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드마 앙뚜, 그는 '린포체'이다.

파드마 앙뚜, 그는 '린포체'이다. ⓒ 문창용&전진


환한 미소 하나만으로도 눈길을 끄는 이들이 있다. 영화 <앙뚜>의 주연이자 린포체인 '파드마 앙뚜'가 바로 그 주인공. 다큐멘터리 형식의 이 작품은 2016년 부산국제영화제에 출품되어 상영되었고, 최근 MBC에서 방영되었을 뿐만 아니라, 제67회 베를린 국제영화제에도 공식 초청되었다.

이 아이가 마주해야 할 고난

생을 반복하는 윤회를 믿는 불교 중에서도, 고승들(수행자)이 다시 인간의 몸으로 환생한다고 믿는 티베트 불교. 현대 사회에서 믿기 어렵고 의아하다고 느낄지 모르겠지만, 티베트 불교에서는 다시 환생했다는 것이 증명된 아이들을 린포체라고 부르고 신처럼 모신다. 일반적인 린포체의 경우 환생 이전의 사원과 제자들이 모시고 가 진정한 린포체가 되기 위한 교육을 하지만, 영화 속 이 어린 린포체는 참으로 많은 고난과 맞닥뜨리게 된다.

신처럼 받들어 모셔야 할 린포체지만, 앙뚜의 사원은 티베트에 있어 중국과의 분쟁으로 인해 직접 찾아갈 수도, 제자가 마중 오지도 못하는 상황에 부닥치게 된다. 거기에다 앙뚜가 사는 라다크 마을의 경우 이미 모시는 린포체가 있기에 사원에서 조차 거부당해 거리에 내몰리게 된다. 결국, 어린 앙뚜와 노스님 우르갼은 움막 같은 작은 암자에서의 생활을 시작한다. 태어난 뿌리인 라다크와 환생 이전의 티베트 사원에서 모두 거부당했다는 생각에 힘들어하는 어린 린포체. 왜 자신은 사원이 없는지, 왜 제자들은 오지 않는 것인지 고뇌하며 하염없이 기다린다. 눈싸움과 공부를 좋아하는 그는 영락없는 어린아이지만 그 앞에 놓인 고난들은 정말 쉽지 않아 보였다.

 린포체 앙뚜와 노스승 우르갼의 교류가 돋보인다.

린포체 앙뚜와 노스승 우르갼의 교류가 돋보인다. ⓒ 문창용&전진


이제는 린포체의 존재마저 의심받고 있는, 자기 자신을 끊임없이 증명해야 하는 일상에 지치고 힘들어하는 앙뚜의 곁에는 다행히 노스님이 함께했다. 마을의 환자를 치료해주고 기도해주는 암치(라다크의 전통 의사)인 그는 몇 푼 안되는 돈을 어린 린포체의 미래를 위해 꾸준히 저금한다. 린포체로서 받아야 할 교육의 부재가 걱정인 노스님은 인도에서 수행하고 돌아온 제자에게 부탁하여 다시 라다크 사원으로 린포체를 보내지만, 얼마 되지 않아 다시 암자로 돌아오게 된다.

결국 앙뚜는 전생의 자신을 찾는 여행길에 오르기로 한다. 흰두어와 영어에도 능통한 앙뚜와 노스님은 인도의 불교 성지들을 거쳐 티베트와 마주한 국경까지 이르는 긴 여정에 오르게 된다. 끊임없이 걸어야 하는 어린아이가 차마 감당하기 어려운 여정 속에서도 한 걸음씩 스스로 자신의 사원을 찾아 발걸음을 옮기는 린포체의 용기와 노구를 이끌고 끝까지 린포체를 모시는 우르갼의 모습에 눈시울이 붉어질 것이다.

결국, 가 닿지 못하더라도

예상했듯이 중국과 맞닿은 국경에서 더 진입하지 못한다. 눈보라를 헤치고 산꼭대기에 올라 사원의 끝자락이라도 보려 시도하지만, 안타깝게도 혹독한 기상상태로 인해 형태조차 확인하지 못하고, 제자들이 듣길 기원하는 악기의 연주를 끝으로 하산하게 된다.

 존재만으로 서로에게 위안이 된다는 건 어떤 걸까.

존재만으로 서로에게 위안이 된다는 건 어떤 걸까. ⓒ 문창용&전진


문창용 감독이 GV 때 말한 것처럼, 존재만으로도 서로에게 위안이 되는 우르갼 같은 스승이 있다는 건 정말 행운인 것 같다. 평생 바라보고 의지 할 수 있는 그런 인연이 앙뚜의 곁에 있어서 너무나도 다행이었다. 이 작품이 촬영된 8년이라는 시간 동안 앙뚜의 내면에 일어난 많은 변화를 스크린을 통해 관찰할 수 있었는데, 자신의 카르마로 인해 사원을 찾지 못하고 떠도는 것일 거라며 담담히 읊조리던 그는 린포체로서 성장해 나가고 있었다.

"Becoming who I was."

진정한 나 자신을 찾아 훌륭한 린포체가 되길 바라는 스승의 간절한 염원을 어린 린포체 앙뚜가 이루어 줄 것이라 믿는다. 티베트 국경 근처의 사원에서 홀로서기를 시작한 앙뚜를 제작진이 동행할 예정이라고 하니, 그들의 여정을 다시금 지켜볼 수 있을 듯하다. 본 작품은 올해 정식으로 개봉할 예정이며, 일본 방송사와도 접촉 중이라고 하니 8년간의 노력이 좋은 성과로 이뤄지길 바라본다.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국내에 소개된 이 작품. 조만간 정식으로 우리 관객 앞에 나설 수 있기를 바란다.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국내에 소개된 이 작품. 조만간 정식으로 우리 관객 앞에 나설 수 있기를 바란다. ⓒ 문창용&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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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껏 문화생활을 즐기고픈 부산 여자 1인의 이야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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