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리 슈틸리케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지난 20일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울리 슈틸리케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지난 2월 20일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울리 슈틸리케 축구대표팀 감독이 오는 13일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6~7차전인 중국(원정), 시리아(홈)전 출전 명단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팀은 최종예선 후반기 5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현재 이란에 이어 A조 2위를 달리고 있지만 3위 우즈벡과의 승점차가 단 1점이라 썩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설상가상 후반기 첫 경기를 앞두고 중국 원정을 앞두고 에이스 손흥민의 경고누적 결장을 비롯하여 주장 기성용의 부상 후유증. 이청용의 경기감각 저하, 이재성의 다리골절 등으로  이래저래 전력누수가 악화되며 우려를 자아낸다.

슈틸리케 감독은 최종예선에 접어들며 선수발탁에 있어서는 보수적이고 안정지향적인 선택을 고수해왔다. 선수 가용폭이 소수 정예 위주로 압축되고 새 얼굴의 실험이 극히 드물어졌다. 선수단에 변화를 주더라도 가급적 모험을 싫어하고 이미 한번쯤 기용해본 기존 선수들을 다시 부르는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특히 슈틸리케 감독은 부임 초창기에 자신이 직접 발탁한 선수들과 유럽파에 대한 신뢰가 남다른 것으로 알려져있다.

현재로서 슈틸리케 감독이 이번에도 급격한 변화를 줄 가능성은 일단 낮다는 전망이다. 반드시 이겨야 하는 중국전의 중요성이나 부담감을 감안할 때 이번에도 불확실한 깜짝 카드를 실험하기보다는 '익숙함'으로 승부를 거는 것이 유력해 보인다.

슈틸리케호 부동의 주전으로 꼽히는 기성용, 구자철, 지동원, 장현수, 홍정호 등은 최근 경기력과는 별개로 이번에도 중용될 것이 유력하다. 최종예선에서 슈틸리케 감독의 플랜 B이자 후반 조커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한 장신 공격수 김신욱 역시 발탁이 확실시된다. 최근 유럽무대에서 K리그로 유턴하여 경기감각을 회복한 김진수의 대표팀 복귀 역시 유력하게 점쳐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 주전 자리가 불투명하거나 일정 부분 변화가 불가피한 포지션도 있다. 일단 최전방 선발 공격수 자리가 아직 미지수다. 최근 김신욱의 컨디션이 돋보이지만 슈틸리케 감독의 전술적 구상에서 김신욱은 어디까지나 후반 투입되어 경기흐름을 바꾸는 조커에 더 적합하다.

최종예선에서 슈틸리케호의 최전방 공격수로 선발출장한 선수들은 지동원과 이정협, 석현준이 있다. 하지만 최전방 공격수 포지션에서 기록한 득점은 아직 전무하다. 현재로서는 그나마 지동원이 가장 유력한 후보다.

지동원은 올시즌 현재 구자철과 함께 유럽파 중 가장 꾸준히 경기에 나서고 있는 선수이기도 하다. 지동원은 최종예선 3경기에서 원톱을 맡았으나 스타일상 2선이 적합한 선수로 평가받는다. 기복이 심하다는 것도 단점이다.

석현준과 이정협은 다소 애매하다. 석현준은 최근 터키 트라브존 임대 실패에 이어 헝가리 데브레첸으로 재임대된 이후 경기감각을 끌어올리고 있지만 아직 득점은 없다. 이정협은 슈틸리케 감독이 추구하는 전술에 가장 부합하는 공격수지만 최근 대표팀에서의 활약도 좋지 못했고, 올시즌 소속팀이 K리그 챌린지로 바뀌며 A매치 수준의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 우려를 자아낸다.

황희찬도 주목할 만한  카드다.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서 활약중인 황희찬은 최근 팀내 주전 공격수 조나탄 소리아노가 중국으로 이적하면서 주전으로 자리매김했다. 황희찬은 올림픽에서 석현준과 손흥민을 제치고 주전 원톱까지 소화한 경험이 있다.

만일 최종예선에서 아직까지 승선하지 않은 새로운 공격수를 선택한다면 K리그에서 좋은 활약을 보이고 있는 이근호나 정조국같은 베테랑 선수들도 주목할 가치가 있다. 이근호는 슈틸리케 감독의 첫 국제대회였던 2015 호주 아시안컵 멤버이자 최전방과 2선을 모두 소화하는 멀티플레이어라는 장점도 있다. 지난 시즌 K리그 득점왕 정조국도 대표팀의 부족한 최전방 득점력을 보강해줄 원톱 후보로 손색이 없다.

손흥민과 이재성이 빠진 2선 운용도 비상이 걸렸다. 구자철이 공격형 미드필더의 한 자리를 맡을 것이 유력한 가운데 지동원, 이청용, 권창훈, 남태희 등이 유력한 후보들이다. 그러나 이청용과 권창훈의 경기감각이 불투명하다. 2차예선 당시 슈틸리케호에 한차례 승선한 경험이 있는 수원의 베테랑 염기훈은 정교한 크로스 능력을 바탕으로 중국전에서 손흥민의 빈 자리를 메꾸는 원포인트 발탁도 가능하다.

주장이자 플레이메이커 기성용의 컨디션은 중국전의 가장 큰 변수다. 대표팀은 다른 선수보다도 기성용이 결장하거나 컨디션이 좋지않을 때 가장 어려운 경기를 펼쳤다. 기성용은 일단 중국전에도 소집은 유력하지만 그때까지 완전한 컨디션을 회복할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기성용의 빌드업 능력을 대체할 만한 선수로는 일단 김보경이 있다. 본업이 중앙수비수지만 수비형 미드필더까지 소화가능한 멀티플레이어 장현수도 있다. 슈틸리케호 승선 경험이 있는 윤빛가람이나 주세종의 복귀도 고려해볼 만하다.

매경기 자주 바뀌고 있는 포백 수비와 골키퍼 조합은 이번에도 유동적이다. 중앙은 곽태휘와 김영권이 부상으로 자주 바뀌면서 홍정호, 김기희, 장현수 등 조합을 이룰 것으로 보이지만 중국파 수비수들이 최근 슈퍼리그의 외국인 선수 쿼터제한으로 출전기회가 급감한 게 관건이다. 지난해 슈틸리케호를 강타한 중국 현지화 논란으로 중국파 선수들의 경기력에 대한 선입견이 남아있다는 것도 약간 부담이다.

김진수, 김민우 등이 버틴 왼쪽에 비하여 오른쪽 풀백은 아직 대체자가 확실치 않다. 슈틸리케 감독이 실패한 장현수의 풀백 카드를 다시 꺼내들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그나마 대표팀 경험이 많은 김창수의 재발탁 가능성이 거론된다. 일본 J리그에 몰려있는 골키퍼 자원들의 경우, 김승규, 정성룡, 권순태, 김진현 등이 모두 꾸준한 활약을 보여주고 있어서 누구를 뽑아도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번 주말 K리그 경기를 관전하면서 마지막 옥석 가리기에 나설 예정이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축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