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타점 적시타 날리는 안치홍  지난 2014년 5월 14일 오후 마산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NC-기아전. 6회 초 1사, 2루 상황에서 기아 안치홍이 1타점 적시타를 날리고 있다.

기아 타이거즈 안치홍 ⓒ 연합뉴스


KIA가 파죽의 5연승을 달리며 단독 선두 자리를 굳게 지켰다.

김기태 감독이 이끄는 KIA 타이거즈는 지난 16일 광주 KIA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넥센 히어로즈와의 홈경기에서 7-6으로 짜릿한 재역전승을 거뒀다. 특히 선발 투수 홍건희가 5이닝을 채우지 못한 경기에서 경기 후반 타격의 힘으로 거둔 역전승이라 승리의 기쁨은 더욱 클 수밖에 없었다.

3번째 투수로 나와 1.2이닝을 2탈삼진 무실점으로 막은 박지훈은 2013년 8월 11일 삼성 라이온즈전 이후 무려 3년 8개월 만에 승리 투수가 되며 시즌 첫 승을 챙겼다. 하지만 역시 이날 KIA의 영웅은 7회 2사 만루에서 2타점짜리 역전 적시타를 포함해 2안타 3타점을 쓸어담은 2루수 안치홍이었다. KIA는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안치홍의 합류 후 타선의 무게감과 내야진의 짜임새가 몰라보게 좋아졌다.

첫 해 우승, 올스타전MVP, 한국시리즈 최연소 홈런 기록한 '아기 호랑이'

안치홍은 서울고 시절부터 경북고의 김상수, 경기고의 오지환, 광주일고의 허경민, 충암고의 이학주와 '고교 5대 유격수'로 불리며 치열한 라이벌 관계를 형성했다. 이들과 함께 2008년 세계 청소년 야구 선수권 대회의 우승 멤버로 활약한 안치홍은 2009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1라운드(전체 1순위)로 KIA에 지명됐다. 당시 안치홍은 김종국(KIA 주루코치)의 은퇴가 임박하면서 자연스럽게 2루수 자리를 물려 받았다.

루키 시즌 안치홍의 활약은 그야말로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었다. 타율은 .235에 불과했지만 14홈런38타점8도루로 알짜배기 활약을 펼쳤고 2009년 올스타전에서는 홈런을 치며 MVP를 수상했다. 그리고 SK 와이번스와의 한국시리즈 7차전에서는 추격하는 적시타와 홈런을 때렸는데 이 홈런은 현재까지도 역대 한국시리즈 최연소 홈런 기록(만19세3개월22일)으로 남아있다.

2010년 133경기에 출전하며 타율을 .291까지 끌어올린 안치홍은 2011년 타율 .315 119안타 5홈런46타점54득점의 뛰어난 성적으로 생애 첫 2루수 부문 골든 글러브를 차지했다. KIA팬들이 사랑하는 '아기 호랑이'가 프로 데뷔 3년 만에 KBO리그를 대표하는 정상급 2루수로 도약한 것이다. 하지만 너무 앞만 보고 달려 왔던 탓일까. 안치홍은 2012년 타율 .288로 성적이 다소 하락하더니 2013년 타율 .249에 그치며 데뷔 후 최악의 시즌을 보냈다.

군입대를 앞두고 고민하던 안치홍은 명예 회복과 인천 아시안게임 승선을 위해 한 시즌을 더 뛰기로 결정했다. 안치홍은 시즌 초반 다소 기복을 보였지만 5월부터 타격감을 회복했고 6월에는 타율 .397 7홈런25타점을 몰아치기도 했다. 하지만 끝내 대표팀에 선발되지 못했고 타율 .339 147안타 18홈런88타점19도루로 생애 최고의 시즌을 보낸 것에 만족했다. 안치홍은 2014 시즌이 끝나고 경찰 야구단에 입대했다.

퓨처스리그를 폄하하는 것은 아니지만 1군에서도 정상급 내야수였던 안치홍에게 퓨처스리그는 수준에 맞지 않았다. 2015년 타율 .359 12홈런70타점을 기록한 안치홍은 작년 시즌 타율 .428 7홈런57타점 OPS(출루율+장타율) 1.221을 기록하며 '본즈놀이'를 즐겼다. 9월 3일 전역한 안치홍은 곧바로 1군 엔트리에 등록되며 많은 주목을 받았지만 우측 내전근 손상 부상으로 큰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고 시즌을 마감했다.

득점권 타율 .750, 주자 있을 때 더욱 집중하는 KIA의 핵심 내야수 

지난 스토브리그 KIA의 최대 관심사는 100억 FA 최형우의 영입이었지만 팬들은 내심 김선빈과 안치홍으로 이어지는 '꼬꼬마 키스톤 콤비'의 재회에도 큰 기대를 걸었다. 하지만 안치홍은 시범 경기 기간 늑골 염좌 부상을 당하며 개막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군 입대 전까지 6년 연속 115경기 이상 출전했던 '건강의 대명사' 안치홍이 예비군 1년 차 시즌 출발부터 삐걱거린 것이다.

하지만 안치홍이 돌아오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지난 7일 한화 이글스전에서 복귀하자마자 2루타 두 방을 터트리며 팬들에게 첫 선을 보인 안치홍은 올 시즌 총 9경기에 출전해 7경기에서 안타를 때려내며 순조로운 시즌 초반을 보내고 있다. 시즌 성적은 타율 .367 6타점5득점1도루. 아직 시즌 마수걸이 홈런이 나오진 않았지만 안치홍은 전형적인 장거리 타자가 아니기 때문에 홈런 여부는 크게 걱정할 부분이 아니다.

아직 시즌 초반이긴 하지만 안치홍의 기록에서 가장 돋보이는 부분은 바로 주자가 나간 상황, 특히 득점권에서의 집중력이다. 안치홍은 이번 시즌 주자가 없을 때는 타율 .250(16타수4안타)에 그치고 있지만 주자가 나가면 타율이 2배(14타수7안타)로 뛰어 올랐고 득점권 타율은 무려 .750(4타수 3안타)에 달한다. 특히 시즌 11안타 중 6회 이후의 승부처에서 6안타를 몰아치고 있다.

이 기록을 모를 리 없는 김기태 감독은 16일 넥센전에서 안치홍을 5번에 배치했고 이 전술은 완벽한 성공을 거뒀다. 첫 두 타석에서 각각 삼진과 중견수 플라이로 물러난 안치홍은 6회 1사 1, 2루에서 신종길을 불러 들이는 적시타를 때려냈고 7회 2사 만루에서는 김상수로부터 2타점 결승 적시타를 작렬했다. 최형우를 고의사구로 거르고 안치홍을 선택한 넥센 벤치에게 제대로 한 방을 먹인 안타였다.

실력만큼 인성도 좋기로 유명한 안치홍은 데뷔 시즌부터 안타와 도루를 기록할 때마다 성금을 적립해 기부 활동을 하고 있다. 지난 2014년에는 안치홍의 후원금을 받고 대학에 진학한 학생 선수의 자필 편지가 공개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렇듯 KIA팬들이 사랑할 수밖에 없는 모든 조건을 갖춘 선수가 바로 안치홍이다. 그리고 8년 전 선배들을 따라 우승 반지를 얻었던 '아기 호랑이' 안치홍은 2017년 팀의 중심 선수로 성장해 타이거즈에 11번째 우승을 안기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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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KIA 타이거즈 안치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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