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 멤버들의 사전투표 인증샷.

<무한도전> 멤버들의 사전투표 인증샷. ⓒ mbc


연예인들도 부지런했다. 공식 트위터를 통해 인증샷을 올린 <무한도전> 5인 멤버들을 필두로, 보아, 배우 이시영, 박희순, 안재홍, 김지훈, 박해진, 정해인, '레인보우' 우리, '다이아' 정채연 등이 4일 오전 19대 대선 사전투표 '인증샷'을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게시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아래 선관위) 19대 대선 홍보대사인 산들, 장나라, 정애리, 김연우, 진세연, 윤주상도 이날 오전 서울 서울역 대합실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서 사전투표를 마치고 '인증샷'을 촬영했다. 사전투표 첫날인 4일, 대통령 선거에서는 첫 번째로 치러지는 19대 대선 사전투표 투표율이 지난 4.13 총선의 두 배로 집계되는 가운데 부지런한 일반인들은 물론 연예인들의 '투표 독려'도 줄을 잇고 있다.

그 중 선관위의 '0509 장미 프로젝트' 역시 칭찬할 만하다. 잘 알려진 대로, 몇 번의 선거를 거치며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톰 행크스, 멧 데이먼 등 미 배우들의 '투표독려' 영상이 큰 반향을 일으킨 바 있다.

이를 벤치마킹한 느낌이 역력한 '0509 장미 프로젝트'는 이병헌, 정우성, 이서진, 이순재, 한지민, 한예리, 고수, 유노윤호 등 폭넓은 연령대의 배우, 가수 38명이 참여한 투표 독려 캠페인이다. 이들이 일찌감치 촬영한 투표 독려 영상과 화보는 사전투표 인증샷과 더불어 유권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그리고, 사전투표 하루 전인 3일 열린 제53회 백상예술대상 시상식에서 <아가씨>로 영화부문 대상을 수상한 박찬욱 감독의 '투표 독려'도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어냈다. 

박찬욱 감독의 명소감, 그 '기본'에 대하여

 <아가씨>로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대상을 수상한 박찬욱 감독.

<아가씨>로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대상을 수상한 박찬욱 감독. ⓒ jtbc


"<아가씨>로 상을 받는 자리이니만큼 이런 이야기 한 마디쯤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성별, 성정체성, 성적지향, 이런 거 가지고 차별 받는 사람이 없는 사회를 만들 수 있는(환호) 후보를, 투표할 때 여러 가지 기준 중에 그런 것도 한 번쯤은 고려해보시기를 권하고 싶습니다. 고맙습니다."

여러모로 '차별 없는 사회'에 공감하는 유권자들나 문화예술인들이 '환호'할 수밖에 없는 수상 소감이었다. 더욱이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의 '동성애 반대' 논란이나 이 차별적인 언어를 선거 유세에 활용 중인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에 대한 비판이 만만치 않은 가운데 나온 발언이라 주목을 끌 수밖에 없었다.

영화 <아가씨>가 두 여성 주인공의 '전복'적인 '액션'과 '사랑'을 그리고 있다는 점 역시 박찬욱 감독의 의도를 더욱 선명하게 만드는 지점이었다. "성별, 성정체성, 성적지향으로 인해 차별 받는 사람이 없는 사회"야말로 '인권'과 '다양성'이 존중받는 사회에 가깝고, 그런 사회에서  '예술'과 '문화'의 독창성이 훨씬 더 다채롭고 폭넓게 인정받을 수 있지 않겠는가. 

일부 '호모포비아'임을 은연중에 자처하거나 박 감독이 최근 정의당을 지지했다는 것을 문제 삼는 이들이 안타까운 이유도 거기에 있다. 기본적 '인권'보다 자신의 '감정'이나 '정치 공학'을 우선으로 삼는 이들 말이다.

성소수자들의 '차별 받지 않을 권리'가 인간의 기본 권리이듯 유권자 개개인의 이념과 계급적 지향에 따라 대선 후보를 선택하는 것 역시 민주주의 사회의 기본적 권리다. 이 두 가지 '기본'중의 '기본'이 평행선을 달리지 않고 공존하는 사회야말로 건강한 사회이지 않겠는가.

대선 기간 중 유권자들 혹은 지지자들 사이에서 격론이 오고 갈 순 있지만, 종국엔 이 '기본'을 긍정해야 마땅하다. 박찬욱 감독의 소감이 '특정' 정당과 계층을 겨냥했다기보다 이 '기본'을 새삼 강조했기에 더 감동적일 수 있었다는 얘기다.

문화예술인들의 후보 지지선언을 지지하는 이유

최근 특정 후보들에 대한 문화예술계 인사들의 지지선언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2일과 3일, 영화인 484명과 대중음악인 218명이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지난 4월, 문화계 457명이 심상정 정의당 후보 지지선언에 나서기도 했다. 안철수 후보를 지지하는 문화예술계 인사들도 캠프에 참여하거나 자신의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지지를 이어나가고 있다(여타 캠프는 크게 화제가 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0509 장미 프로젝트'는 분명 진일보한 결과물이다. 영상 속 대중예술인들은 투표 독려를 통해 민주주의를 긍정하려는 진심을 전달해 내고 있었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갈 필요가 있다. 스스로 부끄럽지 않은 후보라면, 이들이 공개적으로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과 후보를 밝힐 수 있어야 한다. 그러한 정치 행위가 금기시되는 두렵지 않은 사회야말로 '블랙리스트'가 필요 없는 사회 아니겠는가.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 '블랙리스트' 관련 재판이 한창인 가운데 이뤄지고 있는 문화예술계 인사들의 후보 지지선언은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화이트리스트'를 긍정했거나 '블랙리스트'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이들에게 반하는 '저항'의 의미로 인식될 수 있는 것이다. 반면 선거 분위기가 과열되면서, 지지후보를 밝힌 문화예술계 인사들에 대한 타 후보 지지자들의 악플이나 소셜미디어 상에서의 공격 역시 과열되는 양상이다.

결국 사전투표 '인증샷'이든 문화예술인들의 '후보 지지선언'이든, 더 풍성하고 더 건강하게 즐길 수 있어야 한다. 그 사이에서 벌어지는 지지자들의 격론 역시 '블랙리스트'가 필요 없는 투명하고 민주적인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필수적인 정치행위일 수 있다. 박찬욱 감독의 소감처럼 '기본'에만 공감한다면 말이다. '민주주의의 꽃'이라 불리는 선거와 투표를 우리는 더 충분하고 격렬하게, 그리고 건강하게 즐길 필요가 있다.

박찬욱 인증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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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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