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원주 동부의 김주성이 개인통산 1만 득점의 대기록을 달성했다. 김주성은 26일 원주 종합체육관에서 열린 2016-2017 KCC 프로농구 서울 SK와의 홈 경기에 선발 출전했다. 이날 전까지 9997점을 기록하며 1만 득점에 3점을 남겨놓은 상태였던 김주성은 1쿼터 시작 1분19초만에 중거리슛을 성공했고, 1쿼터 종료 7분19초 전에는 상대 파울로 얻어낸 자유투 2개를 깔끔히 성공시키면서 마침내 꿈의 1만점 고지에 등극했다.

KBL에서 1만 득점은 개인상 시상 대상으로 규정되어있다. 김주성이 자유투 1구로 1만점이 채워지자마자 심판진은 경기를 중단시켰다. 김주성은 KBL 이성훈 사무총장에게 기념상을 받았고  동부는 물론 상대팀 SK도 김주성에게 꽃다발를 건네며 전설의 대기록을 예우했다. 김주성의 1만 득점은 서장훈(예능인, 1만3231점, 462경기), 추승균(KCC 감독, 1만 19점, 736경기)에 이어 프로농구 역대 세 번째이며 688경기, 15시즌만에 달성한 기록이었다.

NBA에 비하여 경기수가 적고 역사도 아직 짧은 한국 프로농구에서 1만점은 장수와 꾸준함의 상징이다. 평균 15점을 넣는 선수가 약 풀시즌을 뛴다고 가정해도 약 12~13시즌 정도를 꾸준히 활약해야 겨우 도달할수 있는 기록이다.

KBL 역대 최다득점 기록의 주인공 서장훈은 통산 평균득점이 19.5점에 이르고 20점 이상을 넘긴 시즌도 7차례나 될만큼 당대 최강의 득점기계였다. 이미 대학 시절부터 공격기술도 다양하여 전성기에는 포스트업에서 중장거리슛, 자유투까지 어떻게든 득점을 만들어내는 능력이 탁월했다.

하지만 역대 득점 2.3위인 추승균과 김주성은 스타일이 조금 다르다. 공격력보다는 수비와 팀플레이에서 그 가치를 인정받은 선수로서 1만점 고지를 넘긴 것이 더 두드러진다.

'소리없이 강한 남자'라는 현역 시절 별명에서 보듯, 추승균은 화려하지 않지만 공수 양면에서 기복없는 꾸준함이 돋보이던 선수였다. 한양대 재학시절까지는 에이스로 활약했지만 프로 진출 이후 대전 현대-전주 KCC에서는 외국인 선수들과 조성원-이상민같은 에이스들을 보좌하며 팀내 3-4옵션 정도의 역할을 묵묵히 소화했다.

하지만 정작 필요할 때 반드시 넣어주는 결정력은 역대 그 어떤 슈터들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았다. 스크린을 이용하여 돌아나온뒤 상대의 타이밍을 흔들고 던지는 중거리슛은 알고도 못하는 추승균만의 트레이드 마크였다. 추승균은 15시즌을 프로에서 활약하며 거의 말년이었던 2009-10시즌과 2011-12시즌을 제외하면 모두 두 자릿수 득점을 올렸다. 추승균의 통산 평균 득점은 738경기에 출전하여 13.6점이다.

김주성도 수비력이 더 돋보이는 선수였다. 플레이오프같은 큰 무대에서 간혹 외국인 선수같은 득점력을 뽐낼내도 있었지만 플레이스타일과 성향 자체가 득점이나 개인기록에 욕심을 내는 스타일이 아니었다. 키 205cm의 장신이지만 체중이 92kg로 호리호리한 김주성은 빅맨으로서 운동능력이 쇠퇴하는 말년에는 장수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도 많았다. 하지만 김주성은 38세인 올시즌도 여전히 소속팀 동부의  프랜차이즈스타이자 주축 선수로서 건재했다.

김주성은 말년에 3점슛을 장착하고 경기운영에도 적극 관여하는데 선수생활 후반부로 갈수록 빅맨의 영역을 넘어 스트레치형 포워드로 진화했다. 나이와 환경에 맞춘 유연한 변화는 김주성이 30대 후반의 나이에도 장수할수 있었던 원동력이 됐다. 김주성은 올시즌 9.57점을 기록하며 데뷔 이후 15년만에 처음으로 두 자릿수 득점에는 아쉽게 실패했지만 개인 치다인 82개의 3점슛을 성공시키며 적중률은 36.8%를 기록하며 슈터로서의 재능을 증명했다. 김주성의 통산 평균 득점은 14.5점이다. 김주성은 내년까지 선수생활을 이어갈 경우, 서장훈은 어려워도 추승균를 넘어 역대 2위까지는 충분히 오를수 있을 전망이다.

한편으로 아쉬운 점은 당분간 이들에 이어 1만점 고지를 이을 만한 후계자들이 마땅치않다는 점이다. 서장훈-추승균-김주성에 이어 통산 득점 상위 10위권에 이름을 올린 선수들은 이미 은퇴한 선수이거나 현역 생활이 얼마 남지않은 노장들 뿐이다.

현역 가운데 통산 득점 2위는 주희정(삼성, 8.564점)으로 올시즌 평균 득점이 1.5점에 그치며 은퇴전까지 9천점에 도달하기도 쉽지 않다. 외국인 선수 최다득점을 기록중인 애런 헤인즈(8.333점)가 그나마 외인 최초의 1만점 후보로 가능성이 있지만 그도 벌써 36세의 노장인데다 앞으로 평균 20점 이상을 올린다고 해도 2시즌은 더 뛰어야 가능한 기록이다.

최근 프로농구에 수비농구 흐름이 이어지며 선수들의 득점력이 감소한 것도 걸림돌이다. 프로 초창기만 해도 외국인 선수는 물론이고 국내 선수들도 종종 평균 20점 이상을 기록하는 경우가 흔했지만 최근에는 평균 득점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 국내 선수는 올시즌도 득점 10위권 이내에 한 명도 이름을 올리지못했고 국내 선수 득점 1위를 차지한 이정현(전체 11위)이 15.28점에 불과하다. 전체 득점 1위에 오른 외국인 선수 안드레 에밋(28.8점)과는 10점 이상  차이가 난다.

그나마 추승균이나 김주성처럼 꾸준히 오랜 시간 코트에서 활약할 경우 1만점에 도달할 가능성이라도 있는 것은 젊은 선수들이다. 김종규(LG)나 이종현(모비스)같은 경우 득점력이 높지는 않지만 아시안게임 금메달 군면제로 공백기로 없는데다 아직 본격적인 전성기에 돌입하지 않은 시점이라 앞으로를 더 기대할 만하다. 송교창(KCC)같이 프로에 일찌감치 데뷔하여 오래 선수생활이 가능한 고졸 출신 선수들이 등장하는 것도 새로운 변수다.

또한 국내 선수들의 기술적인 성장도  필수다. 과거의 서장훈이나 허재처럼 혼자 힘으로 득점을 만들어낼수 있는 기술과 배짱을 겸비한 국내 선수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외국인 선수들에게 득점과 에이스 역할을 내주고 국내 선수들이 점점 조연에 머물고 있는 구조적인 한계 속에서 1만 득점 선수의 희소성은 점점 커질 수밖에 없다. KBL도 국내 선수들의 역할에 대하여 고민이  필요한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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