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정규시즌에서 SK는 5위를 하며 넥센과 첫 와일드카드를 치르는 주인공이 되었다. 하지만 2016년에는 6위에 그치며 가을 야구 진출에 실패하고 말았다. SK는 김용희 감독과 재계약을 하지 않았고 트레이 힐만 감독을 데려오고 염경엽 전 넥센 감독을 단장으로 데려오며 대대적인 개편을 했다. 프랜차이즈 스타 김광현을 4년 85억원이라는 거액을 주고 SK에 눌러앉히며 가을 야구를 향한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하지만 SK가 지난 시즌 가을야구에 실패한 이유는 따로 있다. 디팬딩 챔피언 두산 베어스에 이어 팀홈런 2위(182개), 장타율 2위(0.454)를 했으면서도 팀타점 9위(715타점), 팀득점 9위(753득점)를 했다. SK에서 홈런왕도 나왔고 정의윤과 최승준도 장타력을 뽐냈던 시즌이라는 게 믿기지 않는 성적이다. SK가 쳐낸 182개의 홈런 중 솔로홈런이 94개로 절반이 넘는다. 최정이 쳐낸 40개의 홈런 중에서도 역시나 절반이 넘는 22개가 솔로홈런이다. 최정의 타순이 3번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결국 장타를 치는 중심 타자들 앞에 밥상을 차려주는 테이블 세터가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2016시즌 SK와이번스 선수들의 출루율 및 기타 기록 자료 - Statiz

▲ 2016시즌 SK와이번스 선수들의 출루율 및 기타 기록 자료 - Statiz ⓒ 양종훈


2016시즌 테이블 세터로 주로 나왔던 고메즈, 이명기, 박정권 세 선수의 출루율은 각각 0.325, 0.332, 0.337이다. 반면 하위타선에 나왔던 김성현과 김강민의 출루율은 각각 0.366, 0.371이다. 3푼이 넘게 차이 나는데 과연 이 타자들이 상위 타선에 나왔다면 어땠을까?

2016시즌 SK와이번스의 테이블세터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고메즈, 이명기, 박정권

▲ 2016시즌 SK와이번스의 테이블세터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고메즈, 이명기, 박정권 ⓒ SK와이번스


산술적으로 계산했을 때 김강민과 김성현을 테이블 세터로 썼다면 약 30점 정도 더 낼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는 2~3승 정도를 더 추가할 수 있다는 계산까지 가능한데 지난 시즌 5위 기아 타이거즈와 6위 SK와이번스의 승수 차이가 1.5승 차이였다는 것을 생각했을 때 SK가 테이블 세터만 바꾸었다면 가을야구의 주인공은 바뀌었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까지 가능하다.

2017시즌 SK의 최우선 과제는 테이블 세터를 찾는 것이다. 김성현의 출루율은 2014년부터 3할 5푼 후반대를 기록했고 김강민 역시 부진했던 2015시즌을 제외하고는 3할 6푼 이상을 기록했다. 김강민 1번, 김성현 2번 혹은 그 둘의 타순을 바꿔서 1, 2번으로 기용해보는 것도 좋은 조합이라고 생각한다. 꼭 1, 2번이 다리가 빨라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테이블 세터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출루이니까.

머니볼(MONEY BALL)의 주인공인 돈 없는 구단 '오클랜드 애슬래틱스'의 단장 '빌리 빈'은 스타 플레이어들을 전부 부자 구단에 빼앗기지만 선수들의 출루율을 고려한 FA영입을 하며 꼴찌팀을 플레이오프까지 진출시키는 데 성공한다.

물론 지난 시즌 최승준과 김광현의 시즌 중 부상도 있었고, 첫 풀타임 4번타자로 뛰었던 정의윤이 시즌 말미에 체력적으로 부침을 보이기도 했으며 외국인 투수도 교체하며 전체적으로 어려움이 많았던 SK이지만, 다른 여러가지 상황은 다 제쳐두고 출루율이라는 숫자를 제대로 활용하기만 했다면 와일드카드전에 나서며 또 다시 가을 잔치를 할 수 있지 않았을까?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덧붙이는 글 네이버 블로그 '무명작가'에 게재된 글입니다.
SK와이번스 김성현 박정권 김강민 이명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