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6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박근혜-최태민 일가의 전횡에 대해 시작배경부터 살펴보았다.

11.26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박근혜-최태민 일가의 전횡에 대해 시작배경부터 살펴보았다. ⓒ SBS


역시 사이비종교 전문 탐사 방송이었다. 그동안 JMS, 할렐루야 기도원, 세모자 사건 등 사이비 교주에 얽힌 사건들을 과감없이 취재하고 밝힌 것처럼 사이비 사기꾼 최태민 일가를 추적한 것이다. 지난 26일 오후 방송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아래 <그알싶>)에서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생겨나게 된 시원을 찾아갔다. '악의 연대기- 최태민 일가는 무엇을 꿈꿨나?'라는 제목으로 말이다.

이날 <그알싶>은 10.26 당시 유신의 심장을 쏘았던 고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의 항소이유 보충서를 소개하며 시작했다. 김재규는 항소이유 보충서에서 "꼭 밝혀둘 필요가 있으므로 이 자리에서 밝히고자 한다"며 박근혜의 구국여성봉사단과 최태민을 직접 언급했다.

소설 <꺼삐딴 리>의 현실화, 최태민

 김재규의 항소이유 보충서에 등장한 최태민

김재규의 항소이유 보충서에 등장한 최태민 ⓒ SBS


소설가 전광용의 1962년 작품 <꺼삐딴 리>에서 주인공인 이인국은 의사다. 그는 시대상황의 변화에 따라 일제시대에는 일제부역자가 되었다가 8.15 해방 후 소련군이 진주하자 재빨리 친러파가 되고, 남한으로 내려온 후에는 또 자신의 의술을 이용해 친미파로 변신한다.

전형적인 기회주의자인 것이다. 소설에서 이인국의 현실화된 모습이 있으니 바로 최태민의 행각이 그것이다. <그알싶>에 따르면 최태민은 일제시대 일본경찰 고위간부에게 잘 보여 순사가 된다. 해방 이후에도 경찰 노릇을 하다 갑자기 승려가 되고, 또 이름을 계속 개명하며 사이비 교주가 되기도 한다. 그리고 최태민으로 개명한 이후 목사가 되어 나타나더니 박근혜의 옆에 붙어서 온갖 비리를 저지르는 전횡을 일삼는다.

 소설 꺼삐딴 리를 현실에서 보는 것 같은 최태민의 변신. 순사에서 경찰, 승려, 사이비 교주, 목사 등으로 신분을 바꾸며 마침내 박근혜의 곁에 붙어 전횡을 일삼는다.

소설 꺼삐딴 리를 현실에서 보는 것 같은 최태민의 변신. 순사에서 경찰, 승려, 사이비 교주, 목사 등으로 신분을 바꾸며 마침내 박근혜의 곁에 붙어 전횡을 일삼는다. ⓒ SBS


최태민은 자신의 무속인 원자경 시절을 잘 알고 있는 탁명환 소장을 찾아가기도 하고 편지를 남기며 자신의 과거에 대해 함구할 것을 경고한다. 그런 가운데 최태민의 비리는 극을 향해 달리고 중앙정보부의 문서에 따르면 횡령, 사기, 심지어 성추행 등 추잡한 범행까지 44건에 달하는 범죄를 저지른다. 영애 박근혜 뒤에서 호가호위하면서 온갖 추악한 비리를 저질렀던 것이다.

육영수 여사 생전에도 청와대 출입한 최태민

<그알싶>에서는 최태민에 관한 신문, 잡지 등의 언급을 샅샅이 뒤진 끝에 최태민이 육영수 여사 생전부터 청와대에 출입했다는 정황을 밝혀냈다. 바로 72년 당시 TV에 나온 최면술 시범을 보고 호기심을 가진 육 여사가 직접 시범을 보기 위해 초청한 사람이 바로 최태민이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최태민 아들의 증언으로도 청와대를 이미 전부터 출입했음이 드러났다.
 
최태민이 단지 편지로 박근혜에 접근했던 것이 아니라 이미 이전부터 청와대를 드나들며 신뢰를 쌓아온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드는 장면이었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 정책토론회에서 박근혜 당시 후보가 박정희 대통령,최태민,박근혜,중정요원등이 배석한 대면 자리에서 있었던 최태민 의혹 검증이 실체가 없었던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알싶은 옆장면에 바로 중정이 당시 수사한 내용을 고스란히 보여주었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 정책토론회에서 박근혜 당시 후보가 박정희 대통령,최태민,박근혜,중정요원등이 배석한 대면 자리에서 있었던 최태민 의혹 검증이 실체가 없었던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알싶은 옆장면에 바로 중정이 당시 수사한 내용을 고스란히 보여주었다. ⓒ SBS


혹시 박정희 비자금 관리자가 최태민이 아니었을까?

26일 <그알싶>에서는 최태민의 양아들 조순제와의 대화 녹취록 일부와 정두언 전 한나라당 의원의 인터뷰를 보여줬다. 여기서 정 전 의원은 조순제가 말한 10.26 직후 들어왔다던 뭉치돈에 대해 의심했다. 그는 "조순제가 말하는 뭉치돈이 결국 그걸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라며 의문을 표한 후 "추론이 사실이라면 최태민에게 차명으로 명의신탁"이 된 것이 아닌가라는 추측을 했다.

만약 이러한 추측이 맞다면 최태민이 박정희의 비자금을 관리하지 않았을까하는 추정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김재규 중정부장의 간언에도 불구하고 최태민을 그냥 내버려둔 것이 박근혜의 생떼 때문만은 아니라 박정희 자신의 치부가 드러날 수도 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하는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었다.

 육영수 여사 생전부터 청와대를 출입했다는 최태민 아들의 증언과 잡지에 실린 최태민 이야기. 최태민이 육여사의 초빙에 의해 최면시범자로 청와대에 들어갔다는 내용이다.

육영수 여사 생전부터 청와대를 출입했다는 최태민 아들의 증언과 잡지에 실린 최태민 이야기. 최태민이 육여사의 초빙에 의해 최면시범자로 청와대에 들어갔다는 내용이다. ⓒ SBS


40년 전부터 시작된 최태민 일가의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 실체
육영재단, 영남대학교에서 저지른 비리.. 현재 국정농단의 축소판


최태민은 박근혜 당시 영애의 옆에서 구국여성봉사단 등의 단체를 함께 하며 그때부터 '박근혜 최초 여성대통령 만들기'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10.26 사태 이후 청와대를 나온 박근혜. 최태민은 박근혜를 내세워 육영재단과 정수장학회,영 남대학교 등에서 온갖 만행과 비리를 저지른다. 특히 육영재단은 소청와대와도 같았다. 재단직원들에게 박근혜가 최초의 여성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고, 박근혜에게도 주입시켰다.

 최태민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 프로젝트. 끊임없이 박근혜에게 최초의 여성대통령이 될 것이라는 것을 주입시킨다.

최태민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 프로젝트. 끊임없이 박근혜에게 최초의 여성대통령이 될 것이라는 것을 주입시킨다. ⓒ SBS


그런 가운데 육영재단은 분쟁에 빠지고 재단 직원들은 '흔들리는 육영재단'을 외치며 분규를 일으켰다. 거기에 영남대학에서는 4인방으로 불리는 최태민-박근혜 수족들의 전횡이 마침내 사학비리로 불거지게 된다. 1인당 2000여만 원을 받고 29명을 부정입학시킨 88년 영남대 입시비리가 터진 것이다. 불과 28여년 전 벌어진 이러한 만행이 청와대로 옮겨와 그대로 재현된다. 바로 2016년 터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다. 최태민은 최순실로, 4인방은 문고리 3인방 등으로 바뀐 것 뿐이다. 최태민이 박근혜를 내세워 저지른 재단, 대학 등에서의 패악은 이번 국정농단의 축소판이었다. 이번엔 그 크기가 한 나라로 커진 것이다. 전자는 재단이나 대학 등 일부에 피해가 갔지만 이번에는 국민이 피해자가 된 것이다.

권력욕에 사로잡힌 꼭두각시 박근혜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지적한 사이비 교주의 수법 3가지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지적한 사이비 교주의 수법 3가지 ⓒ SBS


<그알싶>에서는 사이비 교주의 수법에 대해 다음과 같이 기술했다. 첫째, 약한 감정을 이용해 믿음을 갖게 한다. 둘째, 재산 편치를 위해 가족 관계를 끊게한다. 셋째, 올가미를 씌워 절대적으로 복종하게 한다 등이다.

최태민은 이에 더해 박근혜에게 앞서 살펴본 것 같이 계속해서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될 것이라는 암시를 계속 한다. 박근혜는 권력욕에 사로잡혀 대통령이 되겠다는 일념만이 있었을 것이다.

 2012 대선 당시 "대통령직을 사퇴한다"라는 실언을 하는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대선 후보

2012 대선 당시 "대통령직을 사퇴한다"라는 실언을 하는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대선 후보 ⓒ SBS


박 대통령을 '촛불 앞의 무당'이라 평해 교단에서 쫓겨난 황상민 교수는 <그알싶>에서 박근혜 이미지 탐색을 통해 이미 2년 전 국민이 박근혜의 실체에 대해 감지했음을 보여주었다.

황교수는 2014년에 대중들이 박근혜하면 떠오른 이미지가 혼군과 얼굴마담이었다며 '꼭두각시'라는 것을 뚜렷하게 대표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박 대통령의 2012년 당시 '대통령직 사퇴' 실언에 대해 15년의 국회의원 재직동안 "그냥 대통령이라는 마음으로 지냈다는 것을 그대로 노출했다"고 지적했다.

 황상민 교수는 이미 2년전 박 대통령에 대한 이미지 탐색에서 국민이 박 대통령의 실체에 대해 짐작하고 있었을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황상민 교수는 이미 2년전 박 대통령에 대한 이미지 탐색에서 국민이 박 대통령의 실체에 대해 짐작하고 있었을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 SBS


대통령이라는 우리나라 최고의 권력 정점에 서고 싶은 박근혜의 욕망, 그러나 그는 최태민-최순실 등의 꼭두각시에 지나지 않았다. 최순실 일당은 박 대통령을 뒤에서 조정하며 마음껏 자신들의 사리사욕을 챙겼다. 그렇게 국정은 파탄나고 나라꼴은 엉망진창이 되었다. 정치, 경제, 문화 등 최순실 일당이 손대지 않은 분야를 찾는 게 더 빠를 정도다.

<그알싶>은 말미에 "제대로 청산하지 못한 친일과 독재정권의 잔재속에서 최태민 같은 사람이 기생하며 생명력을 키워왔고 오늘의 재앙을 불러왔을지도 모른다"며 "예정된 비극"이었을지 모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런 반복된 저주를 끊는 방법은 모든 국민이 법앞에 평등하듯 수사에 있어서도 성역은 있을 수 없다"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 헌법은 부패한 정권을 국민의 힘으로 무너뜨린 4.19 혁명의 정신을 계승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상기시키며 26일 <그알싶>은 끝을 맺었다.
   
이번 <그알싶>은 최태민-박근혜-최순실 등의 악의 연대기 서막에 불과했다. 이러한 악의 연대기가 생겨난 배경에 대해 우선 살펴본 것이다. 최태민에 이어 최순실의 꼭두각시로써 국정농단을 일으킨 박 대통령의 <그알싶> 본편이 기다려진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최주호 시민기자의 오마이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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