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모난 교실 안 네모난 책상에 앉아 네모난 책을 보던 고등학생들이 동그란 마이크를 집어 들었다. '힙합'이란 문화 위에서 감춰온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쇼미더머니> <언프리티 랩스타>를 내놓으며 대한민국에 힙합열풍을 불러온 Mnet이 새롭게 선보이는 프로그램은 바로 <고등래퍼>였다. 제목 그대로 우리나라 고등학생이라면 누구나 참여 가능한 힙합 서바이벌이다.

10대들이 무슨 생각을 하며 사는지,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단 장점은 덤일 뿐이다. 그런 '스토리'를 차치하고서라도 <고등래퍼>는 여느 힙합 프로그램처럼 '실력'으로 볼거리를 제공할 예정이다. 10일 오전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에서 <고등래퍼>의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고딩'들의 거칠고도 순수한 힙합, 어떤가요?


정준하, 양동근(YDG), 스윙스, 제시, 기리보이, 서출구, 딥플로우, 매드클라운. 이날 제작발표회를 가득 채운 래퍼들의 기운이 좋았다. 라인업도 라인업이지만 그보다 고등학생들을 만나면서 신선한 자극을 받은 듯 싱그러운(?) 분위기를 풍겼다. 정준하와 함께 이 프로그램의 MC를 맡은 하하는 이날 개인사정으로 참석하지 못했지만 7명의 멘토와 고익조CP, 황성호PD가 총출동해 프로그램의 취지와 녹화과정 등을 설명했다.

<고등래퍼>는 힙합의 긍정적인 면을 조명하고자 한다. 고익조 CP는 "청소년들이 꿈을 이뤄가는 모습을 우리 프로그램을 통해 보게 될 것"이라며 "녹화현장에서 그들을 보며 열정과 진심 어린 패기를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런 모습을 최대한 고스란히 담고 싶었다는 고CP는 "<쇼미더머니> <언프리티 랩스타>에서 담지 못했던 다른 이야기들을 보여드리게 될 것 같다"며 기대감을 높였다.

<고등래퍼>는 청소년의 생활공간인 학교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나 문화를 힙합을 통해 담아낸다. 10대들의 거침없는 이야기는 다소 투박하게 들릴 때도 있겠지만 그 나이만이 가질 수 있는 순수함이 묻어나기도 한다. 프로그램은 이런 측면을 비춤으로써 힙합을 재조명할 예정이다.

"참가자들이 준비한 랩 가사를 보면서 나도 저 시절에 꿈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마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모든 연령층이 공감할 수 있을 겁니다." (황성호 PD)

우승을 하면 타이거JK가 프로듀서를 맡아 우승자의 음원을 출시할 예정이다. 김구라 아들 MC그리, NCT의 멤버 마크 등 현역 래퍼들도 출전 소식을 알렸다. 또한 <쇼미더머니>에 참가한 적 있는 이들도 고등학생 자격으로 프로그램의 문을 두드리며 뜨거운 경쟁을 벌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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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를 맡은 정준하는 "요즘 가장 행복하게 촬영하는 프로그램이 <고등래퍼>"라며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앞서 <쇼미더머니> 예선전에 참가한 적도 있다. 정준하는 "사실 <쇼미더머니5>에 벌칙으로 출연했는데 당시에는 너무 힘들어서 하하를 원망했었다"며 "그런데 이렇게 좋은 기회로 힙합 프로그램의 MC를 맡게 되니, 다 하하 덕분 같다"며 하하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정준하는 이 프로그램을 하면서 젊어지는 기분이라며, 고등학생들의 실력이 생각보다 대단해서 충격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양동근은 <고등래퍼>의 출연제의를 받고는 "'딱 이거다' 싶었다"며 "언제 내가 이런 친구들과 소통해보겠냐"며 웃어보였다. 이어 "힙합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힙합이 가야할 길에 대해 늘 생각하는데 <고등래퍼>를 통해 다음 세대와 소통해야 하는 게 제 일 같다"고 덧붙였다.

스윙스 역시 솔직한 화법으로 기대감을 내비쳤다. 제대 후 복귀 프로그램으로 <고등래퍼>를 선택한 그는 "동물이든 사람이든 자기가 좋아하는 게 있고 해야 할 일이 있다"며 "저는 사람들과 소통하고 작업물을 내는 것이 저의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 2년 동안 조용히 있었는데 그때 정말 행복하지 않았다"며 "그래서 이런 기회가 왔을 때 놓치고 싶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밖에도 서출구, 매드클라운, 제시 등이 이 프로그램에 임하며 생각한 바를 꺼내놓았다.


"사회에 때 묻지 않은 친구들이 필터링 없이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들이 비난의 화살을 받을까 걱정되는 게 사실이에요. 그 친구들이 지닌 순수한 면을 봐주신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서출구)

"<쇼미더머니> 출연자들보다는 확실히 미숙한 점이 있어요. 어리다보니 그렇죠. 그럼에도 열정은 대단해서 그들로 인해 영감을 크게 받아요. 한 친구를 보면서는 진지하게 같이 음악을 해보고 싶단 생각도 들었어요. 완성도 높은 힙합을 하는 친구도 더러 있어요." (매드클라운)

"멘토 중에 여자는 저 혼자라서 부담도 됐지만, 출연하는 여자 래퍼들이 저처럼 기죽지 말고 자기 색깔을 드러냈으면 좋겠어요. 저는 어린 나이에 데뷔해서 이 친구들이 무엇이 어떻게 힘든지 잘 알고 있어요. 멘토로서 부족할 수 있지만 응원하고 싶어요." (제시)

<고등래퍼>는 오늘(10일) 오후 11시 첫방송을 시작한다. 시청자는 <쇼미더머니> <언프리티 랩스타>만큼 재미있는 배틀을 구경할 수 있을까. 보다 긴장감 있는 경연을 위해 학교별, 지역별 대항으로 서바이벌이 펼쳐진다. 녹화를 통해 경기 동부와 서부, 서울 강동과 강서, 경기도, 전라도 등 총 6개 지역에서 진행된 '지역 대표 선발전'을 통해 각 지역 대표 래퍼 선발을 이미 마친 상태다. 학교의 자존심, 지역의 자존심, 10대의 자존심을 걸고 펼칠 이들의 진검승부가 시청자를 도발할 준비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