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3회 대종상영화제' 김환희, "뭣이 중헌디!" 배우 김환희가  27일 오후 서울 군자동 세종대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3회 대종상영화제> 포토월에서 영화 '곡성'의 한 대사를 재연하고 있다.

▲ '제53회 대종상영화제' 김환희, "뭣이 중헌디!" 배우 김환희가 27일 오후 서울 군자동 세종대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3회 대종상영화제> 포토월에서 영화 '곡성'의 한 대사를 재연하고 있다. ⓒ 이정민


"상을 잘 전달해 주겠다."

27일 저녁 서울 세종대 컨벤션홀에서 열린 53회 대종상영화제에서 가장 많이 나온 수상소감이다. 같은 수상소감이 이어질 때마다 실소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주요 수상자들이 대거 불참하면서 대리 수상이 이어진 것이 원인이었다.

신인여자배우상을 받은 김환희는 대리수상자로 3번이나 무대에 서는 촌극이 빚어졌다. 편집상 수상자를 발표할 때 나가는 사람이 없자 행사 관계자가 김환희에게 다가가 부탁을 했고, 김환희는 이후에도 몇 차례 더 무대 위로 올라서야 했다. 애써 웃고 있었지만 아역배우 김환희의 모습이 애처로울 정도였다.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이병헌은 20년 전 신인상을 수상할 당시를 떠올리며 답답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대종상이 그동안 말이 많았고 문제가 많았는데, 여전히 해결이 안 돼 민망하다"며 "모두가 한마음이 돼서 현명한 해결책을 고민해야 변화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산만했던 시상식, 수상자도 출석상 받은 모양새

'제53회 대종상영화제' 배우들 대거 불참 배우 이병헌을 제외한 각 부문 후보들이 대거 불참한채 27일 오후 서울 군자동 세종대 컨벤션센터에서 <제53회 대종상영화제>가 열렸다.

▲ '제53회 대종상영화제' 배우들 대거 불참 배우 이병헌을 제외한 각 부문 후보들이 대거 불참한채 27일 오후 서울 군자동 세종대 컨벤션센터에서 <제53회 대종상영화제>가 열렸다. ⓒ 이정민


행사장은 산만했고, 수상자 발표 전 긴장감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3시간 동안 진행된 시상식은 지나치게 늘어져 있었고, 집중도도 떨어졌다. 축하를 받아야 하는 수상자들은 다른 후보자들이 대부분이 불참한 상태에서 혼자 참석해 출석상을 받은 모양새가 됐다.

시간이 흐르면서 초청받은 사람들 상당수가 자리를 떠서 썰렁한 기운마저 감돌았다. 영화인총연합회의 한 관계자는 이런 분위기가 멋쩍은 듯 "초대받아 자리에 앉아 있는 분들이 상당히 곤혹스러울 것 같다"고 말했다.

예고된 파행이었다. 반성은 없고 변명만 있을 뿐이었다. 파행의 책임이 있는 사람들이 무책임한 행동을 일삼으며 나락으로 떨어진 대종상은 해마다 망신의 크기를 더하고 있었다. 개혁이나 쇄신은 없고, 기득권 유지만을 하려는 데 따른 필연적 결과였다. 수상 자체가 의미나 보람이 아닌 부끄러움과 수치가 되고 있는 현실에서 상의 질적 저하에 대해 책임감은 없이 핑계만 대고 있었다. 이런 영화상이 계속 존재해야하는지 의문이 들 정도였다.

'제53회 대종상영화제' 이병헌-이엘, 모히또가서 몰디브 한잔할까! 배우 이병헌과 이엘이 27일 오후 서울 군자동 세종대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3회 대종상영화제> 포토월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제53회 대종상영화제' 이병헌-이엘, 모히또가서 몰디브 한잔할까! 배우 이병헌과 이엘이 27일 오후 서울 군자동 세종대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3회 대종상영화제> 포토월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총 출품작 수 29편은 대종상의 현실을 나타내주는 수치다. <내부자들>과 <곡성>이 주요 상을 휩쓸었으나 올해 개봉한 한국영화가 100편을 훌쩍 넘는 가운데, 대종상에 관심을 보인 영화는 4분의 1이 채 안 됐다. 작품성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영화들 대다수가 대종상은 일부러 외면했다. 대종상이 심사의 공정성을 강조했으나 상당수 작품이 외면한 상태에서 후보가 된 일부 작품들은 비웃음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올해 국내 영화상에서 다수의 상을 수상한 작품의 감독은 "그런 영화상에 관심 두기도 싫다"며, 출품 거부 이유를 밝혔다. 국내외 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으며 주목받고 있는 또 다른 감독 역시 "상 같지도 않은 것에 내 영화를 출품하는 것 자체가 시간낭비로 생각됐다"며 불신을 나타냈다.

80세가 넘은 원로영화인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것도 구설에 올랐다. 충무로의 한 관계자는 "영화인총연합회 이사장조차 만류하는 뜻을 전했지만 영화계 선배가 되는 분이고 큰소리치며 반발하니 어쩔 수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반성 없는 영화인총연합회

'제53회 대종상영화제' 배우들 대거 불참 배우 이병헌을 제외한 각 부문 후보들이 대거 불참한채 27일 오후 서울 군자동 세종대 컨벤션센터에서 <제53회 대종상영화제>가 열렸다.

▲ '제53회 대종상영화제' 배우들 대거 불참 배우 이병헌을 제외한 각 부문 후보들이 대거 불참한채 27일 오후 서울 군자동 세종대 컨벤션센터에서 <제53회 대종상영화제>가 열렸다. ⓒ 이정민


대종상을 주관하는 영화인총연합회의 무책임하고 사실과 다른 입장 또한 상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고 있다. 올해 행사를 앞두고 영화인총연합회는 "이번 대종상은 영화계 외부 인사 중심으로 진행되었던 수년간의 행사와는 달리 다시 영화인들이 중심이 되어 치러지는 행사"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속적인 정부 지원금의 삭감으로 외부인사의 후원이 중요해졌다. 수년간 수반되어온 외부인사의 영입은 긍정적인 면도 있었지만 대종상이 국민과 언론으로부터 질타 받는 요인을 제공한 측면도 상당한 것이 사실이다"며 "대종상영화제를 주최하는 영화인총연합회 회원인 영화인들과 외부에서 영입한 사업가와의 기본적 사고 차이로 발생한 양자 간의 분쟁이 있다"고 밝혔다.

마치 외부인사에 책임을 돌리려는 뜻으로 읽힌다. 그렇다면 대종상 측의 이런 주장은 사실일까? 그렇지 않은 부분이 더 많다. 대종상이 질타를 받는 데는 외부인사보다는 영화상을 이권으로 생각하고 사유물처럼 생각하는 일부 영화인들의 오만이 더 크다는 지적이다. 

대종상은 지난해 행사를 앞두고 김구회 조직위원장이 행사 운영에 문제제기를 하고 손을 떼겠다는 의사를 밝히자 긴급히 이를 설득하는 과정에서 행사 개최를 3일 앞두고 앞으로 5년 간 행사 진행을 보장하겠다는 협약서를 썼다. 당시 영화인총연합회 대표와 8개 단체 중 5개 단체의 대표자가 이를 인정한다며 도장을 찍었다. 이 덕분에 공중파 방송사의 중계료가 입금되면서 행사가 간신히 진행될 수 있었다.

하지만 올해 들어 대종상 측은 "협약서가 이사회 승인을 받지 못했다"며 이를 무효화했다. 산하단체에는 조직위원장의 준비에 협조하지 말라는 공문을 보냈다. 이에 김구회 조직위원장은 법원에 소송을 제기해 행사 주도권이 조직위원장에게 있으니 영화인총연합회는 방해하지 말라는 가처분 신청을 이끌어 냈다.

그러나 영화인총연합회는 이마저도 무시했다. 법원의 가처분 판결문에는 나와 있지도 않은 "양측이 협력해서 하라고 했다"는 식의 주장을 폈다. 그러면서 김구회 조직위원장에게는 계속 행사 진행 비용 지원을 요청했다. 하지만 올해 대종상에 관여하지 않은 김구회 조직위원장은 영화인총연합회의 요청을 거부하고 본안 소송과 함께 손해배상을 같이 청구한 상태다. 대종상이 아무리 변화나 심사의 공정성을 강조해도 와 닿지 않는 이유다.

대종상이 안타까웠던 배우 이병헌은 수상 소감 마지막 부분에서 "선배들이 큰 뜻으로 이 영화제를 만들었을 것이니 이제 후배들이 더 고민하고 노력해 지켜야 할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좋은 표현으로 에둘러 말했지만 영화인총연합회는 사실상 손을 떼라는 의미였다. 하지만 이를 제대로 알아들은 행사 관계자는 없는 듯했다. 비웃음거리로 전락한 대종상의 현실이었다.

대종상 영화인총연합회 김구회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