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가 3연승 행진을 달리며 일찌감치 위닝시리즈를 확정했다.

트레이 힐만 감독이 이끄는 SK 와이번스는 지난 24일 인천SK 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kt위즈와의 홈경기에서 홈런 한 방을 포함해 7안타를 터트리며 2-1로 신승을 거뒀다. SK의 토종 에이스 윤희상은 8이닝 동안 105개의 공을 던지며 4피안타무사사구6탈삼진1실점으로 시즌 6번째 승리를 챙겼다. 불펜 투수 박정배는 1사 만루의 위기에서 마지막 아웃카운트 2개를 책임지며 403일 만에 세이브를 기록했다.

SK는 올 시즌 두 자리 수 홈런을 기록 중인 선수가 5명이나 될 정도로 역대급 홈런 군단이지만 이날 경기에서는 최정, 한동민, 김동엽, 제이미 로맥 등 비룡군단이 자랑하는 강타자들의 홈런이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SK가 승리하는 데는 큰 문제가 없었다. 이날 SK가 기록한 2타점을 모두 책임진 '힐만의 남자' 정진기의 맹활약이 있었기 때문이다.

프로 입단 후 6년 동안 24경기에 출전했던 무명 외야수

전남 순천 출신의 정진기는 KIA 타이거즈 투수 홍건희와 함께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함께 다니며 프로야구 선수의 꿈을 키웠다. 3학년 때는 청소년 대표에도 선발되며 뛰어난 기량을 인정 받았고 2011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3라운드(전체23순위)로 SK에 지명됐다. 훗날 LG트윈스의 마무리 투수로 성장하는 서울고의 임정우보다 빨리 지명됐을 정도로 정진기는 SK가 기대하는 외야 유망주였다.

하지만 당시 SK에는 박재홍, 김강민, 박재상, 조동화, 임훈(LG) 등 준수한 외야수들이 즐비했다. 2012년에는 올 시즌 홈런 선두를 다투고 있는 '동미니칸' 한동민까지 가세했다. 결국 정진기는 입단 후 3년 동안 1군에서 24경기 밖에 출전하지 못했다. 홈런은커녕 타점이나 장타도 없이 2안타로 3득점만 기록했을 뿐이다.

물론 퓨처스리그에서의 활약은 나쁘지 않았다. 입단 첫 해 타율 .231 16타점14도루로 많은 약점을 노출했던 정진기는 2012년 타율 .247 3홈런17타점13도루를 기록했고 2013년에는 타율을 .299까지 끌어 올리며 순조롭게 성장했다. 정진기는 병역 의무를 해결하기 위해 상무에 지원했지만 부상으로 탈락해 사회복무요원으로 군복무를 마쳤다.

군복무를 마친 정진기는 작년 10월 애리조나 교육리그와 11월 가고시마 유망주 캠프에 참가하며 기량을 갈고 닦았다. 작년 가을야구에 진출하지 못한 SK에게 10월과 11월은 가벼운 마무리 캠프를 하며 시즌을 정리하는 기간이었지만 군복무로 인해 3년에 가까운 실전 공백이 있는 만큼 정진기는 누구보다 부지런한 늦가을을 보냈다.

결국 정진기는 오키나와 전지훈련에서 힐만 감독과 정경배 타격코치의 눈을 사로잡았다. 사실 정진기는 김강민, 정의윤, 이명기(KIA) 등 기존 외야 자원들이나 퓨처스리그를 폭격한 한동민에 비하면 지명도가 가장 떨어지는 선수다. 하지만 국내 선수들에 대한 편견이 없는 힐만 감독은 공수주를 두루 갖춘 젊은 외야수 정진기를 올 시즌 비밀병기로 꼽는 걸 주저하지 않았다.

외야 전 포지션 오가며 알토란 같은 활약 펼치는 '힐만의 남자'

정진기는 올해 시범경기에서 11경기에 출전해 타율 2할(25타수5안타)2타점3득점으로 부진했다. 정진기의 떨어지는 이름값을 생각하면 1군 잔류가 불투명한 성적이었다. 하지만 힐만 감독은 정진기가 기록한 4개의 도루에 주목했고 대주자와 대수비, 그리고 백업 외야수로서 정진기가 높은 활용가치가 있다고 판단했다. 결국 정진기는 프로 입단 7년 만에 처음으로 개막 엔트리에 포함되는 기쁨을 누렸다.

시즌이 개막한 지 석 달이 가까워 오고 있지만 정진기는 아직 올 시즌 퓨처스리그 성적이 없다. 다시 말해 개막 엔트리에 포함된 이후 한 번도 2군으로 떨어지지 않고 1군 생존에 성공했다는 뜻이다. 정진기는 올 시즌 SK가 치른 72경기 중 56경기에 출전해 타율 .269 8홈런25타점25득점3도루를 기록하고 있다. 의외로 많은 홈런을 때려냈다는 걸 제외하면 그리 대단해 보이지 않는 기록이다.

하지만 정진기의 팀 내 공헌도는 겉으로 보이는 기록보다 훨씬 높다. 정진기는 올해 우익수로 20경기, 좌익수로 21경기, 중견수로도 9경기에 나섰다. 팀 상황에 따라 외야 어떤 자리에 나서도 충분히 제 몫을 해줄 수 있는 선수라는 뜻이다. 정진기는 올해 원정 경기 타율이 .214에 불과하지만 안방에서는 .311의 고타율을 기록하고 있다. 득점권 타율도 .343로 매우 뛰어난 편이다.

정진기는 24일 kt전에서도 원맨쇼에 가까운 활약으로 SK의 3연승을 이끌었다. 정진기는 1회 kt 선발 배재성을 상대로 좌중간 담장을 넘기는 선제 솔로 홈런을 터트렸다. 세 번째 타석에서도 볼넷으로 출루한 정진기는 1-1로 맞선 6회말 2사 1, 2루에서 2루 주자 이재원을 불러 들이는 우전 적시타를 터트렸다. 정진기의 안타는 그대로 SK의 결승타가 됐다.

SK는 현재 1군 엔트리에 6명의 외야수를 배치시키고 있을 정도로 외야진이 매우 풍부한 편이다. 모두 주전으로 나서기에 부족함이 없는 뛰어난 선수들이다. 내야수로 등록된 로맥도 코너 외야 수비가 가능하고 부상으로 빠진 조용호까지 가세하면 외야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하지만 SK 외야에서도 정진기만큼 공수에서 다재다능한 활약을 펼치는 선수를 찾기란 쉽지 않다. 연봉2900만원을 받는 7년 차 무명 외야수의 작은 반란이 열매를 맺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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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SK 와이번스 정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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