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은 새로운 시작. 이 말이 가장 와 닿는 이들이 있다면 오디션 스타들 아닐까. 어마어마한 경쟁률을 뚫고 우승 혹은 준우승이란 영광의 결말을 썼지만, 단지 오디션의 끝일 뿐. 진짜 '가수'의 세계로 들어가는 문을 열어야하는 숙제를 안게 된다. 오디션의 성패만큼이나 중요한 건 자신에게 맞는 소속사와 계약하고 정식 가수로서 첫 발을 내딛는 일. 이 첫 단추를 어떻게 꿸 것인가가 미래를 좌우하는 요소가 된다.

이 숙제를 푸는 방식은 가지각색이다. 디지털 싱글앨범부터 정규앨범까지, 솔로 데뷔부터 팀 데뷔까지. 프로그램 종영 후 즉시 앨범을 발매하는 경우부터 1년 이상 준비하여 발매하는 경우까지. 이처럼 다양한 유형이 있지만 대중이 가장 궁금한 건 바로 이것 아닐까? "우승자는 과연 어느 소속사를 선택했을까?"  

안예은, 인디레이블 선택한 이유 

 안예은은 오디션에서 개성 짙은 자작곡들을 선보여 음악성을 인정 받았다.
ⓒ 팬더웨일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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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K팝스타5> 준우승자 안예은. 자작곡으로 천부적인 음악성을 선보인 그는 프로그램이 끝난 후 8개월 만인 지난달, 데뷔앨범 <안예은>을 발매했다. 주제곡 '어쩌다보니'를 비롯해 '달그림자', '전해오는 이야기', '그때', '홍연' 등 9곡 모두를 직접 작사·작곡·편곡했다. 데뷔 가수가 셀프 프로듀싱을 하는 건 쉬운 일도 아니고 흔한 일도 아니지만 개인적 역량과 더불어 소속사의 지원이 이를 가능하게 했다. 안예은의 소속사는 인디레이블 팬더웨일 컴퍼니다.

심사위원 유희열의 소속사인 안테나로 갈 것이란 예측도 있었고, 다른 대형기획사의 러브콜도 있었는데 그는 왜 인디레이블을 선택했을까. 안예은은 지난달 "방송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좋은 성적을 낸 건 분명 저에게 큰 행운이었다"며 "하지만 더 큰 행운은 제가 선택한 방향과 환경에서 저의 음악을 펼칠 수 있게 됐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팬더웨일컴퍼니 김재준 대표는 언니네 이발관 3-4집, 노브레인 1-3집, 모노톤즈의 데뷔 앨범 프로듀싱에 참여한, 인디계에서 잔뼈가 굵은 음악인이다.

지난 12일 오후 팬더웨일컴퍼니는 <오마이스타>와의 통화에서 "안예은의 친구가 우리 회사에 소속돼 있어서 대표님과 미팅이 연결됐다"며 "안예은이 하고 싶은 음악에 대해 대표님의 이해도가 높고 서로 음악에 대한 생각이 잘 맞아서 함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수와 소속사가 충분히 상의한 결과, 음악인으로 첫 발을 내딛는 중요한 데뷔 앨범인 만큼 그의 음악 색깔을 잘 담아낼 수 있는 셀프 프로듀싱 방식을 택했다"고 말했다. 완성도 높은 음악을 손수 만들어내는 안예은에게 대형기획사의 잘 짜인 시스템보다는 스스로 해나갈 수 있게끔 받쳐주는 소속사가 더 적합한 파트너였다.

정승환부터 이하이까지, 소속사와 '케미' 어떻나

유희열, 정승환 너무 예뻐!  SBS 오디션프로그램 출신 가수 정승환이 30일 오전 서울 청담동의 한 공연장에서 열린 데뷔 음반 <목소리> 발매 기념 쇼케이스에서 소속사 대표인 유희열과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정승환의 <목소리>는 '이 바보야'와 '그 겨울'을 더블 타이틀곡로 내세우며 발라드 정공법을 선택한 앨범으로 전자음을 배제한채 어쿠스틱 피아노, 기타, 드럼, 베이스, 스트링의 기본 편성과 정승환의 목소리의 힘으로 사운드를 빚어내고 있다.

▲ 유희열, 정승환 너무 예뻐! SBS 오디션프로그램 출신 가수 정승환이 30일 오전 서울 청담동의 한 공연장에서 열린 데뷔 음반 <목소리> 발매 기념 쇼케이스에서 소속사 대표인 유희열과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정승환의 <목소리>는 '이 바보야'와 '그 겨울'을 더블 타이틀곡로 내세우며 발라드 정공법을 선택한 앨범으로 전자음을 배제한채 어쿠스틱 피아노, 기타, 드럼, 베이스, 스트링의 기본 편성과 정승환의 목소리의 힘으로 사운드를 빚어내고 있다. ⓒ 이정민


<K팝스타4> 준우승자 정승환은 요즘 신곡 '이 바보야'로 음원차트 상위권을 점령 중이다. 그는 지난달 30일 서울 청담동 일지아트홀에서 열린 데뷔앨범 <목소리> 발매 쇼케이스에서 소속사 수장이자 앨범의 총 프로듀서를 맡은 유희열과 함께했다. 유희열은 가요계에 첫 발을 내딛은 정승환에게 선배로서 조언을 건넸다.

"서두르지 않고 자신이 뭘 하고 있는지 알고 있는 가수가 됐으면 좋겠다. 자신의 길을 걸어가면 좋겠다. 저희 안테나가 (금전적으로) 풍족한 회사는 아닌데 자랑스러워할 수 있는 건, 선배들이 긴 시간 동안 행복하게 음악하고 있다는 점이다. 자기 음악 꿋꿋하게 해 나가고 있는 선배들이 있으니까 지금의 성적에 연연하지 말고 음악인으로서 자신의 길을 걸어가면 좋겠다. 음악을 좋아하고, 또 자기를 사랑하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

소울풀한 가창으로 호평 받는 <K팝스타1>의 준우승자 이하이는 YG에 안착해 꾸준히 활동 중이다. 지난 2012년 디지털 싱글 <1.2.3.4>로 데뷔했고, 지난 3월 '한숨'을 발표, 10월에는 SBS 드라마 <달의 연인> OST에 참여하는 등 활발히 노래하고 있다. 같은 프로그램 시즌2의 우승자 악동뮤지션도 YG에서 음악의 꿈을 펼쳐가며 많은 팬층을 확보했다.

<K팝스타> 시즌4 우승자 케이티 김 역시 YG로 갔고 아직 데뷔 전이다. 지난 12일 오후 YG는 <오마이스타>에 "케이티 김은 현재 트레이닝을 받고 있으며 정확한 데뷔날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케이티 김은 지난달 22일 오전 방영된 <K팝스타5 D-Day>에 출연해 "소속사에서 살 빼라고 해서 뺐다"며 10kg 정도 감량한 사실을 밝히기도 했다. 그 외에도 장한나, 방예담 등이 역시 <K팝스타>를 통해 YG에 안착했다.

JYP 박진영의 품으로 간 스타로는 백아연, 박지민, 버나드 박, 제이(박제형) 등이 있다. 안테나 유희열을 선택한 가수는 정승환 외에도 권진아, 샘김, 이진아 등이 있다.

어떤 음악을 할 것인지 먼저 생각해야 

 현재 방영 중인 <K팝스타- 더 라스트 찬스>의 참가자 유지니(위쪽)와 김소희

현재 방영 중인 의 참가자 유지니(위쪽)와 김소희 ⓒ SBS


Mnet <슈퍼스타K> 역시 많은 스타를 배출했다. 지난 2014 <슈퍼스타K6> 우승자 곽진언은 김동률·이적·존박·토마스 쿡 등이 소속된 뮤직팜에 자리잡았다. 2012년 방송된 Mnet <보이스 코리아 시즌1> 우승자 손승연은 박정현이 소속된 캐치팝엔터테인먼트에, 같은 시즌의 준우승자인 유성은은 백지영이 소속된 뮤직웍스에서 가수활동 중이다. 이들이 선택한 소속사의 선배 가수들을 보면 이들이 추구하는 음악색깔과 비슷하다는 인상을 준다. 가수 곽진언은 지난 5월 4일 오후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서 "제가 하고 싶은 음악과 가장 잘 맞는 회사이기 때문에 뮤직팜에 들어오고 싶었고 만족한다"고 말했다. 

대형기획사든 소형기획사든 나름의 장단점이 있다. 대형기획사에 간다고 대형 가수로 성장하는 것도 아니고, 소형기획사에 간다고 해서 자신의 음악색깔을 지켜내고 발전시킬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해 보이는 것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음악이 무엇인지 스스로 알지 못하면 자신에게 맞는 소속사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단 사실. 잘못 끼워진 첫 단추는 앞길을 험난하게 만들곤 한다.   

지난달 20일 첫 방송한 <K팝스타> 시즌6 '더 라스트 찬스'는 제목 그대로 마지막 시즌이다. 오디션 막차를 타고 가수가 될 기회를 잡기 위한 지원자들의 경합이 치열하다. 각 회사 연습생을 비롯해 전보다 다양한 출연자들이 실력을 뽐내며 눈길을 사로잡는데 그 중 연습생 김소희, 이미 가수로 데뷔한 전민주, 지난 시즌 출연자 유제이의 동생 유지니, SBS <판타스틱 듀오>에서 이문세와 듀엣무대를 꾸민 중학생 김윤희 등 실력파 참가자들의 행보에 궁금증이 더해지고 있다.

지난 9일 오후 서울 상암동 CJ E&M에서 <슈퍼스타K 2016>의 우승자 김영근과 준우승자 이지은의 인터뷰 자리가 있었다. 이지은은 소속사 선택에 관한 질문에 "가고 싶은 기획사는 너무 많지만 기획사의 이름보다는 저를 잘 파악해주시고 제 음악을 좋아해주시는 곳과 함께 하고 싶다"는 소신을 드러냈다. 이 말이 정답이 아닐까 싶다. 소속사의 이름보다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미래의 우승자들이 풀어야 할 숙제다.

슈퍼스타K 2016, 긴장되는 TOP7의 이지은 22일 오전 서울 신사동 MCUBE에서 열린 Mnet <슈퍼스타K 2016> TOP7 기자간담회에서 TOP7의 이지은이 입장하고 있다.
5월 첫 예선을 시작한 <슈퍼스타K 2016>은 1라운드 '20초 타임 배틀'. 2라운드 '지목 배틀', 3라운드 '2 VS 2 배틀', 4라운드 '파이널 더블 매치' 2인 미션과 솔로곡 미션, TOP10전 등을 거쳐 결정된 TOP7과 심사위원이 일대일로 매칭(거미-이지은, 길-김영근, 김범수-동우석, 김연우-조민욱, 용감한 형제-코로나, 에일리-박혜원, 한성호 대표-이세라)된 첫 생방송 '심사위원 프로듀싱 미션' 등 3번의 생방송 무대를 거쳐 12월 8일 최종 '수퍼스타K'가 선발될 예정이다.

지난달 22일 오전 서울 신사동 MCUBE에서 열린 Mnet <슈퍼스타K 2016> TOP7 기자간담회에서 TOP7의 이지은이 입장하고 있다. ⓒ 이정민



K팝스타 슈퍼스타K 유지니 김윤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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