔 경기장에 나섰을 뿐 한계를 드러냈다.

그나마 하피냐 알칸타라가 임대 시절을 청산하고 바르셀로나에 정착하는듯 보였지만, 지난 시즌 결정적인 순간에 부상을 당하면서 크게 활약하지 못했다. 지난 시즌 5% 부족한 활약상을 보인 세 선수는 현재 바르셀로나를 떠날 가능성이 크다.

이처럼 많은 '컴백' 선수들이 바르셀로나에서 부침을 겪은 끝에 팀과 작별 수순을 밟곤 한다. "기회를 잡게 되어 기쁘다"는 말로 장밋빛 미래를 그리는 데울로페우가 반드시 인지해야 할 '컴백' 선배들의 역사다. 데울로페우가 2012년 조르디 알바의 이후 새로운 '컴백' 스타가 요원한 바르셀로나의 가뭄을 해소할 인물이 될지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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