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가 올 시즌 첫 연속 위닝시리즈를 달성하며 반등의 계기를 마련했다.

조원우 감독이 이끄는 롯데 자이언츠는 25일 서울 잠실 야구장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의 원 정경기에서 홈런 2방을 포함해 11안타를 터트리며 4-2로 승리했다. 롯데의 믿음직한 에이스 박세웅은 6.2이닝 동안 117개의 공을 던지며 7피안타4사사구4탈삼진2실점으로 시즌 9번째 승리를 챙겼다.

아내 신소연씨가 딸을 출산하면서 23일 경기에 결장했던 강민호는 24일 3출루 경기에 이어 25일에는 6회 두산의 루키 이영하로부터 결승 솔로 홈런을 작렬했다. 하지만 이날 강민호의 결승 홈런 못지 않게 중요한 한 방을 터트린 선수가 있었다. 1-0의 아슬아슬한 리드에서 스코어를 4-0으로 벌리는 3점홈런을 터트린 '월드스타' 전준우가 그 주인공이다.

'신의 한 수'가 된 백업 3루수 전준우의 외야 전향 

경주고 시절 유격수를 주로 맡았던 전준우는 2004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7라운드로 롯데에 지명을 받았다. 하지만 프로 입단 대신 건국대 진학을 선택했고 대학에서 3루수로 전향한 후 성균관대의 모창민(NC다이노스), 단국대의 나지완(KIA 타이거즈)과 함께 대학 야구 최고의 타자로 이름을 날렸다. 덕분에 지명 순번도 7라운드에서 2라운드(전체15순위)로 올라왔다.

대학시절엔 최고의 3루수였지만 2008년 롯데의 3루수는 '빅보이' 이대호였고 전준우는 백업경쟁에서조차 김민성(넥센 히어로즈), 정보명(롯데 수비코치)에게 우위를 점하지 못했다. 프로 입단 후 2년 동안 41경기밖에 출전하지 못하며 1군의 높은 벽을 실감하던 전준우는 당시 롯데를 이끌던 제리 로이스터 감독으로부터 외야 전향을 권유 받았다. 빠른 발과 타격의 재능을 극대화하기 위함이었다.

일종의 모험이었던 전준우의 외야 전향은 개인에게도 팀에게도 '신의 한 수'가 됐다. 전준우는 2010년 롯데의 주전 중견수 자리를 차지하며 타율 .289 19홈런16도루를 기록했고 2011년에는 생애 첫 3할 타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대호가 일본으로 떠난 2012년 타율이 .253로 급락했고 2013년5월15일 NC전 다이노스전에서는 급기야 대형사건에 휘말리며 '월드스타'로 등극하게 된다.

4-6으로 뒤지던 9회 1사 후 이민호의 빠른 공을 강하게 잡아 당긴 전준우는 홈런임을 직감하고 방망이를 멋지게 던지며 시크한 표정으로 홈런 세리머니까지 펼쳤다. 하지만 바람의 영향을 받은 공은 NC 좌익수 박정준에게 잡혔고 전준우는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한동안 1루 베이스에서 떠나질 못했다. 이 장면은 국내에서 크게 화제가 됐을 뿐 아니라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에도 소개됐다.

2014년 타율 .292 14홈런66타점이라는 준수한 성적을 기록하고도 인천 아시안게임 멤버에 선발되지 못한 전준우는 2014 시즌이 끝나고 경찰 야구단에 입단했다. 전준우는 경찰 야구단에서 활약한 2년 동안 .360 이상의 타율과 15개 이상의 홈런을 기록하며 1군 주전 선수의 위용을 과시했다. 전준우는 9월3일 전역과 동시에 1군에 복귀했지만 25경기에서 타율 .253 2홈런10타점에 그치며 팀에 큰 도움이 되진 못했다.

복귀 후 타율 .341 6홈런15타점, 월드스타의 화려한 귀환

2010년 혜성처럼 등장해 롯데의 주전 중견수 자리를 차지했을 때만 해도 전준우는 리그 최고의 5툴 플레이어가 되는 듯 했다. 하지만 학창시절, 그리고 프로 입단 후 2년 동안 내야수로 활약하던 전준우는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감각적인 수비를 하는 선수라기 보다는 뛰어난 운동능력으로 부족한 경험을 보완하던 외야수였다. 2010년19홈런을 친 후에는 한 번도 15홈런을 넘긴 시즌이 없을 정도로 장타력에서도 2% 아쉬움이 남았다.

따라서 전준우에게 올 시즌을 맞는 각오는 남다를 수 밖에 없었다. 자신을 향한 의심의 눈초리를 씻어 버리고 롯데 외야의 중심으로서 건재를 보여줘야 하기 때문이다. 시즌 초반은 나무랄 데가 없었다. 시즌 개막 후 8경기에서 모두 1번타자로 출전한 전준우는 타율 .371 4홈런11타점10득점 OPS(출루율+장타율) 1.205를 기록했다. 전준우가 활약한 8경기에서 롯데는 6승2패를 기록했다.

하지만 전준우는 4월12일 SK와의 경기를 앞두고 돌연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왼쪽 옆구리 근육 파열 부상이었다. 당초 4주 정도의 재활 기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됐지만 전준우는 40일이 넘도록 돌아오지 못했고 롯데는 전준우가 빠진 34경기에서 14승20패로 부진했다. 하지만 조원우 감독은 전준우의 복귀를 서두르지 않았고 퓨처스리그에서 6경기를 소화한 후에 전준우를 1군으로 올렸다.

5월23일 SK와이번스와의 1군 복귀전에서 홈런을 터트린 전준우는 부상 복귀 후 30경기에서 타율 .341 6홈런15타점18득점이라는 뛰어난 성적을 이어가고 있다. 전준우는 25일 두산전에서도 7회 3점 홈런을 터트리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두산이 7회말 공격에서 곧바로 2점을 추격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전준우의 홈런은 엄청나게 영양가가 높은 한 방이었다.

현재 롯데의 하위타선은 앤디 번즈의 부상 이탈로 타선의 무게가 많이 약해진 상황이다. 결국 손아섭,김문호,전준우,이대호,강민호로 이어지는 상위타선에서 해결을 해줘야 한다는 뜻이다. 비록 시즌 초반 부상으로 34경기에 결장했지만 전준우는 올 시즌 38경기에서 타율 .348에 10홈런, 그리고 .351의 득점권 타율을 기록하며 좋은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이제 롯데의 '월드스타'는 팀을 반등시켜야 하는 또 하나의 미션을 향해 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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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롯데 자이언츠 전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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