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모른다> 포스터

<아무도 모른다> 포스터 ⓒ 엔케이컨텐츠


일본의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명성을 전 세계에 알리기 시작했던 영화 <아무도 모른다>가 오는 8일, 12년 만에 다시 개봉한다.

1988년 도쿄에서 일어난 스가모 아이 방치 사건에서 영감을 얻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15년의 구상 끝에 영화화에 성공했다. 주연을 맡은 야기라 유야가 2004년 칸 영화제에서 사상 최연소이자 일본인으로는 처음으로 최우수 남우주연상을 수상해 화제가 되었다. 31회 겐트영화제 그랑프리를 수상했으며 일본 아카데미에선 여우조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도쿄 변두리의 한 아파트에 젊은 엄마와 네 남매가 이사 온다. 엄마는 집 주인에게 아이는 초등학교 6학년짜리 아키라 하나라고 속이고 나머지 세 아이들은 숨겨서 데리고 들어온다. 엄마는 출생신고도 되어 있지 않은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고 장남인 아키라만 이외에는 아이들을 집 밖에도 내보내지 않고 몰래 키운다.

밤늦게까지 직장에 다니던 엄마에게 남자가 생기자, 엄마는 아키라에게 약간의 돈과 아이들을 부탁한다는 편지 한 장만 남기고 집을 나간다. 아키라는 엄마가 남기고 간 돈으로 아이들을 건사하며 생활한다. 한 달이 넘어서야 어느 날 갑자기 아이들의 선물을 사들고 나타난 엄마는 나머지 짐을 챙겨 크리스마스 때까지 돌아오겠다는 말만 남기고 또다시 사라진다. 하지만 엄마는 이듬해 봄날이 지나도 돌아오질 않고 생활고에 직면한 아이들은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간다.

슬픈 성장담

 <아무도 모른다> 포스터

<아무도 모른다> 포스터 ⓒ 엔케이콘텐츠


따스한 햇살과 아이들의 웃음이 담겨있는 포스터와는 달리 영화는 마음에 돌을 얹고 봐야할 정도로 슬픈 성장담이 담겨있다. 장남 아키라는 엄마에게 떠밀려 동생들을 건사하며 억지로 어른이 되어야 했다. 아키라는 엄마도, 돈도 없는 상황에서도 밝은 모습으로 동생들의 웃음 지키려고 애쓴다. 하지만 5살 막내 유키에게 생일날 해줄 수 있는 거라곤 좋아하는 뾱뾱이 신발을 신겨 시내 한복판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게 전부다.

남매가 손을 잡고 집으로 돌아오던 밤 유키의 작은 신발에서 울려 퍼지는 '삑삑'소리는 '우리 여기에 있어요'라고 말하는 듯하지만 어둡고 차가운 밤공기처럼 사회는 이들에게 귀 기울이지 않는다. 영화의 제목은 <아무도 모른다>이지만, 어쩌면 <아무도 아는 척하지 않는다>가 더 맞을지도 모르겠다. 어른의 보살핌이 필요한 아이들이 앵벌이의 몰골로 다니지만, 그 모습을 무심하게 바라보는 사회를 담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는 지난해 장기결석, 미취학 아동에 대해 무관심으로 일관하며 결국 학대와 방치 속에서 고통의 시간을 보낸 아이들을 구하지 못하고 비극으로 몰고 갔던 한국사회를 자꾸 떠오르게 한다. 또한 지난 88회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했던 <스포트라이트>의 한 대사가 떠오른다.

'아이를 키우는 것도 마을 전체가 필요하고, 아이를 학대하는 것도 마을 전체가 필요하다.' 

영화는 단순히 무심한 사회를 고발하는데 그치지 않는다. 그 속에서 보편적인 아이들의 성장담을 담아내고 있다. 엄마가 정해 놓았던 '집밖을 나가면 안 된다'란 룰을 깨고 아이들은 세상 밖으로 나가 뛰놀기도 하고 집에서 식물들을 키우기도 한다. 유독 긴 계단을 오르며 노는 장면이 많은데, 이는 아이들의 성장을 상징하고 있기도 하다.

<아무도 모른다>는 다큐멘터리 감독출신이었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스타일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실제로 감독은 연기 경력이 전무한 아이들을 캐스팅했으며, 대본 없이 상활설명만으로 아이들을 연기하도록 했다고 한다. 그리고 1년에 걸쳐 시간의 순서에 맞게 촬여을 진행했다. 카메라는 움직임이 거의 없는데, 심지어 인물이 프레임을 떠나도 따라가지 않을 정도이며, 롱샷을 많이 사용하여 상당히 관조적인 느낌을 준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구건우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zig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아무도모른다. 고레에다히로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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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이의 아빠이자 영화 좋아하는 네이버 파워지식iN이며, 2018년에 중소기업 혁신대전에서 대통령상을 받은 보안쟁이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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