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이 어깨 부상에서 복귀한 이후 처음으로 원정 경기에서 선발승을 거뒀다. 이전까지 마지막 원정 경기 승리는 2014년 9월 1일(한국시각) 미국 캘리포니아 주 샌디에이고 펫코 파크에서 열렸던 파드리스와의 경기였다.

팀 동료들의 득점 지원 속에 류현진도 2출루 2득점으로 힘을 보탰다. 덕분에 여유 있게 승리는 챙겼지만, 사실 이 날 경기도 류현진에게는 위기가 몇 차례 있었다. 1회말 빌리 해밀턴과 잭 코자트에게 연속 안타를 맞고 동점을 허용하기도 했고, 2회에도 스캇 쉐블러에게 안타를 허용하고 폭투와 볼넷까지 허용하며 득점권 위기에 몰리기도 했다.

류현진은 3회에도 위기를 맞이했다. 코자트와 조이 보토, 애덤 듀발에게 허용한 연속 안타에 이어 에우헤니오 수아레스에게 풀 카운트 밀어내기 볼넷을 허용하며 실점했다. 류현진이 만루 상황에서 밀어내기 볼넷을 내준 적은 메이저리그에서 이번이 처음이었다.

다행히 후속 타자들을 직선타와 병살타로 처리하면서 추가 실점은 없었고, 4회와 5회에도 매 이닝 주자를 출루시켰지만 추가 실점은 없었다. 이 날 류현진은 어깨 부상에서 돌아온 뒤 처음으로 105구를 던지며 건강함을 증명했다. 마지막까지 나왔던 시속 150km의 구속이 대표적이었다.

너무 많았던 초반 투구수, 긴 이닝 소화하지 못한 아쉬움

이 날 류현진은 경기 초반에 너무 투구수가 많았다. 1회부터 3회까지는 모두 이닝 당 투구수가 20구를 넘을 정도로 이닝을 쉽게 끝내지 못했다. 이 때문에 류현진은 승리투수 요건을 채운 5회말 수비를 마지막으로 6회초 타석에서 대타로 교체됐다.

이에 대해 류현진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지난 경기에 홈런을 많이 맞았던 신시내티 레즈 타선을 상대로 다시 던졌기 때문에 초반부터 신중했음을 인정했다. 그러나 볼 카운트를 유리하게 가져오지 못해 경기 초반 투구수가 많았음을 밝혔다.

다저스의 데이브 로버츠 감독 역시 3회에 만루 상황을 극복하지 못했으면 류현진을 교체하려고 했다. 실제로 3회에 다저스 불펜에서는 류현진이 무너질 것에 대비하여 구원투수 조시 필즈가 몸을 풀기 시작했다가 류현진이 위기를 극복하고 난 뒤 다시 자리에 앉았다.

다만 로버츠 감독은 류현진의 구위가 좋았고, 계속해서 적극적인 투구를 한다면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보였다. 다른 투수들도 상대하기 어려웠던 레즈 타선을 상대로 5이닝을 던진 류현진이 팀 승리에 기여한 점을 인정한 것이다.

하지만 류현진은 승리는 했어도 스스로 만족하지 못했다. 이 날 인터뷰에서 말했듯이 타셕에서 제일 잘했다는 자평을 했는데, 이 의미는 타석에서의 2번의 출루와 득점이 없었다면 자신이 팀 승리에 기여한 점이 부족했다고 생각한 것이다.

빡빡한 다저스의 20연전, 6명 선발 모두 등판하는 다저스

다저스에서 메이저리그 신분을 갖고 있는 선발투수 요원은 모두 8명이다.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좌)를 필두로 류현진(좌), 리치 힐(좌), 브랜든 맥카시(우), 마에다 겐타(우), 알렉스 우드(좌) 등이 현재 메이저리그 25인 로스터에 있다. 마이너리그 옵션이 적용되었지만 40인 보호선수 명단에 있는 훌리오 유리아스(좌)와 엉덩이 부상으로 60일 부상자 명단에 있는 스캇 카즈미어(좌)까지 모두 8명이다.

이들 중 커쇼는 확고하게 에이스로서의 자리를 지키고 있고, 잠시 부상자 명단에 다녀온 우드 역시 커쇼보다 이닝은 적지만 위력적인 임팩트를 보여주고 있다.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았던 맥카시 역시 올 시즌 완전한 풀 타임 선발투수로 돌아왔다. 그러나 나머지 2자리는 아직도 나머지 3명의 투수가 각축을 벌이는 모양새다.

지난 시즌 후반기의 활약 덕분에 많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3년 재계약을 맺었던 힐은 일단 꾸준히 기회는 얻고 있다. 그러나 힐은 손가락 물집 또는 제구의 난조로 인하여 올 시즌 퀄리티 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투구)가 한 차례도 없을 정도로 선발투수로서 갖춰야 할 최소한의 이닝 소화력에도 의문 부호가 붙고 있다.

다저스는 19일 경기 선발로 일본인 투수 마에다를 선발로 예고했다. 당초 마에다는 알렉스 우드가 부상에서 복귀하면서 로테이션에서 밀려나 경기 2번째 투수로 등판하는 이른바 1+1 요원으로 있었고, 실제로 4이닝 세이브를 기록하기도 햇다.

그런데 다저스는 6월 14일부터 7월 3일까지 휴식 없는 지옥의 20연전을 치르고 있다. 클리블랜드 프로그레시브 필드 인터리그 3경기와 신시내티 그레이트 아메리칸 볼 파크 3경기 원정을 끝내면, 홈으로 돌아와 뉴욕 메츠와의 4연전과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3연전이 기다리고 있다.

바로 이어서 인터리그 라이벌 LA 에인절스와의 하이웨이 시리즈 4연전(홈 & 어웨이)을 치러야 하고, 바로 샌디에이고 펫코 파크로 이동하여 3경기를 치러야 20연전이 끝난다. 그나마 이번 중부지구 원정 6연전이 끝나면 나머지 14경기는 다저스 스타디움 또는 LA와 가장 가까운 경기장들에서만 경기를 치른다.

물론 5인 로테이션을 유지할 수도 있겠지만, 다저스는 20연전이라는 빡빡한 일정들 속에서 선발투수들에게 하루 씩의 휴식을 더 챙겨주기 위하여 선발투수 6명을 모두 활용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로 인해 류현진의 다음 등판 날짜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다음 상대는 로키스가 될 확률이 높다. 6인 로테이션을 한 바퀴 더 돌리게 되면 그 다음 상대는 파드리스가 아니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가 된다.

류현진, 힐, 마에다의 생존 경쟁... 매주 평가하는 다저스

결국 류현진과 힐 그리고 마에다는 20연전이라는 팀의 일정 덕분에 모두 선발로 기회를 얻으며 생존 경쟁을 지속하고 있다. 20연전이 끝나면 곧 전반기가 끝나고, 올스타 브레이크 등이 끼어 있다. 선발 6명 중 한 명은 교통정리가 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7월이면 논 웨이버 트레이드 마감 시한을 앞두고 트레이드 시장이 활성화되겠지만, 다저스는 마땅히 트레이드 카드로 활용할 선수가 없는 상황이다. 선발투수들의 잔여 계약 기간이 많이 남아있어 섣부른 거래가 어렵고, 그나마 올 시즌이 끝나면 연봉 조정 신청 자격을 갖게 되는 우드가 워낙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어서 쉽게 다른 팀에 내 줄 가능성도 없다.

그런 가운데 한때 다저스가 왼손 선발투수 호세 퀸타나(시카고 화이트삭스)에게 관심이 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올 시즌에는 14경기 3승 8패 평균 자책점 5.07로 다소 부진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 크리스 세일(현 보스턴 레드삭스)과 함께 꾸준히 화이트삭스의 선발진을 지켜왔다.

물론 화이트삭스가 완전히 시즌을 포기한 것은 아니라서 퀸타나가 트레이드 시장에 매물로 나올지는 확실히 장담할 순 없다. 하지만 다저스가 유망주들을 트레이드하여 많은 선발 자원을 보유하려 하고 있음은 류현진의 입지에 영향이 갈 수 있기 때문에 민감할 수 밖에 없다.

로스앤젤레스 지역 언론 LA 타임즈에 따르면 류현진과 힐 그리고 마에다는 매주 선발투수로서 적합한지 매일 평가를 받고 있다는 다저스의 계획이 진행되고 있다. 그나마 3명 중에서 조금 앞서가고 있는 선수는 류현진이다. 피홈런이 다소 많지만, 평균 자책점이나 이닝 소화(경기 당 5.27이닝)에 있어서 마에다(5.21이닝)나 힐(4.38이닝)보다는 우위를 보이고 있다.

당장 시즌 성적이나 최근 페이스를 봐서는 힐이 당연히 불펜으로 가야겠지만, 손가락 물집이 또 터질 위험성이 있는 힐을 불규칙한 일정의 구원투수로 활용한다는 것 역시 다저스로서는 큰 모험이다. 이 때문에 다저스는 선발진 교통정리를 쉽게 실행하지 못하고 있다.

결국 류현진이 경쟁에서 보다 확실하게 살아남기 위해선, 꾸준히 호투를 지속할 수 밖에 없다. 일단 올 시즌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었던 피홈런도 18일 경기에선 없었다. 다음 상대인 로키스가 워낙 까다로운 상대이기 때문에 류현진이 당장 경쟁에서 확실히 앞서있다고 보기에도 이르다. 류현진이 다음 등판에서 로버츠 감독에게 보다 확실한 믿음을 심어줄 수 있을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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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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