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A에서 27일 첫선을 보인 시사예능 '외부자들'. 모인 멤버들에 비해 다소 기대에 미치지 못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몇가지 주제에 포커스를 맞춘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채널A에서 27일 첫선을 보인 시사예능 '외부자들'. 모인 멤버들에 비해 다소 기대에 미치지 못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몇가지 주제에 포커스를 맞춘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 채널A


채널 A에서 야심차게 준비한 시사예능 프로그램 <외부자들>이 27일 밤 11시에 첫선을 보였다. 방송이 끝난 후 나온 한 누리꾼의 한줄 논평이 이날 방송을 잘 평가한 것 같다. "강적들보다 재미있고, 썰전보다 재미없다"는 것이다.

<외부자들>은 개그맨 남희석이 MC를 맡고, 정봉주 전 의원, 진중권 동양대 교수, 안형환 전 의원, 전여옥 전 의원 등 소위 좌파와 우파를 대변하는 출연진이 나온다. '밖에서 바라보는 날카로운 시선'을 기치로 현재 혼돈의 정국을 묵직한 입담과 날 서린 풍자를 통해 시청자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줄 것이라고 선전했다.

이명박과 박근혜 저격수, 정봉주와 전여옥

이명박 전 대통령을 정조준한 'BBK 주가조작 사건' 의혹 제기로 구속까지 되었던 정봉주 전 국회의원. 그는 '우꾸라지'라는 별명을 얻은 우병우 전 민정수석에게 최초로 현상금을 내걸었다. 시민들도 이에 호응하여 우병우에 대한 현상금 클라우드 펀딩에 참여했다. 여기에 안민석 더민주 의원, 김성태 개혁보수신당(가칭) 의원 등도 보태 총 2100여만 원이 넘었다. 동행명령장 발부까지 되었음에도 청문회 출석을 이리저리 피하다니던 우병우는 결국 22일 5차 청문회에 출석했다.

27일 <외부자들>에 출연한 정봉주는 세간에 화제가 된 이 '우병우 현상금'에 대한 비하인드를 털어놨다. 정봉주는 "출석요구서는 본인이 아닌 가족이나 동거인도 받을 수 있는데 이를 잘 아는 우병우가 가족들을 데리고 잠적했다(튀었다)"면서 "K대에 16학번인 우병우의 딸도 기말고사도 못보고 튀었다"고 말했다. 그는 "짜장면을 먹다가 딱 현상금이 떠올랐다"면서, "아내가 2백만 원 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짜장면을 먹다가 우병우 현상금 아이디어가 떠올랐다는 정봉주. 안민석 의원과 김성태 의원이 수백만원의 현상금을 보태고 수백명의 시민들도 십시일반하며 현상금은 2100여만 원까지 오르게 된다.

짜장면을 먹다가 우병우 현상금 아이디어가 떠올랐다는 정봉주. 안민석 의원과 김성태 의원이 수백만원의 현상금을 보태고 수백명의 시민들도 십시일반하며 현상금은 2100여만 원까지 오르게 된다. ⓒ 채널A


그리고 12월 13일, 방송에서 우연히 만난 안민석 의원이 이 이야기를 듣고 곧바로 500만 원을 내겠다고 했다면서, 정봉주도 현상금을 200만 원에서 500만 원으로 올리게 됐다고 말했다. 이렇게 우병우 현상금은 1000만 원까지 오르게 된다. 정봉주는 자신의 트위터에 현상금 계좌를 공개했고, 우병우 현상수배 4시간만에 385명의 시민이 830만원을 입금했다고 밝혔다. 정봉주는 정의구현을 바라는 시민의 자발적인 모금이라 더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우병우는 22일 5차 청문회에 모습을 드러낸다. 남희석이 우병우가 명예훼손으로 고발하면 어떡하냐고 묻자 정봉주는 "석양에 지는 태양이 뜨거우면 얼마나 뜨겁겠냐?"며 날을 세웠다.  

박근혜 '복심','무수리'로 불리던 전여옥. 그는 "박근혜는 베이비토크"라는 독설과 박근혜를 정면으로 비판한 <오만과 무능>을 출간하는 등 박근혜 저격수로 변모했다. <외부자들>에서 전여옥은 "박근혜가 피눈물 난다고 말한 것은 지지자들(친박단체)에 행동하라는 메세지를 보낸 것"이라면서, 실제 박사모 등이 행동에 나섰다고 말했다. 박근혜가 요즘 이른바 올림머리와 전투복(박근혜가 중대결단을 내릴 때 입는 남색재킷 바지정장)하고 있다면서, "특검대비, 헌재와 법리싸움에 단단히 마음을 먹은 상태"라고 말했다.

 외부자들 첫회에서 전여옥은 최순실과의 첫대면을 기억하면서 박근혜와 최순실이 심상치 않은 관계임을 직감했다고 밝혔다. 전여옥은 박근혜의 '피눈물' 발언이 박근혜의 지지자들에게 내린 지시로 실제 친박단체들이 행동에 들어갔음을 이야기했다.

외부자들 첫회에서 전여옥은 최순실과의 첫대면을 기억하면서 박근혜와 최순실이 심상치 않은 관계임을 직감했다고 밝혔다. 전여옥은 박근혜의 '피눈물' 발언이 박근혜의 지지자들에게 내린 지시로 실제 친박단체들이 행동에 들어갔음을 이야기했다. ⓒ 채널A


또, 전여옥은 박근혜와 최순실에 대한 비하인드를 털어놨다. 전여옥이 95~96년경 대구방송에서 토크쇼를 할 때 야인시절 박근혜가 초대손님으로 나온 적이 있다고 했다. 그때 박근혜와 같이 최순실과 최순득 자매가 왔다는 것이다.

전여옥은 한정식집에서 최순실의 교양없는 모습을 목도했다고 말한다. 식사를 하던 중 최순실이 대구방송 임원에게 무례한 말투로 젓가락으로 반찬을 가리키면서 "거기있는 거 이리 줘 봐요"라고 했다는 것이다. 최순실은 반찬을 받고는 바로 박근혜에 앞에 놓았다고 한다. 전여옥은 이때 박근혜와 최순실이 심상치 않은 밀접한 관계임을 직감했다고 한다. 전여옥은 "박근혜의 표정이 마치 유치원 아이들이 선생님이 과자(붕어빵)을 줬을 때 짓는 해맑은 웃음이었다"고 했다.      

외부자들이 평가한 최순실은?

최순실 청문회이지만 청문회에는 최순실이 나오지 않았다. 26일 특조위원들이 최순실이 수감된 구치소로 직접 찾아가 감방신문을 했지만 비공개로 진행되어, 청문회의 취지중 하나인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이번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를 일으킨 주범중 한 명인 최순실에 대해 <외부자들>은 각각 다음과 같이 평가했다.

정봉주는 청문회에서 공개된 최순실의 육성이 담담했다면서 남다른 내공을 확인했다고 했다. 안형환도 "최순실이 보통사람은 아니다"라며 최순실은 아버지 최태민이 점찍은 후계자로, 최태민의 사업 마인드를 물려 받았다고 평가했다. 진중권은 "녹취와 태블릿 PC 등 최순실의 국정농단에 대한 물증들이 세상에 드러났음에도 시종일관 태블릿 PC가 자기 것이 아니라고 부정하고 있다"면서, 검찰에서 최순실이 어떻게 수사를 받고 있는지 환히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순실의 지시에 따라 증거인멸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기문의 출마 가능성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대선 출마 가능성에 대해서는 이구동성으로 출마를 확신했다. 전여옥은 "반기문이 충청도라는 지역적 배경에서 오는 파괴력이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전제했다. 그러나 이어 "반기문이 진흙탕을 구를 수 있을 것인지, 대선은 엄청난 자금과 인력이 필요한데 반기문이 대권주자로서의 스타성이 있는가?"라는 의문도 제기했다. 그는 반기문이 새누리당 또는 제3지대로 갈 것이라고 예측했다.

진중권은 10년 전 자신이 진행하던 시사프로그램에 출연했던 반기문 이야기를 들려줬다.  그는 "반기문이 노무현 대통령이 자신의 UN 사무총장 당선을 위해 적극 밀어주기로 했다고 말했다"면서, 노무현 대통령이 반기문의 당선을 위해 일정에도 없던 아프리카 등 해외를 직접 방문했다고 언급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당시, 반기문은 조문도 안 하고 추모영상 촬영마저 거부했다. 진중권은 이런 점을 들어 반기문이 민주당은 절대 가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리고 반기문이 잡고 있던 박근혜 동아줄이 이번 게이트가 터지면서 망가져서 새누리당으로도 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채널A '외부자들'의 출연자들은 반기문이 출마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채널A '외부자들'의 출연자들은 반기문이 출마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 채널A


정봉주는 반기문에 대해 "명백하게 제3지대를 택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새누리당으로 들어가는 순간 박근혜가 지닌 부정적 요소를 부담할 것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대신 반기문이 새누리당을 탈당해 신당을 만든 유승민 등과 접촉하고 손학규와 국민의당 일부와 함께 제3지대를 규합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정봉주는 3월 안에 헌재에서 탄핵심판 인용 결정이 나면 반기문이 출마하지 않을 가능성도 크다고 했다. 전여옥은 "반기문의 권력 욕심이 박근혜 못지 않다"고 반박했다. 

외부자들, 멤버에 비해 파괴력 아쉬워

첫회라서 그럴까? <외부자들>은 산만했다. 현안을 파고드는 날카로운 분석과 전망 등은 찾기 힘들었다. 특검 윤석열 수사팀장에 대해 이야기하고, 헌재 재판관들의 성향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새누리당 분당사태를 짚고, 박근혜의 정치인으로서의 자격을 살피는 등 너무 많은 부분을 보여주려고 하면서 전체적으로 어수선했다.

또한 신변잡기적 이야기도 현 정국과는 거리가 다소 멀었다. 무수리라는 비아냥을 들었던 전여옥이 박근혜의 비닐 우비 모자를 씌운 사건의 경우, 이미 많은 곳에서 다뤄졌던 닳고 닳은 이야기다. 

<썰전>이라면 변호사 전원책이 뇌물죄의 성립과 처벌, 그리고 적용에 대해 설명을 하고, 과연 박근혜에게 적용이 가능할 것인지에 대해 좀 더 논의했을 것이다. 헌재가 다루는 박근혜 탄핵의 경우도 법률 문제인 만큼 전문 법률가가 한 명 정도는 포함되었으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MC 남희석의 역할도 아쉽다. <썰전>에서 김구라의 경우, 양측 출연자들을 중재하고 시청자들이 알기 쉽게 내용을 요약한다. 그리고 김구라 자신이 시청자의 입장에서 궁금한 사항들을 물어보면서 집중도를 높인다. 그에 비해 <외부자들>에서 남희석의 역할은 잘 보이지 않았다.

'모두까기의 대가'라고 소개된 진중권의 역할도 미미했다. 누리꾼들은 방송이 나간 후 "SNS에서는 신랄하게 잘만 하더니, 방송에서는 그렇지 못하다"라고 평가했다. 진중권의 모습을 기대하는 시청자들이 많은 만큼, 진중권은 보다 철저한 준비로 외부자들에 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외부자들> 첫회 방송은 3.7%를 기록, 종편 동시간대 1위를 기록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최주호 시민기자의 오마이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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