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왕강동주 ★★☆ 응급환자가 이 드라마의 제세동기네
환자는거들뿐 ★★★☆ 내용상 큰 의미없이 사라지는 수많은 환자들, 바쁜 병원생활을 보여주려했다면 성공적
다죽여현진아 ★★☆ '불의의 시대, 낭만'이라는 필승필패의 카드

#김사부_1화의_놀라운_스피드


환자는거들뿐 사실 좀 당황스러운 드라마다. 강동주(유연석)가 아이였을 때부터 거대 병원을 거쳐 돌담병원까지 오는 과정이 한 회에 모두 지나간다. 왜 강동주가 갑자기 윤서정(서현진)을 좋아하지? 왜 갑자기 키스하지? 시청자가 함께 감정이입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하는데 시청자를 전혀 배려하지 않는다. 혼자 반하고 혼자 좋아하고. 미드(미국드라마)로 치면 1화는 그저 '전시즌'을 요약해주는 듯했다. 2화부터 '자 이제 <낭만닥터 김사부> 시작합니다' 하는 느낌이었지.

다죽여현진아 맞다. (웃음) '자 필요한 정보 다 챙기셨죠?' 같은. 1화가 끝날 때 당황스러웠다. 마치 드라마 3~4편을 한 번에 본 것 같았다. 갑자기 여자 주인공인 윤서정을 차로 치더니 남자친구를 죽이고 산으로 보낸다. 물론 윤서정의 트라우마를 보여주는 전개가 경제적이라고 생각했지만.

의사왕강동주 전개가 빠르고 시원하다는 소리가 있어서 어떤가 하고 봤더니 1화는 전개가 없는 것 아닌가? (웃음) 시간이 가는대로 중요한 하이라이트만 잘라서 붙여놓은 거지 메인플롯은 존재하지 않았다. 왜 이렇게 했는지 모르겠다. 보통 과거를 이야기할 때, 드라마가 진행하면서 회상신으로 둘의 관계를 보여주거나 그러는데. 1화를 서현진에게 '몰빵'하고 2화부터 서현진을 아예 없애버린다.

다죽여현진아 키스신이 이렇게 '무감정'인 건 처음 본다. 보통 드라마 키스신 분위기나 공식 같은 것이 있지 않나. 대충 호감을 확인하고 나서 키스를 하는데 이 드라마는 유연석이 갑자기 키스를 해버린다. SBS는 <보보경심 려>에 강제키스신을 넣어 논란이 됐던 적이 있는데 <낭만닥터 김사부>는 윤서정이 키스를 하는 중에 정말 좋아하는 감정을 느끼게 된다는 설정에서 좀 더 악의적이다.

#우리_시대의_낭만_?

다죽여현진아 김사부(한석규)는 정말 우리 시대의 낭만 같다. 이 사회에서 낭만이라는 것이 실력을 갖췄으면서 돈에 연연하지 않는 것이 '낭만'을 느끼게 한다. 못해서 안 하는 게 아니라 할 수 있는데 안 하는 게 낭만이라고. 또 실력이 있으니 남에게 윽박지를수도 있다. 한석규 캐릭터에서 영화 <위플래쉬>의 플렛처가 많이 연상됐다. 누군가(김사부)가 나(강동주)를 성장시켜줄 수만 있다면 어떤 모욕이든 감내하겠다는? 결과적으로 저 사람은 나를 성장으로 이끌고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학대당해도 괜찮다? (웃음) 실질적으로 내게 도움이 될 만한 어른이나 멘토를 찾고 있는 건가 싶기도 하고. 사실 드라마 속에서 돌담과 거대병원이 끊임없이 비교되는데 돌담병원도 김사부라는 '통수권자' 한 명이 이래라 저래라 하는 건 똑같다. 사실 그런 점에서 딱히 차이점을 모르겠다. 왜 굳이 돌담병원이어야 하지?


의사왕강동주 돌담병원은 우선 돈을 추구하지 않고 의리를 추구하려고 하고. 김사부는 자신의 신념을 남을 위해 쓰려고 하고. 거대병원은 그렇게 하기 어렵다. 확실히 무림이나 도제식 병원 같은 느낌이 있다. '불의의 시대'라면서 시작하는 것이 무림을 연상시키는. 돌담병원 안에 숨어 사는 스승은 제야의 고수고, 그 밑에서 강동주는 반항하면서 배우는 제자고, 그 스승을 좇고 있던 제자는 윤서정인. (웃음)

다죽여현진아 김사부(한석규)는 사실 대단한 꼰대다. 힘이 없는 사람에게 자꾸 실력을 기르라고 말하고. '네가 아니꼬우면 실력 가져'라는 메시지를 계속 던진다. 하지만 그럼에도 강동주가 왜 돌담병원에 가서 '흙수저의 애환'을 이야기하고 있는지는 도무지 모르겠다.

의사왕강동주 맞다. 흙수저의 애환은 거대병원에 가서 하는 게 맞지 않나. 사회나 어른이 잘못된 시스템을 만들었다는 말 맞는데 거기서 할 말은 아니다.

다죽여현진아 윤서정이 그 이야기를 밖에서 듣고 공감하는듯 웃는데 '아 이 드라마 꼬였네 꼬였어' 싶더라.

환자는거들뿐 그렇게 인물의 대사로 주제의식을 작위적으로 전달하는 장면들이 꽤 많다. 이를 테면, 김사부의 움직임을 보고 자꾸 옆에서 강동주가 "빠르다" "손놀림" 이런 식으로 중계를 한다. <요리왕 비룡>처럼.

#일반적인_메디컬드라마와_다른


 <낭만닥터 김사부> 스틸 사진

ⓒ SBS


다죽여현진아 이 드라마가 설계도대로 가고 있는 건지 아니면 설계를 했는데 표현이 잘 되지 않은 건지 궁금하다. 

의사왕강동주 사실 일반적인 메디컬 드라마는 에피소드 하나 당 중요한 환자 한 명씩 나와 그 환자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데 <낭만닥터 김사부>에는 그런 것이 전혀 없다. 응급환자가 스치듯 끊임없이 지나가고 한 회에 여러 개를 쑤셔 넣는 느낌이 강하다. 그러니 전개는 하이라이트 영상처럼 빠른데 공감이 되지 않는다.

환자는거들뿐 올해 방송됐던 <닥터스>만 봐도 그동안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없었던 희귀병이 나온다든지 수술을 특이한 방법으로 한다든지 그런 것에 중심을 준다면 <낭만닥터 김사부>는 교통사고나 화상 같은 환자들이 끊임없이 이어져 환자가 중심이 아니구나, 싶었다. 나는 화상환자 에피소드도 큰 사건일 거라 생각했는데 결국 김사부가 회장의 의사가 되는 정도의 용도로 쓰인다. 

다죽여현진아 사실 강동주가 3~4화에서 제기한 '의료과실'도 큰 문제가 아닌가? 나는 작가가 의료과실이라는 주제를 이야기하고 싶은 건지 아닌 건지 모르겠다. 사실 의료과실 문제가 의사들이 방어진료를 하게 만드는 굉장히 심각한 일인데 여기서는 작은 갈등이 일어날 때 강동주가 자꾸 의료과실을 들먹거리니 그저 의료과실이라는 문제제기가 둘 사이의 갈등을 만드는 정도로밖에 쓰이지 않는다.

환자는거들뿐 둘이 싸우고 있는데 김사부가 나타나 "동의서를 전화로 받아"라고 한 마디 하고 끝낸다. 윤서정이나 강동주가 의사 몇 년차인데 그걸 몰랐을까. (웃음)

#낭만닥터_계속_볼까?

의사왕강동주 글쎄... 사건이 꼬리에 꼬리를 물거나 갈등이 다음 갈등으로 이어진다 거나 그런 것이 있어야 하는데 이 드라마는 그렇지 않아서 잘 모르겠다. 환자가 오면 갈등이 생기고 그 갈등이 급하게 마무리 되고 메인 플롯 자체가 없으니까.

다죽여현진아 일단 강동주의 미래가 전혀 궁금하지 않다. 무림(?)의 내용대로라면 강동주가 김사부의 진정한 제자가 돼야 맞는 건데. 강동주의 캐릭터가 감정이입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

의사왕강동주 원래 뒤늦게 들어오고 사고 치는(?) 제자가 진정한 제자가 된다. 강동주는 엄청 거창하게 1화 내내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싸우다가 갑자기 2화에서 그 신념을 패대기친다. (웃음) 오로지 윤서정의 대사 한 마디("5년 동안 네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거니?")로 설명해버리는 점 또한 전혀 친절하지 않다. 그에 비해 조연인 진경이나 임원희가 드라마의 중심을 굳건히 잡아준다. 그 점은 다행이다.



낭만닥터 김사부 한석규 유연석 서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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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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