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의 강호 푸에르토리코가 제4회 월드 베이스볼클래식 결승에 선착했다.

에드윈 로드리게스 감독이 이끄는 푸에르토리코는 21일(한국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LA의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제4회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 네덜란드와의 준결승에서 승부치기까지 가는 접전 끝에 4-3으로 승리했다. 이로써 푸에르토리코는 2013년 대회에 이어 2회 연속으로 WBC 결승에 진출하며 확실한 세계 야구의 강호로 자리잡게 됐다.

푸에르토리코는 상위 타선에 배치된 프란시스코 린도어(클리블랜드 인디언스), 카를로스 코레아, 카를로스 벨트란(이상 휴스턴 애스트로스), 하비에르 바에즈(시카고 컵스)가 모두 멀티 히트를 기록하며 제 몫을 했다. 결승에 선착한 푸에르토리코는 23일 일본과 미국전의 승자와 우승을 놓고 겨룰 예정이다.

중반 이후 급격히 식은 양 팀의 방망이, 승부치기 희생플라이로 결말

푸에르토리코는 이번 대회 최고의 팀 가운데 하나다. 2013년 대회 준우승을 차지했음에도 중남미의 복병 정도로 취급 받던 푸에르토리코는 이번 대회 1, 2라운드에서 6전 전승으로 4강에 올랐다. 야디에르 몰리나(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벨트란이 팀의 중심을 잡고 린도어, 코레아, 바에즈 같은 젊은 재능들이 힘을 보탠다. 푸에르토리코 선수들은 이번 대회에서 단체로 머리를 금발로 염색하며 단합된 자세를 보이기도 했다.

지난 대회 4강을 넘어 결승 진출을 꿈꾸는 네덜란드의 기세 역시 이에 못지 않다. 네덜란드는 2라운드 일본전에서만 승부치기 끝에 패했을 뿐 이스라엘과 쿠바를 나란히 콜드게임으로 제압하며 준결승에 진출했다. 특히 6경기에서 9개의 홈런을 터트렸을 정도로 엄청난 장타력을 과시했다. 일본이 6점, 이스라엘이 12점, 쿠바가 14점을 내줬으니 네덜란드 타선을 5점으로 묶은 한국이 선전했다는 느낌마저 든다.

4강전에서도 먼저 기선을 제압한 쪽은 네덜란드였다. 네덜란드는 1회초 공격에서 4번타자 블라디미르 발렌틴(야쿠르트 스왈로즈)의 선제 투런 홈런으로 2-0으로 앞서 갔다. 두 번째 타석에서 고의사구로 출루한 발렌틴은 5회 세 번째 타석에서도 작년 시즌 빅리그에서 13승을 기록한 헥터 산티아고(미네소타 트윈스)를 상대로 펜스를 직접 때리는 2루타를 터트렸다. 발렌틴은 이어진 숀 자라가(신시내티 레즈)의 적시타로 3점째를 올렸다.

선취점을 내준 푸에르토리코는 1회말 공격에서 금방 경기를 원점으로 만들었다. 푸에르토리코는 1회말 공격에서 린도어의 2루타와 코레아의 투런 홈런으로 순식간에 스코어를 2-2로 만들었다. 푸에르토리코는 이어진 2회말 공격에서도 T.J. 리베라(뉴욕 메츠)의 솔로 홈런으로 경기를 뒤집었다. 네덜란드의 선발 릭 밴 덴 헐크는 2이닝 동안 5피안타(2피홈런) 3실점으로 무너지며 일찌감치 마운드를 내려 왔다.

하지만 경기 중반 양 팀의 타격이 급격하게 식으면서 본의 아닌 투수전이 전개됐고 양 팀은 연장 10회까지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네덜란드는 LA다저스의 마무리 켄리 젠슨, 푸에르토리코는 시애틀 매리너스의 마무리 에드윈 디아즈를 투입하며 총력전을 펼쳤다. 그러던 승부치기 1사 만루 기회에서 푸에르토리코의 7번타자 에디 로사리오(미네소타)가 중견수 희생플라이를 때려내며 4시간이 넘는 길었던 승부를 마무리했다.

푸에르토리코 전력의 절반은 역시 몰리나 포수

푸에르토리코에는 한 경기를 믿고 맡길 수 있는 에이스급 투수도, 빅리그를 호령하는 슬러거도 없다. 그럼에도 푸에르토리코는 2013년에 이어 2회 연속 WBC 결승에 진출하는 쾌거를 달성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푸에르토리코 전력의 중심에 메이저리그 최고의 포수 몰리나가 있다고 믿는다.

2006년 초대 대회부터 4번의 WBC에 모두 출전한 몰리나는 사실 이번 대회에서도 타격에서는 그리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하지만 푸에르토리코가 6경기에서 단 15실점으로 상대 타선을 막아낼 수 있었던 것은 몰리나의 존재가 절대적이었다. 몰리나의 소속팀 세인트루이스 역시 몰리나의 출장 여부에 따라 팀 평균자책점이 크게 차이가 난다(몰리나 출전시 3.88, 몰리나 결장시 5.13).

몰리나는 네덜란드와의 4강전에서도 한 개의 번트실패를 기록하긴 했지만 경기 내내 푸에르토리코 마운드를 잘 이끌며 네덜란드의 강타선을 3점으로 묶었다. 특히 1회에는 무사 1,2루, 1사1,3루 위기에서 안드렐튼 시몬스(LA 에인절스)와 주릭슨 프로파(텍사스 레인저스)를 견제사로 잡아내기도 했다. 만약 몰리나가 보여준 2개의 견제사가 없었다면 푸에르토리코는 네덜란드에게 1회부터 빅이닝을 허용했을 지도 모른다.

연장10회에 등판해 2이닝을 책임진 마무리 디아즈의 투혼도 눈부셨다. 연장 10회에 등판해 네덜란드가 자랑하는 중심타선을 상대로 3타자 연속 삼진을 잡은 디아즈는 11회에도 마운드에 올라 네덜란드의 승부치기를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나라를 위한 디아즈의 헌신은 마치 다저스와 사전 교감을 한 것처럼 투구수 9개에 불과했던 젠슨을 1이닝 만에 마운드에서 내린 네덜란드와 대조를 이루며 더욱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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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BC 준결승 푸에르토리코 에드윈 디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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