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문라이트>의 스틸컷.

영화 <문라이트>의 스틸컷. ⓒ AUD


제74회 골든글러브 작품상을 수상한 <문라이트>가 지난 22일 개봉했다. 브래드피트가 제작했으며 제작비 500만달러가 투여된 이 작품은 북미에선 지난해 10월에 개봉하여 북미에서 2129만 달러의 극장수입을 벌어들였다. 현재 미국의 영화평점 사이트 로튼토마토에서 신선도 98%를 찍고 있으며, Metacritic에선 비평가 점수가 자그마치 99점이라는 경이적인 점수를 기록 중이다.

영화는 타렐 앨빈 맥 캐런의 각본으로 만들어진 <In Moonlight Black Boys Look Blue>라는 연극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영화는 3개의 챕터로 나누어져 있으며, 샤이론의 어린시절 별명과 실제 이름, 그리고 애칭 순으로 Little, Chiron, Black 이라는 제목을 사용한다.

1막. 9살짜리 소년 샤이론(알렉스 히버트 분)은 자신을 호모라며 괴롭히는 아이들을 피해 사람이 살지않는 집에 숨어들어간다. 그런 샤이론을 후안(메허샬레하쉬바즈 엘리)이 발견하고, 후안은 샤이론을 집에 데려다 주기 위해 말을 걸지만 아이는 도통 말이 없다. 결국 여자친구 테레사(자넬 모네)를 통해 대화를 시도 하게 된다. 마약 중독자인 엄마 폴라 (나오미 해리스 분)밑에서 불안하게 살아가던 아이는 후안과 테레사 커플은 피난처이자 대리 부모의 역할을 해주곤 했다.

2막. 어느덧 고등학생이 된 샤이론(애슈턴 샌더스 분)은 여전히 학우들에게 괴롭힘을 당한다. 유일하게 자신을 친절하게 대해주는 친구 케빈에게 애틋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자신을 괴롭히던 무리 때문에 둘의 사이는 갈라지고 만다.

3막. 10년이란 시간이 흐리고 샤이론(트레반테 로데스 분)은 근육을 키우고 갱단 같은 모습으로 길거리에서 마약을 파는 삶을 살게된다. 그러던 어느날 케빈에게서 전화 한통이 오고, 샤이론의 마음속에 소용돌이가 일기 시작하는데….

서정, 깊이, 시선... 보기 드문 방식의 영화

<문라이트>는 서정적이고 깊이있는 작품으로 전반적으로  주제의식, 연기, 연출, 촬영기법 그리고 음악이 잘 균형 잡힌 작품이다. 영화는 자신이 사는 세상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는 한 캐릭터가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확실한 답을 찾기 위한 긴 시간을 비추며 주인공의 세계로 관객을 끌어들인다.

감독은 주인공의 대사를 최소화하면서 설명적인 방식보다 배우들의 섬세한 감정 연기를 통해 관객 스스로 느끼고 공감하게 하는 방식으로 진행해 나간다. 이런 방식에는 당연히 배우들의 연기가 매우 중요했고 배우들은 그 기대치를 져버리지 않는다. 하지만 이것은 배우들의 힘만으론 감당하기 어려운 방식이기에 인물에 초점을 맞춘 촬영과 편집 그리고 음악들을 통해 약점들을 보완해간다. 감독은 초점이 맞지 않는 클로즈업과 컷어웨이 촬영법을 사용하며 방황하는 인물의 감정표현을 실감있게 잡아내고 있다. 여기에 인물 감정에 최적화된 편집과 음악도 인상적이다.

 영화 <문라이트>의 스틸컷.

영화 <문라이트>의 스틸컷. ⓒ AUD


영화는 동성애자인 한 인물의 성장담만을 담아내고 있지 않다. 가난과 마약 그리고 불안정한 가정 속에서 살아가는 미국 내 흑인들의 삶을 샤이론에 초점을 맞춰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흑인들과 비교적 상반된 삶을 사는 백인들의 등장을 철저하게 배제시키면서 대조효과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데, 대조적인 방식을 취하지 않음으로써 그들의 삶에 더 집중시키게 만들고 있다. 영화는 흑인 사회의 어두운 단면들을 노출 시키고 있지만 딱히 해결책을 제시하거나 하지 않고 그저 관조적인 시선으로 바라볼 뿐이다.

영화 속에는 여러 아이러니들이 발견된다. 가장 편안한 공간이어야 할 집은 마약이 찌든 엄마로 인해 가장 불안한 공간이다. 그리고 아빠가 없는 샤이론에게 피난처이자 대리부의 역할해준 후안은 사실 자신의 엄마에게 마약을 파는 사람이다. 또한 사회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샤이론은 이전의 모습과는 다르게 마약을 파는 삶을 선택한다. 그렇게 아이러니한 세상에서 아이러니하게 살 수 밖에 없는 개인의 인생을 다룬다.

영화는 분명 보기 드문 방식으로 전개되고 있지만, 이야기 자체엔 흥미를 돋울 만큼의 큰 매력이 없는 데다 너무 세심하게 감정을 담아내려다보니 지나치게 느린 속도로 전개되면서 집중력을 잃어버리게 만든다.

그 밖의 이야기거리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에 여우조연상 후보에 올라있는 영국배우 나오미 해리스는 비자문제로 인해서 영화 속 모든 분량을 단 3일 동안 촬영했다고 한다. 그녀는 마약중독자의 삶을 연기하기 위해서 한 달 동안 유튜브에서 마약중독자 관련 영상들을 보며 연구했다고 한다.

감독 배리 젠킨스(Barry Jenkins)와 원작자 타렐 앨빈 맥 캐런(Tarell Alvin McCraney)은 영화속 샤이론처럼 모두 마약 중독에 시달린 어머니들과 함께 마이애미의 리버티 시티 (Liberty City) 지역에서 자랐다고 한다. 맥밀런(McMillon)은 아카데미 편집상 후보로 지명된 최초의 흑인 여성이 됐다. <문라이트>의 내러티브 구조는 허우 샤우시엔 감독의 <쓰리 타임즈>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구건우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zig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문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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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이의 아빠이자 영화 좋아하는 네이버 파워지식iN이며, 2018년에 중소기업 혁신대전에서 대통령상을 받은 보안쟁이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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