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마크를 단 추신수(텍사스 레인저스)의 모습은 과연 다시 볼 수 있을까.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는 추신수가 내년 열리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출전을 놓고 딜레마에 빠졌다.

추신수는 내년 3월에 열리는 WBC 대한민국 국가대표팀 엔트리에 포함됐다. 내년이면 어느덧 35세가 되는 추신수에게는 어쩌면 마지막 국가대항전이 될 가능성이 높다. 경험 많은 베테랑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김인식 감독은 추신수의 합류를 간절히 원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추신수의 소속팀인 텍사스 레인저스 구단의 입장이다.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시즌 개막을 앞두고 스프링캠프 기간에 개최되는 WBC에 소속 선수들이 차출되는 데 부정적이다. 텍사스 역시  올해 잦은 부상으로 신음한 추신수가 대회에 출전하는 것이 달갑지않다.

대표팀이냐 소속팀이냐... 난감한 상황인 추신수

 5경기 연속 안타 및 출루 중인 추신수  (출처: 텍사스 구단  SNS)

텍사스 레인저스 소속 추신수 (출처: 텍사스 구단 SNS) ⓒ 텍사스 레인저스


현지 언론에서는 텍사스가 추신수외에도 소속 국가의 대표로 WBC 출전 가능성이 유려한 다르빗슈 유(일본)나 엘비스 앤드루스(베네수엘라)의 대회 불참 요청서를 메이저리그 사무국에 제출할 것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KBO로서도 구단이 끝까지 추신수의 WBC 출전을 반대한다면 사실상 강제할 수단이 없다.

추신수로서는 대표팀과 소속 구단 사이에서 난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팬들은 내심 추신수가 WBC 출전여부에 대해 본인의 의지를 스스로 명확하게 밝혀주기를 내심 희망하지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추신수로서는 태극마크와 텍사스 모두에게 '갚아야 할 빚'이 있는 상황이나 마찬가지기에 어느 쪽을 향해서도 쉽게 목소리를 내기가 어렵다.

추신수는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 참가하여 금메달을 목에 걸며 병역혜택을 받았다. 추신수가 이후 FA 대박을 터뜨리며 고액 연봉을 받는 메이저리거로 올라설 수 있었던 데는 대표팀 성적이 결정적이었다. 만일 아시안게안 금메달이 없었다면 추신수는 병역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메이저리그 도전을 중단하고 국내로 돌아오거나, 아니면 미국에서 선수생활을 지속하기 위하여 국적을 포기하고 시민권이나 영주권을 취득하는 방법밖에 없었다.

하지만 추신수는 병역문제를 해결하고 난 이후에는 더 이상 대표팀에 기여하지 않았다. 2013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 2015 프리미어 12 등에 추신수는 모두 불참했다. 일부 팬들은 '화장실 들어갈 때 다르고 나올 때 다르다'며 추신수를 비판하기도 했다. 심지어 병역혜택을 받은 이듬해에는 시즌 중 음주운전 파문에 휩쓸리며 많은 팬들에게 실망을 안기기도 했다. 2015년에는 KBO가 병역 혜택을 받은 선수에 대해 5년간 대표팀 차출을 강제한다는 규정이 도입되며 추신수의 사례를 염두에 두고 만든 것이 아니냐는 소문이 퍼져 '추신수법'이라는 이름이 붙기도 했다.

추신수는 이후 언론매체에 기고한 글을 통하여 자신이 대표팀 발탁을 고의로 기피한 일이 없다고 해명했다. 당시는 개인사정이나 구단의 방침상 어쩔 수 없었고 오히려 대표팀에서 다시 불러준다면 언제든 뛸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번 WBC는 추신수-정근우(한화)-이대호(전 시애틀) 등 한국야구의 황금세대로 불리우는 82년생 동갑내기 친구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될 전망이다. 추신수로서도 이번 WBC를 통해 유종의 미를 거둔다면 아시안게임 이후 따라붙던 국가대표 먹튀 논란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을 뿐 아니라 고국의 팬들 앞에서 태극마크를 달고 명예로운 마무리도 가능하다.

잦은 부상, 예전 같지 않은 추신수의 입지

하지만 추신수는 자신의 몸값을 지불하는 텍사스 구단에 대한 책임감도 클 수밖에 없다. 추신수는 2014년 7년 총액 1억3000만 달러에 사인하고 텍사스 유니폼을 입었지만, 부상 때문에 실질적으로 활약한 건 2015년뿐이다. 특히 2016시즌에는 부상자명단(DL)에 4번이나 올라가면서 힘겨운 시즌을 보냈고, 정규시즌에서 고작 48경기 출전에 그쳤다.

텍사스는 최근 2년 연속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우승을 차지했지만, 연거푸 디비전시리즈에서 고배를 마셨다. 내년에 텍사스가 월드시리즈 우승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고액 연봉자이자 베테랑인 추신수의 활약이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지난 3년간 잦은 부상과 기복심한 행보로 인하여 추신수를 바라보는 지역 언론의 시선은 싸늘하다.

추신수는 아직도 텍사스와 계약기간이 한참 남아있지만 현지 언론은 많은 나이와 잦은 부상 때문에 앞으로도 추신수가 몸값을 맞는 활약을 꾸준히 보여줄 가능성을 낮게보고 있다. 지나치게 높은 몸값 때문에 현실적으로 트레이드도 어려운 애물단지 취급을 받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서 텍사스 구단에는 하나도 도움될 것이 없는 비시즌 국가대항전 출전을 고집하기도 어려울 뿐더러, 만일 출전했다가 부상이라도 당한다면 추신수에 대한 여론은 더욱 악화될 것이 뻔하다. 추신수로서는 텍사스 구단과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에 따라 눈치를 보고 있을 수밖에 없다. .

이승엽이나 박찬호도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 당시 국가대표팀의 차출 제의를 거절한 적이 있다. 하지만 두 선수를 향한 비판 여론은 거의 없었다. 이승엽은 바로 전해 베이징올림픽에서 한국야구가 금메달을 따는 데 기여했고, 소속팀은 일본 요미우리 자이언츠에서 슬럼프로 어려움을 겪던 시절이었다. 박찬호도 당시 노장의 반열에 접어든 데다 필라델피아로 이적하여 치열한 주전경쟁을 앞둔 상황에서 대표팀 합류가 어려운 분위기였다. 이들은 적어도 대표팀에 그동안 할만큼 했다는 공감대가 컸기에 야구계와 팬들도 그들의 결정을 존중하는 분위기가 강했다.

추신수는 박찬호나 이승엽에 비하면 다소 미묘한 위치에 있다. 냉정히 말해 이번 WBC 대표팀에 참가해도 부담, 참가하지 않더라도 부담을  피할 수 없다. 과연 추신수의 진정한 속마음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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