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여행자의 아내>와 <미드나잇 인 파리> 그리고 <어바웃타임>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진정한 시간 여행자의 아내' 레이첼 맥아덤스와 <트로이>의 에릭 바나가 주연한 <시간 여행자의 아내>가 8년 만에 지난 23일 재개봉했다.

3900만 달러가 투여된 <시간 여행자의 아내>는 북미 개봉당시 6341만달러를 벌어들였고, 전세계 1억134만달러의 극장수입을 거뒀다. 2009년 국내 개봉당시에는 전국 73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브래드 피트가 제작을 맡았고 감독은 <레드>의 로베르트 슈벤트케이다. 오드리 니페네거의 베스트셀러 <시간 여행자의 아내>를 원작으로 하고 있으며 각색은 <사랑과 영혼>으로 아카데미 각본상을 수상했던 브루스 조엘 루빈이 맡았다.

'시간 여행'이라는 소재에 관해

 <시간여행자의 아내> 에릭바나와 레이첼 맥아덤스

<시간여행자의 아내> 에릭바나와 레이첼 맥아덤스 ⓒ 일레븐엔터테인먼트


헨리(에릭 바나 분)는 어릴 적 엄마를 잃었던 교통사고 때 시간 이동을 경험한 이후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시간 여행을 일생동안 하게 된다. 시간 이동을 하고 나면 항상 알몸으로 낯선 곳에 나타나게 되는 헨리는 옷을 훔쳐 늘 경찰에 쫓기는 처지다.

사서로 일하던 28살의 헨리는 어느날 도서관에서 아리따운 묘령의 여인 클레어(레이첼 맥아담스 분)를 만난다. 헨리는 처음 본 자신을 알아보고 반기며 평생을 자신을 사랑해왔다는 클레어를 보고 어리둥절하다. 그렇게 그들의 사랑은 운명처럼 시작되고 클레어는 헨리가 시간여행자라는 사실을 알고도 그와 결혼한다.

하지만 결혼생활은 예고없이 사리지는 남편 탓에 클레어의 스트레스는 이만저만이 아니다. 어떨 때 그녀는 같은 시간대에 두 명의 헨리를 만나기도 한다. 그러던 어느날 그토록 바라던 아이를 가졌지만, 아이도 뱃속에서 시간여행을 하며 계속 유산을 하게 되고 이들 부부의 결혼생활에도 최대 위기가 찾아온다.

시간여행과 거부하기 힘든 운명적 사랑이라는 상투적 소재의 결합을 펼치고 있는 <시간여행자의 아내>는 의외로 신선한 작품이다. 주인공 헨리는 누구나 한번쯤 꿈꿔보는 시간여행능력을 지녔지만 그 능력을 컨트롤 할 수 없다는 것과 시간여행을 해도 과거나 미래를 바꿀 수 없다는 설정으로 기존 시간여행 작품들과의 확실한 차별화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시간여행을 컨트롤할 수는 없지만 특별한 장소들을 계속 반복해서 여행하게 하면서 이를 낭만적인 재료로 사용한다.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과 소꿉친구가 아닌 이상 그 사람의 어린시절을 직접 볼 수 있는 기회가 없다. 하지만 헨리는 35살때 6살의 딸 같이 어린 아내 클레어를 만나는 로맨틱한 만남을 가지게 된다. 이를 기점으로 클레어는 어린시절부터 자신에게 특별한 만남을 선사했던 헨리에게 운명적인 사랑에 빠지게 된다.

하지만 통제되지 않는 시간여행은 한 번도 본 적 없는 당혹스러운 결혼생활의 연속이다. 클레어는 결혼식 당일 시간여행을 떠나게 된 현재의 헨리가 아닌 미래에서 시간여행을 온 헨리와 결혼한다. 또한 2주간이나 시간여행을 떠나 헨리 탓에 졸지에 소식도 알 수 없는 가출한 남편을 기다리는 아내 신세가 되기도 한다. 그리고 영화 속에서 같은 시간대에 두 명의 헨리가 존재해도 큰 문제가 없는데, 이런 설정을 이용해 클레어가 헨리 몰래 또 다른 헨리와 바람을 피는 재미난 상황도 벌어진다.

조금씩 어긋나는 개연성, 다소 아쉬워

 사랑하는 당신 아내의 어린시절이 궁금하지 않은가?

사랑하는 당신 아내의 어린시절이 궁금하지 않은가? ⓒ 일레븐엔터테인먼트


시간여행으로 미래나 과거를 바꿀수 없다는 설정을 택하면서 기존 시간여행 영화들의 주된 문제점이었던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란 문제를 일부 교묘하게 피해가고 있다. 하지만 정교하게 설계되지 못한 장면들은 분명히 논리적 불편함을 가져다 준다. 2주간이나 난데없이 시간여행을 하기도 하는 헨리가 도서관 사서로 일을 한다는건 불가능한 일이다. 사실상 헨리는 정상적인 직장생활이 어렵기 때문에 차라리 프리랜서로 일하는 직업이 그나마 나아보인다. 게다가 '일어난 일들을 바꿀수 없다'라는 헨리의 대사로 간단히 처리해버리는 이 부분도 헨리가 시간여행을 할때 분명히 그 시간에 실존하기 때문에 사건을 바꿀 수 없다는 말은 납득하기가 어렵다.

영화는 헨리의 들쭉날쭉한 시간 여행때문에 단편적으로 미래를 알게 되면서 그 미래를 퍼즐같이 조작을 맞추는 매력이 존재하기도 하지만 반대로 매끄럽게 극을 전개시지 못하는 문제도 노출시킨다. 영화초반 어린시절 클레어와 마지막 성인 클레어가 숲으로 뛰어가는 장면처럼 영화는 반복적이 구성으로 이뤄져 있다. 이것은 영화의 전개에도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

과거와 미래 그리고 현재를 오가고 있지만, 영화는 일관되게 계절의 흐름으로 영화를 전개시키고 있다. 실제로 영화는 헨리가 엄마를 잃었던 겨울부터 시작하여 두 사람이 운명적인 사랑에 빠진 봄, 서로에게 뜨거웠던 여름, 커피향 같은 가을 그리고 다시 한 번 잔인한 겨울을 지나  따스한 희망을 남기는 봄으로 마무리하고 있다. 이는 순환이라는 계절이 가지고 있는 인생과의 유사성을 활용하며 끝이 또 다른 희망적인 시작일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아내고 있기도 하다.

이 영화의 로맨틱한 매력의 상당한 지분은 역시나 로맨스의 여신 레이첼 멕아덤스에게 있다. 봄날, 아름다운 색상들로 치장을 한 숲속 같은 아름다움을 뿜어내는 레이첼 맥아덤스는 과묵하고 남성적인 매력의 에릭 바나와 좋은 궁합을 보여준다. 그렇게 두 사람은 시간여행이라는 장애 속에서도 끊임 없이 자신들의 사랑을 지켜가기 위해 노력하는 두 커플의 모습을 훌륭하게 표현해냈다.

이야깃거리

레이첼 맥아덤스는 책을 읽고 만약 클레어 역을 연기한다면 어떨지 생각하곤 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 영화에 캐스팅되면서 그게 현실이 되었다. 에바그린 또한 클레어역으로 고려되었었다고 한다. 영화 초반 헨리가 엄마와 크리스마스에 부르는 노래는 독일노래인데 12살까지 독일에서 살았던 감독이 자신의 추억이 담긴 곡을 영화에 넣은 거다. 영화속에서 놀랄 만큼 닮은 9~10세 앨바와 4~5세 앨바는 실제로 친자매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구건우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zig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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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이의 아빠이자 영화 좋아하는 네이버 파워지식iN이며, 2018년에 중소기업 혁신대전에서 대통령상을 받은 보안쟁이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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