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아닌데 지난 19일 오후 경남 창원시 마산야구장에서 열린 2015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2차전 NC와 두산 경기에서 8회 말 역전을 허용한 두산 최재훈이 허탈해 하고 있다.

2015년 10월 19일 오후 경남 창원시 마산야구장에서 열린 2015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2차전 NC와 두산 경기에서 8회 말 역전을 허용한 두산 최재훈이 허탈해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두산은 KBO리그를 대표하는 전통의 포수왕국이다. 두산은 OB 베어스 시절이던 프로 원년부터 조범현 전 감독과 김경문 감독(NC 다이노스)이 동시에 활약하며 타 팀의 부러움을 샀다. 두 번째 우승을 차지했던 1995년에는 현재 두산을 이끌고 있는 김태형 감독과 박현영, 그리고 뛰어난 장타력을 뽐내던 공격형 포수 이도형 코치(NC)가 있었다.

2017년 현재도 두산의 포수진은 양적으로 보나 질적으로 보나 단연 10개 구단 최강이다. 일단 2년 연속 포수 부문 골든글러브 수상자이자 작년 한국시리즈 MVP에 오른 양의지가 주전으로 버티고 있고 한 방 능력을 갖춘 박철우 타격 코치의 아들 박세혁이 뒤를 받친다. 두산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FA로 이적한 이원석(삼성 라이온즈)의 보상 선수로 군입대가 예정돼 있던 포수 이흥련을 선택했다.

양의지와 박세혁, 그리고 군입대한 이흥련 외에도 두산은 팬들이 유난히 아끼는 또 한 명의 좋은 포수 자원이 있다. 비록 작년 시즌에는 손바닥 유구골 골절로 22경기 출전에 그쳤지만 건강만 보장된다면 박세혁을 충분히 위협할 만한 뛰어난 백업 포수 자원이다. 프로 10년 차를 맞아 시범 경기부터 본격적으로 힘을 내며 두산의 넘버2 포수 자리 탈환을 노리고 있는 최재훈이 그 주인공이다.

수비에선 이미 검증을 끝낸 2013 포스트시즌의 영웅

덕수고 시절부터 공수를 겸비한 포수로 이름을 날리던 최재훈은 2006년 청룡기 4강과 봉황기 우승, 2007년 봉황기 준우승을 이끌었다. 하지만 정작 2008년 신인 드래프트에서는 최재훈의 이름이 끝내 불리지 않았다. 포수로는 비교적 작은 체구(178cm 76kg) 때문에 각 구단에서 최재훈의 성장 가능성을 낮게 평가한 것이다(이게 다 '공포의 외인구단'에서 백두산을 거구로 묘사한 이현세 화백 탓이다).

대학 진학을 고려하던 최재훈은 고민 끝에 2008년 두산의 신고 선수로 입단하며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당시 두산은 홍성흔의 지명 타자 전향으로 인해 포수 자리가 약점이었지만 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한 신고 선수에게 덜컥 안방을 맡길 수는 없었다. 결국 최재훈은 프로 입단 후 2년 동안 1군에서 1경기만 출전하고 경찰 야구단에 입대했다.

최재훈은 경찰 야구단 첫 해부터 주전 포수로 활약하며 89경기에서 타율 .347 12홈런59타점을 기록했다. 그리고 2011년에는 96경기에서 타율 .330 16홈런 79타점으로 북부리그 타점왕에 오르며 맹활약했다. 당시 상무와 경찰 야구단에는 이재원(SK와이번스), 이지영(삼성 라이온즈), 민병헌, 박건우(이상 두산) 등 오늘날 주전으로 활약하는 스타급 선수들이 대거 군복무를 하고 있었다. 최재훈은 그들 사이에서도 돋보이는 활약을 펼친 것이다.

하지만 2012년 두산으로 복귀한 최재훈은 자신이 군복무로 자리를 비운 사이 주전 자리를 차지한 양의지라는 커다란 산을 만났다. 1군과 퓨처스리그의 수준 차이도 생각보다 컸다. 결국 최재훈은 복귀 첫 시즌 1군에서 69경기에 출전했지만 타율 .209 1홈런8타점에 그치며 1군의 높은 벽을 실감했다. 하지만 2012년 두산의 수석코치로 재직한 일본의 전설적인 포수였던 이토 쓰토무 코치의 집중지도를 받은 효과는 2013년에 나타났다.

최재훈은 주전포수 양의지가 허리부상으로 이탈한 2013년 포스트 시즌에서 두산의 주전 포수로 활약하며 두산을 한국시리즈로 이끌었다.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서는 넥센 히어로즈의 에이스 앤디 밴 헤켄을 상대로 결승 홈런을 터트렸고 LG트윈스와의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는 9회말 홈에서 두 번 연속으로 동점 주자를 막아내는 블로킹을 선보이며 2013년 포스트 시즌 두산의 영웅으로 등극했다

시범경기 .375 맹타, 두산 안방의 2인자를 노린다

최재훈은 2013년 포스트시즌을 통해 강한 인상을 남겼지만 최재훈이 양의지의 자리를 위협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최재훈은 2013년 포스트 시즌에서 당한 어깨 부상 때문에 수술을 받았고 그로 인해 2014 시즌 48경기 출전에 그쳤다. 2015년에는 양의지의 타격이 대폭발하면서 주전 자리가 더욱 멀어졌고 설상가상으로 타율도 .152로 추락하고 말았다. 아무리 최재훈의 수비가 좋아도 3할 포수 대신 1할 포수를 주전으로 낼 감독은 아무도 없다.

작년 시즌에는 손바닥 부상으로 재활하는 사이 박세혁이라는 동갑내기 경쟁자가 등장하면서 최재훈의 입지는 더욱 좁아지고 말았다. 박세혁 역시 작년 시즌 타율은 .209로 썩 대단치 않았지만 시즌 5개의 홈런 중에서 3개를 잠실에서 터트렸을 정도로 만만치 않은 장타력을 과시했다. 김태형 감독 입장에서도 장타를 거의 기대할 수 없는 최재훈보다는 박세혁을 백업포수로 중용할 수밖에 없었다.

포수진이 강한 두산에서는 1군 엔트리에 포수를 3명 두는 경우도 종종 있지만 일반적으로 1군 엔트리에 포수의 자리는 2명이다. 올해 4억8000만원의 연봉을 받는 국가대표 포수 양의지가 현실적으로 넘기 힘든 산이라고 봤을 때 최재훈은 한 자리가 될지도 모르는 백업포수 자리를 노려야 한다. 최재훈과 박세혁은 시즌 내내 선의의 경쟁을 벌여야 겠지만 일단 시범경기 기세는 최재훈이 한 발 앞서 있다.

최재훈은 두산이 치른 시범경기 7경기에 모두 출전해 타율 .375(16타수 6안타) 1타점 4득점을기록하고 있다. 비록 엄청나게 돋보이는 성적은 아니지만 최근 출전한 6경기에서 모두 안타를 치고 있을 정도로 꾸준함이 돋보인다. 반면에 경쟁자 박세혁은 시범경기에서 타율 .125(8타수1안타)로 타격감을 찾지 못하고 있고 WBC에 출전했던 양의지는 21일 경기에 대타로 첫 출전했을 뿐 아직 포수 마스크는 쓰지 않았다.

작년 시즌 강민호(롯데 자이언츠)의 타율은 .323였고 양의지는 타율 .319에 22홈런을 기록했다. 이재원(.290)과 이지영(.297) 역시 3할에 근접한 타율을 기록했다.  이제 더 이상 포수는 수비만 잘하면 되는 포지션이 아니라는 뜻이다. 수비만큼은 이미 '주전급'으로 평가 받은 최재훈은 아직 타격에서 보여준 실적이 너무 없다. 최재훈의 타격이 포수 평균 수준으로만 올라가도 김태형 감독은 '두선실세' 양의지의 보좌관으로 최재훈을 낙점할 확률이 매우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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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두산 베어스 최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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