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방송된 JTBC <썰전>의 주인공은 유시민이나 다름 없었다.

12일 방송된 JTBC <썰전>의 주인공은 유시민이나 다름 없었다. ⓒ JTBC


"대통령이 옷값을 봉투에 넣어서 직접 줘요? 그 돈을? 업무추진비에 들어 있는 그 현금을? 말도 안 되는 소리 하고 있어 정말! 대통령이 아닌 일개 장관도 현금으로 쓸 수 있는 돈이 있어요. 그 현금을 장관이 직접 만지는 줄 아세요? 부속실에서 다 하는 거지. 윤전추 행정관이 나와서 한 증언은 몽땅 처음부터 끝까지 다 거짓말이에요."

유시민 작가는 '거짓말 감별사' 같았다. 윤전추 행정관을 비롯해 청문회와 법정에선 증인들의 '말말말'을 대번 '거짓말'이라고 짚어냈다. 지난 12일 방송된 <썰전>의 관전 포인트는 바로 여전하고 날카로운 '정리의 달인' 유시민 작가의 정리와 인물평에 있었다. 우선 지난 10일 진행된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2차 변론에 출석한 윤전추 행정관에 대해 유 작가는 "그가 말한 것은 단 2가지"라며 이렇게 정리했다.

"그날 윤전추 행정관은 딱 두 가지를 얘기했어요. 첫째 세월호 참사가 난 날 대통령이 어디 안 가고 관저에 있었다, 내가 같이 있었다. 알리바이를 대 준 거죠. 두 번째는 옷값 줬다(중략) 이 두 가지를 얘기한 거 말고 아무 것도 없어요."

"이게 잘못하면 최순실이 뇌물을 준 (증거) 것일 수도 있으니까"라며 윤 행정관의 속내까지 들쳐준 유 작가는 이어진 제7차 국조특위 청문회와 관련해서는 그날의 주인공이었던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메스를 들이댔다. 참여정부 복지부장관 출신인 유 작가의 얼굴에는 살짝 분노와 흥분이 섞여 있었다. 한 마디로, 그의 관전평은 '순 거짓말'이었다는 것이다.

"국민이 조윤선 장관이 7차 국조특위 청문회에서 발언하는 장면을 보면 장관이라는 직책에 대해서 굉장히 오해할 것 같다. 놀고먹는 자리 비슷하게. 왜 그러냐 하면 장관 부임 직후에 문체부 고위 공무원들한테 이 리스트에 대해서 보고를 받았다는 거 아니에요. 그리고 지난가을 국정감사 때 리스트 공세를 하고 일부 언론에서 명단을 보도한 후에는 또 대책회의를 했다는 거예요.

그런데도 자기는 본 적도 없고 들은 적도 없다고 얘기했어요. 순 거짓말인데. 국정감사에 '생난리'가 났는데, 그거 끝나고 부처에 들어와서 공무원들하고 대책회의도 안 했다는 건, 이건 놀고먹었다는 얘기잖아요. 인제 와서 얘기하는 건데, 그것도 지난주 보고받아서 알았대요. 말이 되는 얘기를 해야지."

유시민 작가가 조윤선 장관에게 분노한 이유

 "잘못한 게 없으면 왜 돈으로 때워? 10억 엔이 큰돈도 아니지만, 10억 엔을 냈으면 잘못했다는 사과가 따라서 와야지. 뭐 이런 경우가 다 있어요?"

"잘못한 게 없으면 왜 돈으로 때워? 10억 엔이 큰돈도 아니지만, 10억 엔을 냈으면 잘못했다는 사과가 따라서 와야지. 뭐 이런 경우가 다 있어요?" ⓒ JTBC


전반부가 '거짓말 감별사'로서 활약이었다면, 중후반부엔 신뢰할 수밖에 없는 '정리의 달인'으로의 '인물평'이 돋보였다. 진행자 김구라가 "허태열 비서실장 있을 때는 청와대가 어떻게 돌아갔느냐"고 묻자 유 작가는 '썰'을 풀기 시작했다. "대통령이 본인 얼굴 다듬는 거 외에 한 게 뭐 있는지"라던 전원책 변호사와 '쿵짝'을 맞춘 듯한 평가였다.

"그때는 (정보가) 안 돌아갔지. 우리는 일종의 분권형 대통령제를 경험한 거예요. 변태적인, 변칙적인 분권형 대통령제인데, 대통령은 주로 무슨 일을 하느냐면 수석비서관회의라든가 국무회의에 가서 국회 욕하고 정치인 야단치는 걸 주 업무로 하고, 의전 좀 하고. 그다음에 머리 만지고 피부 다듬고 이런 대통령 주변 건 최순실이 결정해서 다 하는 거고, 거기서 약간 떨어진 행정부처 운영부터 관리는 김기춘 비서실장이 다 하고."

'변태적인, 변칙적인 분권형 대통령제'. 듣는 이에 따라 치욕적으로 들릴 수 있지만, 국민들은 지금 그런 시대를 감내하고 있다. 유 작가의 '박근혜 정권' 4년의 정리에 수긍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리라. 이후 '의전'에 집착하는 황교안 총리에 대해서도 유 작가는 "원래 국무총리가 하던 일을 제대로 수행"하라며 "고개 좀 빳빳이 들고 다니지 말라"고 일갈했다. 하지만 그가 대권에 도전하리라는 일각의 예상에 대해서는 단호했다.

"저는 (대통령 선거에) 나올 생각이 없다고 봐요. 왜냐하면, 대통령 선거에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하면 지금처럼 할 수가 없어요. 명패에 (권한대행) 이름 안 넣고 몸을 낮추고 그렇게 겸손하게 처신하면 저 사람 그동안 박근혜 대통령 밑에 있을 때 그냥 의전 총리인 줄 알았는데 국가 운영하는 사람으로서 괜찮네, 인품도 그렇고 덕성도 있고 겸손하고 황교안 좋아, 이렇게 만들어야 할 거 아니에요, 출마하려면. 근데 저렇게 어깨에 깁스를 하고 뻣뻣하게 명함이나 파고 다니면 누가 좋아하겠어요."

더욱이 유 작가는 일본 정부에 대해서도 '거짓말 감별사'를 넘어 속 시원히 할 말을 했다. 박근혜 대통령에 이어 황교안 국무총리의 대행 체제에 대해서도 끊이지 않는 한·중·일 외교 마찰에 대한 주제에 관해서였다. 사드 문제에 대해서 "중국으로서는 최대한 자기들이 할 수 있는 만큼 (보복 조치가) 나올 수밖에 없어요"라던 유 작가는 '부산 소녀상' 문제를 걸고넘어진 일본 정부에 대해서도 직격탄을 날렸다.

"그런데 한국을 뭐로 보는 거야, 도대체? 자기네가 이 문제에 관해서 정부 당국자끼리 12.18 한일 위안부 합의를 했다고 해서 온 국민이 따라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건가, 이 사람들이? 지금 태도가 보면 '너네 10억 엔 받아 놓고 왜 그래? 그랬으면 정부가 책임지고 (소녀상 설치) 못하게 해야지?', 이따위 식으로 한국 사회를 보고 있는 거 아니에요. 즈그들(?)이 잘못한 게 없으면 왜 돈으로 때워? 10억 엔이 큰돈도 아니지만, 10억 엔을 냈으면 잘못했다는 사과가 따라서 와야지. 뭐 이런 경우가 다 있어요?"

하위 주자들에게도 어김없이 메스 들이댄 '그자가 알고 싶다'

 12일 방송된 jtbc <썰전>의 한 장면. 지난주에 이어 대권 잠룡들을 분석하는 '그자가 알고 싶다'이 이어졌다.

12일 방송된 jtbc <썰전>의 한 장면. 지난주에 이어 대권 잠룡들을 분석하는 '그자가 알고 싶다'이 이어졌다. ⓒ JTBC


"원래 지지율 낮은 사람이 뜨려면 센 사람을 쳐야 한다."
"원래 약한 주자들은 연대하는 거예요."

'원래'란 말이 위험하긴 하지만, '원래' 정치판에서 통용되는 법칙은 공고한 법이다. 지난주에 이어 '그자가 알고 싶다'라는 대선주자 평가를 이어간 <썰전>은 이날 지지율 하위권 주자들을 평가했다. 안희정 충남도지사와 박원순 서울시장,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 등을 평가하면서 유 작가는 위와 같은 '보편적 법칙'을 인용할 수밖에 없어 보였다.

안 지사와 박 시장 모두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나 문재인 전 대표를 타깃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썰전>에서도 이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유 작가가 '원래'란 표현과 정치판 법칙을 사용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탄핵이 인용되면 한 달 안에 후보를 뽑아야 하니까요, 모두 다 발걸음이 빨라지는 거고, 지금은 안 지사도 마음이 바빠요. 그래서 그동안에 충청도에서 할아버지 할머니들하고 아주 예의 바르게 해서 '우리 희정이'란 소리도 들었어요. 그런데 중앙 정치 무대에서는 뭐야 착하기는 한데 한칼이 없잖아, 이재명은 뜨는데 왜 안 떠? 어딘가 한칼을 휘둘러야 하는데 손학규 전 대표에게 한칼을 휘두른 거예요....

반기문 총장에 대해서도 이명박 대통령 눈치 보느라고 노무현 대통령 조문도 안 한 사람이 무슨 정치 하느냐고, 정치판 기웃거리지 말라고. 급기야 문재인 전 대표에게도 권력 잡을 생각만 하지 정당을 어떻게 발전시켜야 하는지 고민이 없는 거 아니냐고 전선을 확대하는 거예요. 대통령 선거가 급박하게 돌아간다고 가정했을 때 쓰는 방법이에요. 근데 성공할 수 있을까…?"

 정치 현역에서 물러난 유시민. 그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날카로운 분석력을 뽐냈다.

정치 현역에서 물러난 유시민. 그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날카로운 분석력을 뽐냈다. ⓒ JTBC


안 지사에 이어 도마 위에 오른 박 시장에 대해서, 유 작가는 꽤 안타까운 심정을 표현했다. 아이디어도 많고, 포지티브에 능한 인물이 '문재인 때리기'에 돌입한 것에 대한 평가에서 그랬다. 최근 '촛불공동선거'론까지 들고나온 박 시장에 대한 뼈아프지만 날카로운 분석이 아닐 수 없었다.

"박원순 시장이 최근에 문재인씨를 확 치고 나왔죠. 문재인씨가 적폐청산, 국가 대개조 이런 얘기 하니까 당신 청산대상이지 주체가 아니라고. 이것도 역시 박 시장이 포지티브하고 긍정적인 면에서 자기의 장점을 계속 얘기해 왔어요. 아이디어가 많고 시민운동 경험도 풍부하고 꼼꼼하게 챙겼고 해 왔는데 그걸로 끝인 거예요. 지지율이 안 올라가는 거예요.

그래서 역시 무슨 과목이든 정석이 있잖아요. 정규 문법으로 오는 거예요. 앞서가는 사람을 쳐야 한다. 이게 일종의 불문율이에요. ...얌전하게 앉아서 그렇게 하고 있으면 주의를 못 끈다. 그래서 박 시장도 그 문법을 쓰기 시작했구나."

이재명 성남시장과 박원순 서울시장의 연대론에 대해서도 "연대해봐야 소용없어요, 캐릭터가 워낙 달라서"라고 평한 유시민 작가에 이어 전원책 변호사 역시 "둘 다 마이너스"라고 맞장구쳤다. 하지만 막바지, 둘의 의견이 명확히 갈린 지점은 유승민 의원에 대한 평가였다. 유시민 작가가 마지막으로 독설을 날린 대목이기도 했다. 최근 대권 출마 선언을 예고한 유승민 의원이 얼마 전 '송민순 회고록'을 언급하며 문재인 전 대표의 안보관을 운운했던 데 대한 일침이었다.

"그거 따지는 거 좋은데요, 솔직히 유승민 의원이 이거 따지려면 국가 안위를 논하는 건 좋은데, 진보 보수를 막론하고 지켜야 할 선이 있는 거예요. 지금 이거 문제 삼는 것도 그 선을 넘어서 문제 삼는 거잖아요. 일관성 있게 하려면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갖다가 유세장에서 읽어 버린 김무성씨하고 손부터 끊어야 해요. 그러고 얘기하면 내가 믿어 줄게요."

다소 소강상태인 '촛불광장'과 시국을 반영하듯, 이날 <썰전>의 시청률도 7%대로 하락했다. 하지만, 변함없이 유 작가와 그의 파트너 전 변호사, 그리고 <썰전>은 한 주간의 주요 이슈를 정리하며 납득할 만한 '정리'와 '말말말'을 내놓고 있었다. 특히나 '거짓말 감별사'와 '정리의 달인'으로서 유 작가의 '말말말'은 여전히 유효했다.

유시민 썰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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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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