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후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용인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삼성생명 2016~2017 여자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3차전 용인 삼성생명 블루밍스와의 경기에서 승리하며 챔피언 자리에 오른 아산 우리은행 위비 위성우 감독이 골대 그물을 자르고 있다

20일 오후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용인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삼성생명 2016~2017 여자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3차전 용인 삼성생명 블루밍스와의 경기에서 승리하며 챔피언 자리에 오른 아산 우리은행 위비 위성우 감독이 골대 그물을 자르고 있다 ⓒ 연합뉴스


우리은행이 삼성생명의 거센 추격을 뿌리치고 통합 5연패를 달성했다.

위성우 감독이 이끄는 우리은행 위비는 20일 용인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삼성생명 2016-2017 여자프로농구 챔피언 결정 3차전에서 삼성생명 블루밍스와 연장까지 가는 접전 끝에 83-72로 승리했다. 이로써 우리은행은 2012-2013 시즌부터 5시즌 연속 통합 우승을 달성하며 WKBL의 독재자로서 입지를 더욱 공고히 했다.

우리은행의 에이스 박혜진은 정규리그 MVP에 이어 챔프전 MVP까지 휩쓸며 최고의 선수임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박혜진은 2014-2015 시즌부터 챔프전 MVP 3연패를 달성하는 기염을 토했다. 모든 선수들이 제 몫을 다하면서 만들어낸 통합 5연패의 위업이지만 오늘날 최강 우리은행을 있게 한 일등공신은 역시 위성우 감독이다.

'레알 신한'의 코치, 우리은행의 기적을 만들다

지금이야 우리은행을 통합 5연패로 이끌고 20년 만에 아시안게임 여자농구 금메달을 이끈 명장이 됐지만 사실 위성우 감독의 현역 시절은 지금처럼 화려하지 않았다. 1971년생으로 농구 선수들이 어지간한 연예인들보다 높은 인기를 누리던 90년대 초반에 대학을 다녔지만 위성우 감독은 그 인기를 누리지 못했다. 대학 농구의 3강, 연세대, 고려대, 중앙대 출신이 아닌 변방의 단국대를 나왔기 때문이다.

그래도 뛰어난 수비실력을 인정받아 명문 현대전자에 입단했지만 하필이면 같은 포지션에 동갑내기 조성원이 들어오는 바람에 위성우 감독은 현역 시절 내내 주전으로 활약하지 못했다. 군복무를 마치고 안양 SBS로 이적한 위성우 감독은 대구 오리온스와 울산 모비스를 거치며 6시즌 동안 활약했다. 하지만 한 번도 평균 15분 이상 활약한 시즌이 없었고 평균득점도 5점을 채 넘기지 못했다.

2003-2004 시즌이 끝나고 FA자격을 얻은 위성우 감독은 더 이상 불러주는 팀이 없어 30대 초반의 젊은 나이에 현역에서 은퇴했다. 하지만 마침 여자프로농구 신한은행 에스버드에서 전주원이 현역 복귀를 선언하면서 코치 자리가 공석이 됐고 위성우 감독은 신한은행의 코치로 일찌감치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위성우 감독은 이영주 감독과 임달식 감독을 보좌하며 8년 동안 신한은행 코치로 활동했다.

그렇게 '레알 신한' 왕조의 보좌관으로 활약하던 위성우 감독은 2012년 우리은행 감독으로 부임하며 처음으로 전면에 나서게 됐다. 당시 우리은행은 패배가 익숙한 최하위팀이었고 위성우 감독은 선수들의 의식을 바꿀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지옥 훈련이라고 판단했다. 물론 현대 스포츠에서 '지옥 훈련 만능주의'는 대단히 위험한 철학이지만 멤버 구성이 약하던 당시의 우리은행이 강팀에 대항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강한 체력뿐이었다.

'지옥훈련'의 열매는 달았다. 우리은행은 위성우 감독의 부임 첫 해였던 2012-2013 시즌 정규리그와 챔피언 결정전을 모두 제패하며 '꼴찌의 기적'을 만들어냈다. 거물 FA를 영입하며 전력을 대폭 상승시킨 것이 아니라 기존 선수들의 기량이 향상되고 똘똘 뭉친 조직력으로 만들어낸 우승이라는 점에서 감동은 더욱 컸다. 하지만 2012-2013 시즌의 우승은 우리은행 신화의 시작에 불과했다.

외국인 선수 키워서 쓰고 선수들과 밀당도 하는 독사 감독

2012-2013 시즌을 기점으로 우리은행이 최강팀이 되면서 우리은행은 본의 아니게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 하위 지명권을 얻었다. 하지만 국내 선수들의 조직력이 워낙 탄탄했기 때문에 외국인 선수에 대한 불리함은 별로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실제로 우리은행은 2013-2014 시즌 외국인 선수 샤샤 굿렛이 9.7득점 6.7리바운드에 그쳤지만 우리은행의 승률(.714)은 2012-2013 시즌(.686)보다 오히려 더 상승했다.

위성우 감독은 외국인 선수를 우리은행의 팀 색깔에 맞게 키워 쓰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2014-2015 시즌 4순위로 우리은행에 지명된 포워드 자원 샤데 휴스턴은 우리은행에서 기동력을 앞세운 빅맨으로 활약하며 2014-2015 시즌 최우수 외국인 선수상을 받았다. 휴스턴은 외국인 선수상을 받는 자리에서 "오늘은 기쁜 날이니 (위성우) 감독님이 야간 훈련을 시키지 않았으면 좋겠다"라는 뼈있는 수상소감을 남기기도 했다.

위성우 감독은 원활한 시즌 운영을 위해 선수들과의 '밀당'도 아끼지 않는다. 경기가 잘 풀리지 않을 때는 오히려 온화한 말투로 경직된 선수들의 긴장을 풀어주고 점수 차이가 많이 벌어져 있더라도 느슨한 플레이를 펼치면 어김없이 작전 타임을 불러 호통을 친다. 따라서 선수들은 40분 내내 긴장의 끈을 풀지 못하고 경기에 집중할 수 밖에 없다.

종목을 막론하고 명장이라 불리는 감독들 대부분이 그렇듯 위성우 감독 역시 칭찬에 인색한 편이다. 현존하는 WKBL 최고의 스타 박혜진조차도 위성우 감독의 꾸중을 들을 때가 다반사다. 하지만 위성우 감독은 최은실, 김단비, 홍보람 등 식스맨 선수들에 대한 칭찬은 아끼지 않는 편이다. 식스맨 출신의 위성우 감독은 백업 선수들이 감독의 칭찬 한마디에 얼마나 사기가 올라가는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위성우 감독은 우승 뒤풀이 도중 우리은행의 전통에 따라 선수들에게 집단 구타(?)를 당했지만 표정은 어느 때보다도 밝고 후련했다. 위성우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선수들이 원하는 기간 만큼 휴가를 보내주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위성우 감독의 머리 속에는 자신이 코치였던 시절에 달성했던 '레알 신한'의 통합 6연패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있을 것이다. 위성우 감독은 꼴찌에 허덕이던 우리은행을 WKBL의 독재자로 만든 여자농구 최고의 '독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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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KBL 챔피언 결정전 우리은행 위비 위성우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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