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리 슈틸리케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지난 20일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울리 슈틸리케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지난 20일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울리 슈틸리케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겨울 휴가를 마치고 복귀했다. 20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슈틸리케 감독은 기자회견을 통해 월드컵 본선진출에 대한 확고한 의지와 자신감을 드러냈다.

대표팀은 오는 3월 열리는 중국, 시리아와의 2연전을 비롯해 최종예선 5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한국은 A조 5라운드 현재 6팀 중 2위(3승 1무 1패)에 올라 있어 현재 순위만 지켜도 본선에 직행할 수 있다. 하지만 3위 우즈베키스탄(3승 2패, 승점 9)과의 격차는 불과 1점에 지나지 않는다. 전반기에 보인 경기력으로는 본선행을 장담하기에 부족하다는 위기론에 직면해 있는 상황이다.

슈틸리케 감독의 자신감과 달리, 현재 대표팀을 둘러싼 주변 상황은 결코 좋은 편이 아니다. 한국은 최종예선 일정상 막판으로 갈수록 이란-우즈벡 등 강팀들과의 경기가 몰려있다. 슈틸리케 감독은 우즈벡과의 최종전을 치르기 전에 이미 본선진출을 확정 짓고 싶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러기 위해서는 역시 중국, 시리아, 카타르와의 초반 3연전서 어떻게든 최대한 승점을 벌어 놔야 한다.

최종예선 후반 일정의 스타트를 끊는 중국과의 6차전은 원정경기로 열린다. 한국은 홈에서 열린 1차전에서 중국에 3-2로 신승했지만, 내용상 꽤 고전했다. 중국은 현재 무승에 그치며 하위권으로 추락하여 월드컵 본선행에서는 멀어진 상황이지만, 최근 월드컵 우승경력에 빛나는 이탈리아 출신의 명장 마르첼로 리피 감독을 영입하며 마지막 반전을 노리고 있다. 짧은 기간이지만 중국대표팀은 비해 리피 감독 부임 후 치른 A매치에서 이전보다 한층 강해진 전방압박과 공격적인 경기운영으로 플레이 스타일의 변화 가능성을 보여준 바 있다.

중국 대표팀에 세계적인 해외파 선수는 없지만, 주축 선수들 대다수가 국내파로 구성되어있어서 상시 소집이 용이하다는 건 장점이다. 실제로 중국은 한국전을 앞두고 대표팀 선수들을 조기 소집하여 장기 합숙훈련을 진행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현재 중국은 안방에서 축구 '공한증' 탈출에 사활을 걸고 있는 데다 양국이 최근 사드 배치와 한한령 논란 등 정치-사회적으로 민감하게 충돌하고 있는 상황이라 이번 맞대결은 이래저래 더욱 예민한 분위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

유럽파 선수들 부상 악재... 기성용 공백 클 듯

정작 이에 최상의 전력으로 맞서야 할 대한민국 대표팀 운용에는 현재 빨간 불이 켜져 있다. 현재 한국축구 유럽파 선수 중에서 전력의 핵심을 이뤄야 할 유럽파들이 하나같이 정상이 아니다. 슈틸리케호 최다득점자인 손흥민(토트넘)은 경고누적으로 아예 중국전에 출장할 수 없다.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과 기성용(스완지시티)은 최근 잇달아 부상을 당했다.

구자철은 그나마 회복속도가 빨라 중국전 출장은 문제가 없을 전망이지만 진짜 문제는 기성용의 부재 가능성이다. 회복에 3~4주가 소요되는 무릎부상을 당한 기성용이 3월 열리는 중국전까지 정상 컨디션을 회복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구자철의 자리는 구자철이 부진하거나 컨디션이 좋지 않아도 남태희(레퀴야)-윤빛가람(연변)-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 등 이 포지션에 어느 정도 대체 가능한 선수들이 많다. 하지만 수비형 미드필더이자 후방 플레이메이커로서 전반적인 경기운영을 조율하던 기성용이 없을 때 대표팀은 항상 어려운 경기를 펼쳐야 했다.

유럽파 중에서도 가장 핵심이라고 할만한 세 명의 주전급 선수가 중국전에서 한꺼번에 빠지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다. 석현준(데브레첸), 이청용(팰리스), 박주호(도르트문트), 권창훈(디종) 등 다른 해외파 선수들의 사정도 그리 밝지 않다. 중국전에 기용 가능한 유럽파 중에서 현재 소속팀에서 꾸준히 경기에 나서는 선수는 지동원과 황희찬(잘츠부르크) 정도에 불과하다.

유럽파들의 빈 자리는 국내파와 아시아리거들 위주로 메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 K리그도 아직 개막 전이라 국내파 선수들의 몸 상태를 낙관할 수 없다는 것이 걱정거리다. 자국 리그 선수들이 주축을 이루는 중국도 마찬가지지만 유럽파 중심으로 플랜A를 운영해오는 데 익숙한 한국과는 분명 차이가 있다. 유럽과 비슷한 춘추제 일정으로 운영되는 중동파 선수들이나 중국리그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의 역할이 중요해질 전망이다. 또한, 지난해 김신욱을 활용한 '공중전'으로 상당히 재미를 봤던 슈틸리케 감독이 K리거와 또 다른 플랜B의 활용도를 얼마나 높일 수 있을지도 변수다.

슈틸리케 감독의 리더십에 대한 의구심도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지난해 최종예선에 접어들며 연이은 실언과 원칙의 실종, 용병술 실패로 인하여 그간 쌓아온 신뢰도를 상당히 까먹었다. 슈틸리케 감독이 휴가 기간 동안 팀 운영에서 어떤 해법을 찾았을지 관건이다.

대표팀은 최근 코칭스태프 구성에 있어서도 적지 않은 잡음에 휩싸였다. 당초 슈틸리케 감독의 단점을 보완해줄 수 있는 노련한 전술가형 외국인 수석코치의 영입을 표방했으나 결과적으로 무산됐다. 슈틸리케호 출범 초기부터 함께했던 신태용 코치를 한창 중요한 시기에 U-20 월드컵 대표팀 사령탑으로 빼내가며 A팀에서 하차시켰고, 결국 지도자 경험이 일천한 차두리 전력분석관이나 설기현 성균관대 감독에게 코치직을 맡기는, 과정과 명분에서도 납득하기 어려운 행보로 일관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복귀 기자회견에서도 최근 논란이 된 설기현 코치의 영입 배경에 대하여 명확한 명분을 설명하지 못했다.

슈틸리케 감독 본인에 대한 불안감도 아직 걷히지 않은 상황에서 그를 보좌해야 할 대표팀 코치진마저 하나같이 자격과 경험에서 논란이 될 만한 인물들로 선임한 것은 의구심을 자아낸다. 코치들의 경력이나 전문성보다 선수 시절의 유명세에만 기대어 논란을 회피하려는 모양새에 더 가까워 보인다. 대표팀이 최종예선에서 흔들리기라도 할 경우 더 큰 후폭풍이 되어 돌아올 수 있는 장면이다.

이처럼 대표팀을 둘러싼 불안요소가 곳곳에서 넘쳐나는 가운데서도 정작 본선행에 대한 기대는 여전히 높다. 역대 월드컵 예선에서도 늘 고비는 있었지만 그래도 어쨌든 본선행에는 늘 성공했다는 경험에서 오는 막연한 기대감이 존재한다. 하지만 월드컵 본선까지 가는 데 지금까지 순탄한 지름길은 한 번도 없었다. 슈틸리케호가 이번에도 온갖 악재를 극복하고 월드컵 본선행이라는 목표를 완수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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