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후 전북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IFA U-20 월드컵 코리아 2017 A조 조별예선 2차전 대한민국과 아르헨티나의 경기. 전반 18분 이승우가 아르헨티나 진영에서 홀로 공을 잡았다. 혼자 돌파를 시도하기에는 아르헨티나 수비의 숫자가 충분해 보였다. 설마했던 순간, 이승우는 별일 아니라는듯 환상적인 돌파 이후 침착한 마무리로 선제 득점을 성공시켰다.

경기를 중계하던 중계진은 물론이고 경기를 지켜보는 이들 모두가 경악했다. 무려 세계 축구의  최강자 중 하나인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터뜨린 '원더골'이었다. 1차전 기니전을 통해 예열을 마친 이승우는 본인의 재능이 진짜임을 전주 월드컵경기장을 찾은 모든 이들에게 증명했다. 이승우는 진짜였다.

메시의 후예들을 울린 '코리안 메시'

이승우의 여러가지 별명 중 이승우를 가장 잘 표현하는 별명은 역시 코리안 메시다. 현재 FC 바르셀로나 유스팀에서 활약 중인 이승우는 바르셀로나 1군에서 에이스 노릇을 하고 있는 '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와 아주 유사하다. 두 선수 모두 170cm도 안 되는 작은 신장에도 폭발적인 속도와 섬세한 드리블을 주무기로 상대를 허문다. 골대 앞에서 흥분하지 않고 침착하게 득점에 성공하는 모습도 비슷하다.

아르헨티나전 골 장면은 진짜 메시가 전주에 있는 것만 같았다. 골 장면을 복기해보자. 역습 상황에서 조영욱에게 공을 건네 받은 이승우는 상대 수비수 세 명이 자리를 잡고 있었음에도 과감하게 전진 드리블을 시도한다. 상황은 좋지 않았다. 오른발잡이인 이승우가 슛을 시도하기 좋은 공간에는 이미 아르헨티나 수비진이 버티고 있었다.

하지만 이승우는 동물적인 판단력으로 단번에 아르헨티나 수비를 허물었다. 이승우가 마치 상대 수비진이 밀집된 오른쪽 공간으로 뛰어 들어갈 것처럼 공을 쳐놓자 상대 수비는 성급히 발을 내밀었다. 그 순간 이승우는 급격히 왼쪽으로 공을 꺾으면서 상대를 뚫어냈다.

이승우의 급격한 방향 전환에 순식간에 아르헨티나 세 명의 수비수는 갈 곳을 잃었다. 다급해진 골키퍼는 이승우를 막기 위해 골문을 버리고 뛰어나왔지만, 왼발에도 일가견이 있는 이승우는 골키퍼를 넘기는 왼발 칩슛으로 수비진 농락을 마무리했다. 드리블 능력, 정확한 상황 판단, 침착함이 골고루 어우러진 정말 메시 같은 득점이었다. 메시를 능가하는 재기발랄한 세레모니는 덤이었다.

그동안 이승우의 단독 드리블에 이은 득점 장면이 종종 나왔지만, 아르헨티나전 골이 가지는 무게감은 다르다. 연령별 대회 중 U-20 월드컵은 23세 이하 선수들이 참가하는 하계올림픽보다 더 중요한 무대로 여겨진다. 즉, U-20 월드컵은 유소년 레벨에선 최고의 무대다.

세계 축구의 수많은 별들이 U-20 월드컵을 통해 실력을 전세계에 알렸다. 전설들의 축구 인생을 회고할 때 첫 페이지에는 으레 U-20 월드컵에서의 활약이 적혀 있을 정도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 대표팀이 어디까지 전진을 해낼 수 있을 지는 모르지만 이승우가 터뜨린 아르헨티나전 득점은 이승우 축구 인생의 첫 페이지로 아로새겨 질 것이다.

헌신+노련미까지 갖춘 축구 천재


전반전에 이승우가 터뜨린 놀라운 골로 대한민국이 들썩였지만 정작 본인은 침착했다. 침착하고 대범한 이승우는 본인의 역할을 확실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후반전엔 공격력 이외에 본인이 지닌 다른 장점을 팬들에게 뽐냈다.

한국은 후반 초반 루이스 토레스에게 실점을 허용하며 2대1까지 추격을 허용했다. 벼랑 끝에 몰린 아르헨티나 선수들의 파상공세에 대부분의 한국 선수들은 당황한 기색을 보이기 시작했다. 공수 사이에 간격이 갈수록 벌어졌고 상대와 일대일 승부에서 밀리는 모습이 자주 연출됐다.

팀이 강하게 흔들리던 순간, 이승우가 팀원들을 일깨운다. 수비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수비에 가담한 이승우는 상대 공을 탈취한 후 파울까지 얻어낸다. 그 후 박수를 치며 흔들리는 선수들을 강하게 독려한다.

당연히 말로만 그치지 않았다. 후반전 내내 상대의 파상공세에 맞서 패널티 박스 근처까지 내려와 수비를 도왔다. 공을 잡으면 명민한 드리블로 상대의 파울을 유도하거나 상대 수비진을 뒷걸음치게 만들었다. 전반전에 당한 굴욕 탓인지 아르헨티나 선수들은 이승우에게 쉽게 덤비지 못했다. 아르헨티나 수비진은 이승우가 잡은 공을 터치 라인 밖으로 차내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었다.

후반 종반 이승우는 공을 걷어 내는 것조차 영리하게 처리해 아르헨티나를 조급하게 만들었다. 단순히 공을 멀리 차내는 것이 아니라 상대 수비진과 골키퍼 사이에 애매하게 공을 뿌려놨다. 애매한 위치에 공이 떨어지자 별 수 없이 아르헨티나 선수들이 공을 터치라인으로 내보내는 모습이 종종 나왔다. 또한 이승우는 상대 진영 가장 깊숙한 터치 라인으로 공을 멀리 차 1초가 급한 아르헨티나의 공격 시간을 줄였다. 약관(弱冠)의 나이가 무색한 노련한 경기 운영이었다.

이날 승리로 한국 대표팀은 16강 진출을 조기에 확정지었다. 내심 자국에서 열리는 대회에서 우승까지 노리는 한국 입장에선 쾌조의 출발이다. 우승을 노리는 팀이라면 3~4일 간격으로 펼쳐지는 대회 일정상 한 경기 정도 체력을 비축할 경기가 필요한데, 3차전 잉글랜드전에서 한국 대표팀은 한숨 돌릴 수 있게 되었다.

모든 것이 긍정적이다. 이승우를 비롯한 주축 선수들은 맹활약하면서 팀을 이끌고 있고, 모든 선수들의 열정과 투지가 경기장에 쏟아져 나오고 있다. 신태용 감독의 다양한 전술은 상대를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분명 위기는 올 것이다. 한국 대표팀의 '에이스' 이승우가 그 위기마저 뚫고 본인의 바람대로 한국을 결승까지 이끌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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