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KIA 타이거즈는 올 시즌 1위를 달리고 있지만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위태롭기 그지없다. 꾸준한 선두권 수성의 필수조건인 투수진이 안정적이지 못한 것이 그 이유다.

KIA가 선두를 달리는 가장 배경에는 헥터 노에시, 팻 딘, 양현종, 임기영으로 이어지는 4인선발의 공이 크다. 뛰어난 투구에 안정적 이닝 소화 능력까지 갖추고 있는지라 이들이 출전하는 날은 이른바 계산된 경기운용이 가능해진다. 우완, 좌완, 사이드암 등 구색도 좋다.

아쉽게도 KIA 투수진은 4인 선발 외에는 모두 불안하다. 여전히 5선발에 큰 구멍이 나있는 것은 물론 불펜같은 경우 확실한 믿음을 주는 투수가 단 한명도 없다.

지난 시즌 투수진을 이끌었던 베테랑 3인방 임창용, 김광수, 최영필의 부진은 뼈아프다. 임창용, 김광수는 구위가 예년 같지 않아 상대 타자에게 전혀 위협을 주지 못하고 있다. 최영필은 구속이 올라오지 않아 2군에서 공을 다듬고 있는 상황이다.

비시즌 큰 기대를 모았던 한승혁은 여전히 공만 빠른 유망주일 뿐이며 손영민, 박지훈도 한창 때의 구위를 찾으려면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인다. 심동섭이 회복세를 보이는 가운데 윤석민의 복귀가 변수가 될 가능성이 있지만 그마저도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

여기에는 선발, 불펜 라인에서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홍건희(92년생), 김윤동(93년생)의 부진도 큰 영향을 끼쳤다.

클 듯 말 듯… 좀처럼 팍 치고 나가지 못한다


최근 선수층이 두터워지고 기술적으로 나날이 발전해가고 있는 프로야구에서 류현진, 안치홍같이 신인급 선수가 초반부터 각광을 드러내기는 매우 어렵다. 어느 정도 1, 2군을 오가며 기량을 끌어올린 후 한참의 시간이 지나 제몫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뒤늦게 기량이 만개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는지라 싹수가 있다 싶으면 시간을 가지고 오래 기다리는 케이스도 많아졌다.

올 시즌 예상을 깨고 확고한 4선발로 자리매김 중인 KIA 임기영(93년생)같은 경우 길게 보는 안목이 제대로 통한 케이스다. 2014년 임기영은 FA 송은범의 보상선수로 한화에서 KIA로 둥지를 옮겼다. 당시 임기영은 군 입대를 앞두고 있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KIA는 미래를 보는 큰 그림을 택했고 이는 대성공으로 돌아오고 있다.

사실 KIA팬들은 올 시즌 임기영보다 비슷한 또래인 홍건희·김윤동을 더 기대했던 것이 사실이다. 임기영이 유망주인 것은 맞지만 올 시즌 KIA에서 처음 뛰는지라 적응 기간이 필요해보였다. 반면 홍건희(90 1/3이닝), 김윤동(53이닝)은 지난 시즌 적지 않은 이닝을 소화하며 어느 정도 적응을 마친 듯 싶었기 때문이었다.

홍건희, 김윤동은 KIA팬들 사이에서 안치홍-김선빈, 노수광(SK)-오준혁처럼 세트(?)로 연상되는 선수들이다. 한 명을 언급하면 나머지 한 명까지 자연스럽게 같이 연상된다. 좋은 공을 뿌리는 군필 우완투수이자 선발, 불펜을 오가며 경험을 쌓은 것까지 비슷하기 때문이다. 지난 시즌 둘이 소화한 이닝은 140이닝을 넘었고 4승, 6세이브, 7홀드를 합작했다. 올시즌 선발, 불펜에서 구멍이 많은 팀 입장에서는 당연히 기대가 클 수밖에 없다.

하지만 현재까지의 홍건희, 김윤동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을 반복하며 물음표가 붙는 행보다. 둘은 크게 차이가 나는 것은 아니지만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터질 듯 말 듯 팬들과 코칭스탭의 애간장을 태우고 있다.

기복이 비슷한 스타일도 비슷하다. 잘 던질 때의 그들은 타팀 젊은 투수들이 부럽지 않을 정도로 기대감 넘치는 피칭을 하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한꺼번에 와르르 무너지기 일쑤다. 특히 올 시즌에는 초반부터 나란히 5선발 경쟁에서 밀려나는 등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는 분위기다.

둘은 빠른 직구를 가지고 있지만 그마저도 제구가 꾸준하지 못하다. 좌우 코너워크가 되거나 공에 힘이 넘칠 때는 정면에서 타자를 윽박지르지만 그렇지 못한 날은 밋밋한 공이 가운데로 몰려 통타당하기 일쑤다. 본인이 자신의 공을 믿지 못해 도망다니는 피칭을 하다 볼넷을 남발하는 경우도 잦다.

여기에는 확실한 변화구가 없다는 것도 이유로 작용한다. 둘은 다양한 변화구를 던질 수는 있지만 확실한 결정구가 없다. 각도는 물론 제구도 안정적이지 않다. 때문에 꼭 스트라이크가 필요한 상황에서는 직구를 던질 수밖에 없고 이는 타자들의 노림수에 걸리는 경우가 많다.

이는 선발투수 시 특히 약점이 두드러진다. 레퍼토리가 다양하지 못하다 보니 잘 던졌다 해도 한 타순이 돌면 상대 타자들이 쉽게 적응해 버린다. 거기에 결정구 없이 직구 위주로 던지다 보니 투구수도 많아진다. 선발등판시 4이닝 정도만 던지면 투구수가 100개에 육박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잘 던진 날도 5이닝을 넘기기 힘든 이유다.

물론 아직 시즌은 많이 남았다. 김윤동은 불펜으로 보직을 옮긴 후 조금씩 성적이 나아지는 모습이다. 완급조절이 필요한 선발과 달리 이닝배분이 필요 없는 불펜에서 전력으로 공을 뿌릴 수 있다는 점이 편안함으로 작용하고 있다. 홍건희 역시 점차 구위가 회복세에 있다는 평가다.

비록 현재 기대치에 미치지는 못하고 있으나 올시즌 KIA가 좋은 성적을 내기위해서는 두선수의 힘이 꼭 필요하다. 홍건희, 김윤동이 불안한 KIA 불펜진에 힘을 보태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