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리그 남자부 챔피언 결정전이 결국 끝까지 가게 됐다.

최태웅 감독이 이끄는 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는 1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NH농협 2016-2017 V리그 남자부 챔피언 결정 4차전에서 대한항공 점보스를 세트스코어 3-0(26-24,30-28,25-19)으로 제압했다. 시리즈의 균형을 맞춘 양 팀은 오는 3일 인천 도원체육관에서 이번 시즌 챔피언을 놓고 '마지막 승부'를 벌이게 됐다.

역대 챔피언 결정전에서 최종전까지 가는 것은 삼성화재와 현대캐피탈이 맞붙었던 2009-2010 시즌 이후 7년 만이다(당시엔 챔프전이 7전4선승제로 치러졌다). 4경기를 치르면서 양 팀은 이미 서로의 전력이 모두 드러났다. 그렇다면 시리즈의 마지막 경기에서 승리하기 위해 양 팀이 내세울 최후의 무기는 무엇일까.

가스파리니를 외롭게 만들면 우승도 멀어진다

 대한항공은 최종전에서 김학민의 극적인 부활을 기대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최종전에서 김학민의 극적인 부활을 기대하고 있다. ⓒ 한국배구연맹


지난 시즌 대한항공은 정규리그에서 4위에 머물며 준플레이오프에서 삼성화재에게 패해 탈락했다. 하지만 봄 배구 조기 탈락의 수확(?)도 있었다. 작년 처음 실시된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 지명권을 얻은 것이다. 박기원 감독은 주저하지 않고 최대어로 꼽히던 슬로베니아 출신의 라이트 공격수 미차 가스파리니를 지명했다.

가스파리니는 외국인 선수 자유계약 시절이던 2012-2013 시즌 현대캐피탈 유니폼을 입고 V리그에서 득점2위(741점), 공격성공률 4위(51.46%), 서브 3위(세트당 0.56개)에 올랐던 특급 공격수다. 가스파리니는 이번 시즌에도 득점 5위(823점), 서브1위(세트당 0.63개)에 오르며 대한항공의 주공격수로 맹활약했다.

하지만 이번 시즌 대한항공이 정규리그 1위를 차지할 수 있었던 비결은 가스파리니에 의존하지 않았던 다양한 공격배분 때문이었다. 득점 9위(488점), 공격성공률 1위(57.12%)에 올랐던 김학민을 비롯해 정지석(200점), 곽승석(164점), 신영수(156점) 등 토종 공격수들이 골고루 활약하며 대한항공의 공격 옵션을 다양하게 만들었다. 가스파리니를 경계하다가 토종 공격수에게 당하는 것은 대한항공에게 패하는 팀의 공통적인 패턴이었다.

하지만 이번 챔프전에서 가스파리니는 다시 외로운 에이스가 됐다. 가스파리니는 챔프전 4경기에서 94득점과 공격성공률 53.55%로 충분히 제 몫을 해주고 있지만 나머지 선수들의 부진이 심각하다. 특히 정규리그에서 경기당 평균 13.6득점을 책임지던 김학민은 챔프전 4경기에서 평균8.5득점에 그치고 있다. 대한항공은 다시 외국인 선수만 막으면 충분히 이길 수 있는 팀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따라서 5차전 승리를 위해서는 김학민, 정지석, 곽승석 등 가스파리니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국내 선수들의 활약이 절실하다. 물론 한선수 세터가 고른 공격분배를 하기 위해선 정확한 서브리시브가 필수적이다. 결국 V리그 출범 후 준우승만 3번 차지한 대한항공이 우승의 한을 풀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역시 '기본'이다.

현대캐피탈, '블로킹 왕국'의 DNA를 찾아라

 최민호는 챔프전 마지막 경기에서도 미친 존재감을 발휘할까

최민호는 챔프전 마지막 경기에서도 미친 존재감을 발휘할까 ⓒ 한국배구연맹


대한항공이 가스파리니에 대한 의존이 심하다고 하지만 현대캐피탈 역시 특정 선수에게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다른 점이 있다면 현대캐피탈의 주공격수는 외국인 선수가 아닌 토종 공격수 문성민이라는 점이다. 문성민은 이번 챔프전에서 득점(102점), 공격성공률(56.96%), 서브(세트당 0.6개) 부문에서 모두 1위를 달리며 독보적인 활약을 펼치고 있다.

현대캐피탈은 5차전에서도 문성민에게 의존할 수 밖에 없다. 외국인 선수 다니엘 갈리치(이하 대니)와 박주형에게는 보조 공격수 역할 밖에 기대할 수 없고 '조커' 송준호에게 지나친 요구를 하는 것도 무리다. 결국 최태웅 감독은 2차전 36득점, 4차전 27득점 등 현대캐피탈이 승리하는 경기마다 엄청난 폭발력을 발휘한 문성민이 마지막 투혼을 발휘해주길 기대하고 있다.

그렇다면 현대캐피탈의 나머지 선수들은 과연 어떤 부분에서 문성민의 부담을 줄여줄 수 있을까. 바로 현대캐피탈의 전통적인 강점이었던 블로킹이다. 현대캐피탈은 정규리그에서 신영석이 블로킹 부문 2위(세트당 0.58개), 최민호가 공동3위(세트당 0.57개)에 올랐을 만큼 뛰어난 높이를 자랑해 왔다.

하지만 이번 챔피언 결정전에서는 4경기에서 36개의 블로킹을 기록하면서 51개의 대한항공에게 크게 뒤져 있다. 대한항공은 진상헌(15개) 외에도 가스파리니(7개), 정지석, 한석수(이상 6개), 최석기,김철홍(이상 5개) 등이 골고루 블로킹을 잡아내고 있지만 현대캐피탈은 최민호(12개)와 신영석(11개)을 제외하면 5개 이상의 블로킹을 기록한 선수가 없다.

현대캐피탈은 노재욱 세터를 포함한 주전 전원이 190cm가 넘는 선수들로 구성돼 있다. 양 날개를 책임지는 대니와 문성민의 신장은 2m에 육박한다. 높이 싸움에서 결코 대한항공에게 뒤질 것이 없다는 뜻이다. 경기의 흐름을 순식간에 바꾸는 데는 블로킹 만한 것도 없다. 현대캐피탈이 5차전에서 높이를 제압할 수 있다면 2006-2007 시즌 이후 10년 만의 챔프전 우승도 더욱 가까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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