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메이저리그 선발투수들 중 최고의 왼손 선발투수를 꼽으라면 최근 5년 동안 3번의 사이 영 상(2011, 2013, 2014)을 수상한 클레이튼 커쇼(로스앤젤레스 다저스)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같은 지구 라이벌 팀의 에이스인 매디슨 범가너(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시즌 초반 교통사고로 어깨 부상을 당하며 아직까지 복귀하지 못한 가운데, 내셔널리그에서는 커쇼를 견제할 왼손 선발투수가 부재한 상태다.

아메리칸리그에서 제이슨 바르가스(캔자스시티 로열스)와 크리스 세일(보스턴 레드삭스) 두 왼손 선발투수가 눈부신 질주를 하고 있지만, 바르가스는 커쇼에 비해 이닝과 탈삼진 면에서 임팩트가 부족하고 세일은 탈삼진에서만 메이저리그 전체 선두를 달리고 있다. 다만 커쇼의 페이스가 아직까지는 예년에 비해 임팩트가 살짝 떨어지면서 다른 에이스들과 격차가 조금 줄었을 뿐이다.

왼손 선발투수와 달리 오른손 선발투수 쪽에서는 맥스 슈어저(워싱턴 내셔널스)가 양대 리그를 통틀어 독보적인 질주를 계속하고 있다. 슈어저는 6월 28일(이하 한국 시각) 열렸던 제이크 아리에타(시카고 컵스, 2015 내셔널리그 사이 영 상 수상자)와의 맞대결에서도 압도적인 경기 내용으로 승리하면서 시즌 9승 째를 거뒀다.

현역 최고의 왼손 선발투수 커쇼와 최고의 오른손 선발투수 슈어저는 둘 다 내셔널리그에서 메이저리그 커리어를 시작했다. 나이는 1984년생인 슈어저가 1988년생인 커쇼보다 위지만, 메이저리그 데뷔는 2008년으로 같았다. 다만 커쇼는 데뷔 시즌부터 다저스 선발 로테이션에 자리잡았고, 슈어저는 두 번째 시즌부터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풀 타임 선발투수가 됐다.

서로 다른 리그에서 뛰었던 2013 시즌, 둘 다 사이 영 상 수상

다저스와 디백스는 같은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소속으로 만일 슈어저가 디백스에 계속 있었으면 두 선수는 커쇼와 범가너가 그랬듯이 수시로 맞붙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슈어저가 디트로이트 타이거즈로 트레이드되면서 2010년부터 커쇼와 슈어저는 서로 다른 리그에서 성장하게 됐다.

메이저리그 정상급 투수로 먼저 발돋움한 선수는 커쇼였다. 커쇼는 2011년 내셔널리그에서 다승, 평균 자책점, 탈삼진 3개 분야 트리플 크라운을 휩쓸며 생애 첫 사이 영 상을 수상했다. 같은 해에 슈어저는 생애 첫 15승 시즌을 맞기는 했지만 평균 자책점이 4.43으로 다소 높았고, 사이 영 상은 같은 팀의 에이스였던 저스틴 벌랜더가 리그 트리플 크라운으로 수상하게 됐다(당시 MVP 동시 수상).

이후 커쇼는 2014년까지 4년 연속 메이저리그 평균 자책점 1위를 놓치지 않았고(2013, 2014년은 1점 대 ERA), 슈어저 역시 2012년에 16승과 3점 대 평균 자책점으로 점차 성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런 가운데 2013년 시즌을 맞이했고, 커쇼와 슈어저는 각 리그에서 최고의 투수로 발돋움했다.

커쇼는 2013년 득점 지원으로 인해 16승에 그쳤지만, 생애 첫 1점 대 시즌(1.83)을 맞이하며 두 번째 사이 영 상을 수상했다. 슈어저는 2013년 전반기 마지막 경기에 들어서야 첫 패를 당할 정도로 팀의 득점 지원이 좋았던 가운데, 21승 3패 평균 자책점 2.90으로 생애 첫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2014년 18승 5패 3.15에 252탈삼진으로 역시 정상급 투수로서의 모습을 유지한 슈어저는 FA 시장에서 대박을 터뜨리며 내셔널리그로 돌아왔다. 다만 커쇼도 2014년에 사이 영 상을 수상하고 다저스와 역대급 금액으로 재계약하면서 최고 연봉 투수의 영예는 커쇼에게 돌아갔다.

같은 리그에서 만난 커쇼와 슈어저, 3년 만에 진검 승부 시즌

이리하여 커쇼와 슈어저는 2015년부터 같은 리그 사이 영 상 레이스에서 진검 승부를 벌이게 됐다. 그러나 2015년 사이 영 상 수상자는 커쇼도 슈어저도 아닌 제이크 아리에타(당시 22승 6패 1.77 236탈삼진)였다. 커쇼는 2015년 301탈삼진을 달성했지만 16승에 그쳤고, 슈어저 역시 276탈삼진을 기록했지만 14승 12패에 그쳤다.

2016년 슈어저는 20승 7패 2.96에 284탈삼진을 기록하며 양대 리그 사이 영 상 석권에 성공했다. 그러나 2016년에는 커쇼가 허리 부상으로 인하여 2달 반 가량 선발 로테이션을 비우면서 21경기 등판에 그쳤기 때문에 두 선수가 진정한 승부를 벌였다고 볼 수는 없다.

2017년 커쇼도 슈어저도 건강하게 시즌 개막을 맞이했다. 슈어저가 스프링 캠프 도중 손가락에 이상이 생기긴 했지만, 개막전 선발을 거르고 한 바퀴 늦게 시작한 것을 빼면 두 선수 모두 문제 없이 풀 타임 시즌을 치르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두 선수는 아직까지 큰 기복 없이 순항을 거듭하고 있다. 커쇼는 예년에 비해 피홈런이 많아져서 그렇지(17피홈런) 퀄리티 스타트 플러스(7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경기) 11회를 포함하여 109.1이닝 11승 2패 평균 자책점 2.47 123탈삼진으로 여전히 팀의 에이스이다. 9이닝 경기도 한 차례 있는데, 당시 경기가 연장전 승부로 가는 바람에 완투로 기록되진 못했다.

아직까지 임팩트에 있어서는 슈어저가 커쇼보다 근소한 차이로 우위를 보이고 있다. 슈어저는 올 시즌 퀄리티 스타트 플러스 10회 포함 113.2이닝 9승 5패 평균 자책점 2.06 151탈삼진을 기록하고 있으며 완투 2경기도 있다. 다만 슈어저도 16경기에서 12피홈런을 허용하는 등 장타 허용에서 아쉬운 면을 보이고 있다.

아직까지 확실한 비교 우위 없는 커쇼 VS 슈어저

이닝과 평균 자책점, 탈삼진에서 슈어저가 약간 우위에 있다고 하지만, 아직까지는 확실하게 사이 영 상 경쟁에서 우위에 있다고 볼 수는 없다. 아직까지 2017 메이저리그는 정규 시즌 절반에 조금 못 미치는 시즌을 치렀을 뿐이고, 두 선수는 일정에 따라 아직 16~17경기 정도를 더 등판할 수 있다.

두 선수 모두 2점 대 초반의 평균 자책점과 230이닝, 250탈삼진까지는 충분히 넘길 수 있는 페이스를 보이고 있으며 슈어저는 페이스를 유지할 경우 300탈삼진도 가능하다. 다만 다승 경쟁에서는 아직까지 20승 달성 확률은 반반이다. 그러나 커쇼의 경우 최근 리그 1위로 올라선 다저스의 상승세를 감안하면 20승 달성 가능성이 올라간다.

커쇼와 슈어저가 건강한 몸 상태로 풀 타임 진검 승부를 벌이는 시즌은 이번이 2번째다. 다만 2015년에는 아리에타의 임팩트가 워낙 컸고, 커쇼의 득점 지원 부족과 슈어저의 내셔널리그 적응 시즌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 시즌이 진정한 최고의 투수를 가리는 시즌이 될 것임은 분명하다.

커쇼와 슈어저는 2016년 내셔널리그 디비전 시리즈 1차전에서 한 차례 맞대결을 벌인 적은 있었다. 당시에는 커쇼가 5이닝 3실점으로 다소 부진했음에도 승리했으며, 슈어저도 6이닝 4실점(2피홈런)의 다소 부진한 모습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이 경기 이후에 커쇼와 슈어저가 정규 시즌에서 맞대결을 한 적은 아직 한 번도 없다. 팀의 일정이나 서로의 등판 간격 때문에 일정들이 조금씩 엇갈리면서 포스트 시즌 이외에는 만날 기회가 없었던 것이다.

올 시즌 다저스와 내셔널스는 9월 16일부터 18일까지 내셔널스 스타디움에서 3연전의 대결이 남아있다. 서로 지구가 다르기 때문에 각자의 경기장에서 6~7경기를 치르는 것 이외에는 서로 만날 일이 없는 두 팀이다. 이 때에 커쇼와 슈어저가 등판 일정이 맞아 떨어지면 빅 매치를 볼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포스트 시즌까지 기다려야 한다.

지난 시즌에는 내셔널스가 리그 2위로, 다저스가 리그 3위로 포스트 시즌에 진출했기 때문에 디비전 시리즈에서 맞대결을 펼쳤다. 그러나 올해에는 다저스가 리그 1위를 달리고 있고, 내셔널스가 리그 2위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에 포스트 시즌에서의 맞대결을 보려면 내셔널리그 챔피언십 시리즈까지 기다려야 한다.

커쇼의 경우는 2011년부터 전성기를 이어오고 있다. 반면 슈어저는 최근 5년 동안의 임팩트가 크게 상승하며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는 투수다. 두 투수의 맞대결 경기는 9월까지 기다리거나 그 이후가 될 수 있지만, 리그 최고의 투수에게 주어지는 단 하나의 사이 영 상을 과연 어떤 투수가 차지하게 될지 두 투수의 경기 하나하나도 장외 승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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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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