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편의점을 털어라>(아래 <편의점>)는 세 번의 파일럿 방송 끝에 이제 막 정규방송을 시작했다. 파일럿 첫회부터 시청률 3%를 돌파하며 선전한 것이 주효한 정규편성 이유가 되었다. 그러나 정규편성 첫회의 시청률은 1%를 채 넘기지 못했다. 오히려 파일럿 때 보다 화제성이 떨어진 것이다. 시간대가 바뀌었다고는 해도, 너무나 아쉬운 성적이다.

'편의점'은 이제 국민들에게 떼려야 뗄 수 없는 일상적인 공간이 되었다. <편의점>에도 출연한 김도균의 편의점 포인트가 100만점이 넘는 것이 화제가 되는 것 또한 그 포인트가 편의점에 웬만큼 자주 드나들지 않고서야 만들 수 없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삼각김밥, 도시락, 샌드위치, 떡볶이부터 라면이나 냉동식품, 음료수 등 다양한 물품을 구비해 놓은 편의점은 간단한 한 끼를 때우기에 가장 적절한 공간이다. 접근성도 좋고, 일반 슈퍼보다 물품도 다양하며, 통신사 포인트 할인도 된다. 24시간 열려있어 언제든 이용가능하기까지 하다. 건강에는 좋지 않다는 비판이 있지만, 이 모든 것들의 체계가 잡혀있는 편의점에 발길이 몰리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일상으로 들어온 편의점

 정규편성되어 첫회가 방송된 <편의점을 털어라>.

정규편성되어 첫회가 방송된 <편의점을 털어라>. ⓒ tvN


젊은층을 중심으로 편의점 음식을 더욱 맛있게 먹을 수 있는 '편의점 레시피'가 발달한 것 또한 편의점에 대한 관심을 보여준다. 편의점의 이용은 단순히 한 끼를 때우는 것을 넘어섰다. 이제 어떻게 하면 더 맛있게 음식을 먹을 수 있는가를 고민하는 수준에 이른 것이다. 떡볶이 국물에 스파게티와 치즈, 햄 등을 섞어 탄생한 '마크정식'은 이미 유명하다. 이밖에도 곰탕 라면에 만두를 섞거나 삼각김밥과 토스트를 결합하거나 하는 조리법이 유행했다. 각각 편의점별로 베스트와 워스트 음식이 평가되고, 편의점의 이미지에 따라 선호하는 편의점도 제각각이다. 이런 취향을 맞추기 위해 편의점 음식도 점점 다양해 지고 있다.

편의점 레시피의 유행과 <편의점>이라는 프로그램의 탄생은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다. <편의점>은 새로운 편의점 레시피를 개발하겠다는 목표 아래 두 팀의 대결을 부추긴다. 편의점에서 구입할 수 있는 음식만으로도 꽤나 그럴듯한 요리들이 척척 완성된다. <편의점> 파일럿 회차에서 방영된 '차슈라멘'이나 '빠네 스파게티'가 그 예다.

그러나 문제는 그 레시피를 완성하기 위해 들여야 하는 수고와 비용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편의점이라는 공간에서 한 끼를 해결하고 싶은 가장 큰 이유는 바로 '편의'와 '비용'의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의 요리가 완성된 모습은 분명 그럴듯하지만, 육수를 내고, 빵을 자르고 장식을 해야 하는 수고로움을 감당할 만큼은 아니다. 그리고 따지고 보자면 그들이 만든 음식에 들어간 재료를 편의점에서 해결코자 한다면, 그 음식을 직접 사먹는 수준에 맞먹는 비용을 들여야 한다. 굳이 수고스럽고 번잡스러운 과정을 거쳐 식당을 갈 정도의 비용을 들여가면서 레시피를 따라하고 싶은 욕구가 생기지 않는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인 것이다.   

그들은 예능적인 재미를 위해 '10분'이라는 조리시간을 주고 대결을 펼친다. <냉장고를 부탁해>(이하<냉부>)의 패러디처럼 느껴지지만 그 본질은 오히려 <집밥 백선생>을 떠올리게 한다. <냉부>의 포인트는 냉장고 속 평범한 재료들이 전문 셰프들의 화려한 조리법으로 어떻게 환골탈태하는가에 대한 호기심이다. 가성비나 간단한 조리과정 보다는 셰프들의 실력에 그 본질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편의점>은 강타, 토니안, 박나래, 딘딘의 요리실력에 본질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오히려 백종원의 콘텐츠 파워가 약해진 이후에도 긍정적인 평가를 얻고 있는 <집밥 백선생>은 '간단함'과 '가성비'로 승부를 봤다. 물론 정성이 많이 들어간 요리는 맛도 좋고 건강에도 좋지만, 바쁜 현대인들은 좀 더 간단한 레시피를 원했다. 백종원은 요리를 못하는 사람도 쉽게 따라할 만한 레시피를 선보이며 간단하게 한끼를 만들 수 있는 비법을 전수해 준다. 한 때 <집밥 백선생> 방송 이후, 해당 방송에서 나왔던 요리 재료들이 불티나게 팔리거나, 아예 <집밥 백선생>코너를 마트에서 따로 마련해 주기도 한 것은 그만큼 '따라하기 쉬운' 요리에 대한 반응이 컸기 때문이었다.

물론 요리를 정석으로 배워 다양한 레시피를 이미 잘하는 사람들에게 효용성은 떨어질지 모르지만, 요리 초보나 내일 반찬을 걱정하는 평범한 주부들에게는 환영할만한 프로그램인 것이다.

편의점에서 디저트 만드는 데 9000원 이상?

한마디로 두 프로그램의 결정적 차이는 <냉부>의 요리들은 일상생활에 맞닿아 있는 것은 아니지만 <집밥 백선생>의 요리는 그렇다는 것이다. 편의점은 보다 일상적인 공간이다. 그 공간에서 기대하는 레시피는 <냉부>의 화려한 셰프들이 만드는 요리들의 향연이 아니라, <집밥 백선생>이 추구하는 간단하고 쉬운 레시피다.

정규방송 첫 회에 나온 '디저트 만들기 대결'에서도 가격이 공개되었지만, 두 디저트 모두 9000원 이상의 비용이 들었다. 웬만한 디저트를 뛰어넘어 제대로 된 밥 한끼도 할 수 있는 수준의 금액이다. 출연자 딘딘역시 제작 발표회에서 "이거랑 이거랑 섞으면 맛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긴 하는데, 제 돈을 쓰긴 싫었다"며 "이제는 제작비로 모든 도전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너무 뿌듯하다"고 밝혔다. 물론 여러 도전을 해보며 음식을 만들어 볼 수 있는 재미를 이야기한 것이지만, 소비자들은 호기심에 편의점에서 그런 돈을 쓰기에는 딘딘처럼 아까운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가성비와 효용성, 이 두 가지 공감대를 잡아내지 못하면 <편의점>의 레시피는 화제가 되기 힘들다. 그러나 문제는 한정된 금액을 제시하면 그만큼 만들 수 있는 레시피가 제한된다는 것이다. 과연 이 난관을 어떻게 헤쳐나갈 것인가. 프로그램에서 만든 음식의 화제성을 이용하지 못하는 한, '편의점'은 월요일 밤의 강자 <냉부>의 경쟁 상대가 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우동균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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